좁은 비탈길에서 차가 마주치면 누가 비켜야 할까 — 도로교통법 제20조로 정리
좁은 비탈길에서 한쪽은 올라가고 한쪽은 내려가는 상황, 운전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마주쳤을 장면이다. “내려가는 차가 멈추기 어려우니 올라가는 차가 비켜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 이는 실제로 도로교통법에 명시된 규정이다. 이 글은 도로교통법 제20조(진로 양보의 의무)의 조문을 그대로 근거로 삼아, 어떤 상황에서 누가 양보해야 하는지를 정리한다.
결론부터: 비탈진 좁은 도로에서는 올라가는 차가 양보한다
도로교통법 제20조제2항제1호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비탈진 좁은 도로에서 자동차가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는 경우에는 올라가는 자동차”가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
즉, 비탈진 좁은 도로에서 차량 두 대가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는 경우, 올라가는 자동차가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내려가는 차가 비킨다고 알고 있었다면 반대로 알고 있던 것이다.
조문이 정한 양보 방법은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는 것, 이 한 가지뿐이다. 정지하거나 후진하거나 특정 지점에서 대기하는 방법은 조문에 적혀 있지 않다.
제20조는 두 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로교통법 제20조(진로 양보의 의무)는 제1항과 제2항,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항이 다루는 상황과 대상이 다르다. 두 항을 섞어서 이해하면 오히려 혼란이 생기므로 구분해서 봐야 한다.
제1항 — 뒤따라오는 차에 대한 양보
“모든 차(긴급자동차는 제외한다)의 운전자는 뒤에서 따라오는 차보다 느린 속도로 가려는 경우에는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 다만, 통행 구분이 설치된 도로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이 항은 뒤따라오는 차보다 느리게 가려는 경우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대상은 ‘모든 차’(긴급자동차 제외)이며, 통행 구분(차로 구분 등)이 설치된 도로라면 이 의무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이 단서는 제1항에만 붙어 있는 것으로, 뒤에서 다룰 제2항 마주침 상황의 예외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제2항 — 좁은 도로에서 마주보고 진행할 때의 양보
“좁은 도로에서 긴급자동차 외의 자동차가 서로 마주보고 진행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른 자동차가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여야 한다.”
이 항은 좁은 도로에서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대상은 ‘긴급자동차 외의 자동차’로, 제1항의 ‘모든 차(긴급자동차는 제외한다)‘와는 표현이 다르다. 누가 양보할지는 아래 두 개의 호가 정한다.
제1호 — 비탈진 좁은 도로
“비탈진 좁은 도로에서 자동차가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는 경우에는 올라가는 자동차”
비탈진 좁은 도로에서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면 올라가는 자동차가 양보한다. 이 글의 질문에 대한 직접적인 답이 바로 이 호다.
제2호 — 비탈진 좁은 도로 외의 좁은 도로
“비탈진 좁은 도로 외의 좁은 도로에서 사람을 태웠거나 물건을 실은 자동차와 동승자(同乘者)가 없고 물건을 싣지 아니한 자동차가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는 경우에는 동승자가 없고 물건을 싣지 아니한 자동차”
이 호는 비탈이 아닌 좁은 도로에 적용된다. 한쪽은 ‘사람을 태웠거나 물건을 실은’ 자동차(둘 중 하나만 해당해도 됨), 다른 쪽은 ‘동승자가 없고 물건을 싣지 아니한’ 자동차(둘 다 해당해야 함)인 경우, 양보하는 쪽은 동승자도 없고 물건도 싣지 않은 쪽이다. 비탈길에서는 이 적재·동승 여부가 기준이 되지 않는다. 비탈길에서는 오직 제1호의 기준, 즉 오르막인지 내리막인지로만 양보 여부가 갈린다.
자주 헷갈리는 세 가지
1. “통행 구분이 설치된 도로면 양보 안 해도 되는 것 아닌가요?” 단서 ‘통행 구분이 설치된 도로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제1항(뒤따라오는 차에 대한 양보)에만 붙은 단서다. 제2항의 비탈길 마주침 상황에는 이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
2. “비탈길에서도 짐을 많이 실은 차가 우선인가요?” 아니다. 적재·동승 여부로 양보 쪽을 가리는 것은 제2호, 즉 비탈이 아닌 좁은 도로에 한정된 기준이다. 비탈진 좁은 도로에서는 오르막·내리막 여부만으로 결정된다.
3. “비켜야 하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문이 정한 방법은 ‘도로의 우측 가장자리로 피하여’ 진로를 양보하는 것뿐이다. 그 외의 구체적인 동작(정지, 후진 등)은 조문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위반 시 처벌은?
제20조 자체에는 위반 시의 벌칙이나 범칙금·과태료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이 조문은 진로 양보의 의무를 정한 규정일 뿐, 그 위반에 대한 금전적 제재나 형사처벌 조항이 조문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조문의 연혁
현재 시행 중인 도로교통법은 법률 제22067호(2026. 10. 13. 일부개정, 시행)이지만, 제20조의 문언 자체는 이 개정으로 바뀐 것이 아니다. 제20조의 현재 문언은 법률 제10790호(2011. 6. 8. 전문개정)로 만들어진 것이며, 법률 제22067호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제80조의2), 경찰공무원 등의 요청에 의한 수시 적성검사(제89조의2) 규정을 고치는 개정으로, 제20조는 건드리지 않았다.
참고로 제89조의2 개정규정은 2027. 10. 14.부터 시행되며, 글 발행 시점(2026. 10. 20.) 기준으로는 아직 시행 전이다. 또한 공포된 법률 제21728호(2026. 6. 2. 일부개정) 역시 2026. 12. 3.과 2027. 6. 3.에 각각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나, 이 개정 역시 제20조를 고치는 내용이 아니다. 따라서 제20조의 비탈길 양보 규정은 이 개정들의 시행 전후로 변동이 없다.
참고 법령
- 도로교통법 제20조(진로 양보의 의무) 제1항, 제2항제1호, 제2항제2호
- 도로교통법 부칙 (법률 제22067호, 2026. 10. 13. 일부개정) 제1조
- 도로교통법 부칙 (법률 제21728호, 2026. 6. 2. 일부개정) 제1조, 제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