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월세를 너무 높게 불러 세입자가 안 구해져도, 일부러 막은 걸까요?

입력 2026.10.23. 오전 10:08

질문의 배경 —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보증금을 돌려준다”는 합의서

임대차가 끝나갈 때 집주인과 세입자가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식의 합의서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받지 않고 시간을 끌면, 세입자 입장에서는 “일부러 막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집주인이 시세보다 월세를 높게 불러서 세입자가 안 구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이 글은 이런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민법 조문의 요건과 효과를 정리합니다. 다만 특정 사건의 결론을 내리는 글이 아니라, 조문이 무엇을 규정하고 무엇을 규정하지 않는지를 짚는 글입니다.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은 조건일까, 기한일까

민법은 이 둘을 서로 다른 조문으로 규율합니다.

  • 조건: 발생 여부가 불확실한 사실에 채무의 효력을 걸어두는 것 (민법 제150조)
  • 불확정한 기한: 발생 자체는 확실하지만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사실에 채무의 이행 시기를 걸어두는 것 (민법 제387조제1항 후단)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보증금을 반환한다”는 문구가 둘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합의서의 구체적인 문언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 글의 근거가 되는 민법 조문 자체는 이 문구를 조건으로 볼지 불확정한 기한으로 볼지 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어느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고, 두 조문을 각각 살펴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조건으로 본다면 — 민법 제150조제1항

민법 제150조제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합니다.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이 조문이 적용되려면 세 가지 요건이 모두 필요합니다.

  1. 조건이 성취되면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일 것: 집주인은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조건이 성취되면) 보증금을 반환해야 하는 불이익을 받는 입장이어야 합니다.
  2. 신의성실에 반할 것: 집주인의 행위가 신의와 성실에 반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3. 조건의 성취를 방해했을 것: 집주인이 새 세입자가 들어오는 것, 즉 조건의 성취 자체를 방해했어야 합니다.

세 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효과는 “상대방(세입자)은 그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효과가 곧바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세입자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는 재량 문언이라는 점입니다. 조건이 저절로 성취되는 것도 아니고, 보증금 반환 의무가 곧바로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높게 불렀다”는 사실만으로 방해가 인정될까

여기서 질문에 대한 핵심 답이 나옵니다. 민법 제150조제1항은 ‘신의성실에 반하여’를 무엇으로 판단하는지 직접 정하지 않습니다. 즉, 집주인이 월세를 시세보다 높게 불러서 결과적으로 세입자가 안 구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곧바로 “방해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이 조문 자체가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조건 성취를 방해했는지, 그 방해가 신의성실에 반하는지는 각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따져야 하는 문제이고, 이 조문은 그 판단 기준까지 세세히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반대로 민법 제150조제2항은 방향이 정반대인 상황을 규정합니다.

“조건의 성취로 인하여 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을 성취시킨 때에는 상대방은 그 조건이 성취하지 아니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이것은 조건이 성취되면 ‘이익’을 보는 쪽이 일부러 조건을 성취시킨 경우에 적용되는 조문입니다. 집주인이 세입자를 거절해 조건 성취를 ‘방해’하는 상황과는 방향이 다르므로, 제2항을 끌어다 쓸 사안은 아닙니다.

불확정한 기한으로 본다면 — 민법 제387조

만약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을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한 기한으로 본다면, 민법 제387조가 문제 됩니다.

제387조제1항: “채무이행의 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채무이행의 불확정한 기한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제387조제2항: “채무이행의 기한이 없는 경우에는 채무자는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이 있다.”

이 조문은 지체책임이 발생하는 시점을 기한의 유형별로 다르게 정합니다.

  • 확정한 기한: 기한이 도래한 때로부터 지체책임
  • 불확정한 기한: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로부터 지체책임
  • 기한이 없는 경우: 이행청구를 받은 때로부터 지체책임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을 불확정한 기한으로 본다면, 집주인에게 지체책임이 생기는 시점은 ‘기한이 도래함을 안 때’입니다. 즉 실제로 새 세입자가 들어왔는데 집주인이 그 사실을 알게 된 시점부터 지체책임이 생긴다는 구조입니다. 세 가지 기한 유형은 서로 적용 시점이 다르므로 섞어 쓸 수 없습니다.

정리 — 이 조문들이 말해주지 않는 것

이 두 조문을 종합하면, 질문(“집주인이 일부러 막은 건가요?”)에 대해 민법이 직접 “그렇다/아니다”를 답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집니다.

  • 조문은 집주인이 새 세입자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방해’를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신의성실 위반 여부와 방해 행위 여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별도로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이 조건인지 불확정한 기한인지도 조문 자체에서 정해주지 않으며, 이는 합의서 문언과 당사자의 의사를 따져볼 문제입니다.
  • 민법 제150조제1항의 효과는 “조건이 성취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지, 보증금 반환 의무가 곧바로 생긴다는 규정이 아닙니다.
  • 이 주제와 관련해 참고할 만한 구체적 판례는 이 글에서 확인된 것이 없습니다.

결국 “월세를 높게 불러서 세입자가 안 구해졌다”는 사정 하나만으로는 법적 결론이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조건 방해에 해당하는지, 신의성실에 반하는지는 당시의 구체적인 사실관계—합의서 문구, 집주인이 실제로 세입자를 구하려는 노력을 했는지, 제시한 조건이 시세와 비교해 어느 정도 차이가 났는지 등—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는 영역입니다.

참고 법령

  • 민법 제150조(조건성취, 불성취에 대한 반신의행위) 제1항, 제2항
  • 민법 제387조(이행기와 이행지체) 제1항, 제2항

관련 법령: 민법 제150조 · 민법 제38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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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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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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