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중 대마 양성 반응, 바로 교도소에 가나요 — 형법 제63조 '실효'와 제64조 '취소'의 차이
집행유예 기간 중에 마약류 간이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제 집행유예가 취소되고 곧바로 교도소에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부터 앞선다. 그러나 형법과 형사소송법,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의 조문을 순서대로 짚어 보면, 양성 반응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교도소행이 결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이 글은 관련 조문 원문에 근거해 어떤 절차를 거쳐야 집행유예의 효력이 사라지는지 정리한다.
1. 대마 양성 반응은 그 자체로 형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집행유예가 효력을 잃는 경우를 정한 것은 형법 제63조다.
제63조(집행유예의 실효)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자가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는 효력을 잃는다.
이 조문이 요구하는 요건은 세 가지가 순서대로 갖춰지는 것이다. ①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여야 하고, ② 그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야 하며, ③ 그 판결이 ‘확정’되어야 한다. 이 세 요건이 모두 충족된 때에 집행유예의 선고가 효력을 잃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조문이 말하는 시점이다. 대마 양성 반응이 확인된 시점, 그로 인해 입건된 시점, 검찰이 기소한 시점, 1심에서 선고가 난 시점은 모두 제63조가 말하는 ‘판결이 확정된 때’가 아니다. 항소나 상고를 거치지 않고 확정되는 경우도 있고, 다투는 경우도 있으므로 실형 선고와 판결 확정은 시간차를 두고 별개로 일어나는 사건이다. 즉 양성 반응이 나왔다는 사실만으로 형법 제63조에 따라 집행유예가 “효력을 잃는”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2. 취소는 ‘발각’과 ‘위반’을 나누어 다르게 규정한다
실효와 별개로, 집행유예 자체를 취소하는 절차가 형법 제64조에 있다. 이 조문은 두 개의 항으로 나뉘어 있고, 각 항의 문언과 효과가 다르다.
제64조(집행유예의 취소) ①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제62조 단행의 사유가 발각된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한다. ②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하여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한 집행유예를 받은 자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는 집행유예의 선고를 취소할 수 있다.
제1항은 집행유예를 선고할 당시 이미 존재했던, 제62조 단행이 정한 사유가 나중에 드러난(‘발각된’) 경우에 관한 규정이다. 이 경우 문언은 “취소한다”로 되어 있다. 반면 제2항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제2항이 적용되려면 우선 그 집행유예가 제62조의2에 따라 보호관찰이나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령받은 집행유예여야 한다. 이런 명령이 붙지 않은 단순한 집행유예에는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제2항이 적용되는 경우라 해도, 조문은 “준수사항이나 명령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운 때”에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위반했다는 사실 자체가 취소 사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위반의 정도가 무거워야 한다는 요건이 별도로 붙어 있고, 그 효과도 취소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취소할 수 있다는 재량으로 규정되어 있다. 대마 양성 반응이 준수사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취소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이 조문의 핵심이다.
3. 준수사항 중 마약 관련 사항은 ‘모든 대상자’에게 붙는 것이 아니다
보호관찰을 받는 사람이라고 해서 누구나 마약 관련 준수사항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는 준수사항을 제2항(일반 준수사항)과 제3항(특별 준수사항)으로 나누어 규정한다.
제2항은 다음 네 가지를 모든 보호관찰 대상자가 지켜야 할 사항으로 정한다.
② 보호관찰 대상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지켜야 한다.
- 주거지에 상주(常住)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
- 범죄로 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善行)을 하며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 것
- 보호관찰관의 지도ㆍ감독에 따르고 방문하면 응대할 것
- 주거를 이전(移轉)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할 것
마약과 직접 관련된 사항은 이 제2항이 아니라 제3항에 있다. 제3항은 법원 및 심사위원회가 “필요하면” “보호관찰 기간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하여” “따로 과(科)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특별 준수사항이다.
③ … 다음 각 호의 사항을 특별히 지켜야 할 사항으로 따로 과(科)할 수 있다. 8. 마약 등 중독성 있는 물질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9.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마약류 투약, 흡연, 섭취 여부에 관한 검사에 따를 것
즉 8호(마약 등 중독성 있는 물질 사용 금지)와 9호(마약류 검사에 응할 것)는 법원이 판결 선고 시 또는 심사위원회가 결정 시에 사건의 내용과 본인의 특성 등을 고려해 별도로 부과해야만 적용되는 사항이다. 이런 특별 준수사항이 붙지 않은 집행유예·보호관찰 대상자라면 애초에 이 조항에 근거한 위반 문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4. 위반이 있어도 취소만이 유일한 결과는 아니다
준수사항을 위반했을 때 법에서 예정한 결과가 취소 하나만은 아니라는 점도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 제32조 제4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④ 보호관찰 대상자가 제2항 또는 제3항의 준수사항을 위반하거나 사정변경의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은 보호관찰소의 장의 신청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심사위원회는 보호관찰소의 장의 신청에 따라 각각 준수사항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추가, 변경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
즉 위반이 확인되었을 때 법원이나 심사위원회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는 준수사항 자체를 추가·변경·삭제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위반이 곧바로 집행유예 취소로 직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준수사항을 조정하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도 있는 구조다. 물론 이는 형법 제64조②이 정하는 “그 정도가 무거운 때”의 취소 요건과는 별개의 조치이며, 실제로 어느 쪽으로 처리되는지는 개별 사안의 경중과 절차 진행에 달려 있다.
5. 취소는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을 거치는 절차다
형법 제64조가 정하는 취소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더라도, 그 자체로 집행유예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335조는 이렇게 규정한다.
제335조(형의 집행유예 취소의 절차) ① 형의 집행유예를 취소할 경우에는 검사는 피고인의 현재지 또는 최후의 거주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청구하여야 한다. ② 전항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피고인 또는 그 대리인의 의견을 물은 후에 결정을 하여야 한다. ③ 전항의 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④ 전2항의 규정은 유예한 형을 선고할 경우에 준용한다.
이 조문을 보면 취소는 다음 단계를 거친다. 먼저 검사가 피고인의 현재지 또는 최후 거주지를 관할하는 법원에 취소를 청구해야 한다. 그 청구를 받은 법원은 피고인 또는 그 대리인의 의견을 물은 뒤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라는 불복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취소는 검사의 청구, 법원의 의견 청취와 결정, 즉시항고라는 여러 단계를 거치는 절차이지, 위반 사실이 확인된 순간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조치가 아니다.
6. 정리 — 실효와 취소, 두 갈래 길
정리하면 대마 양성 반응이 나온 상황에서 집행유예의 운명은 두 갈래로 나뉘어 검토되어야 한다.
첫째, 그 양성 반응과 관련된 행위가 별도의 범죄로 기소되어 유예기간 중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확정된다면, 형법 제63조에 따라 집행유예는 효력을 잃는다. 다만 이는 양성 반응 확인 → 입건 → 기소 → 선고 → 확정이라는 여러 단계를 거친 뒤에야 성립하는 결과다.
둘째, 그 보호관찰에 마약류 관련 특별 준수사항(제32조③8호, 9호)이 부과되어 있었고 그 위반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되면, 형법 제64조②에 따라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이라는 형사소송법 제335조의 절차를 거쳐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다. 이때도 취소는 “할 수 있다”는 재량 사항이며, 위반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결과가 아니다.
두 경우 모두 조문이 예정한 여러 단계와 절차를 거쳐야 하며, 단번에 교도소에 가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조문상 분명하다.
참고 법령
- 형법 제63조(집행유예의 실효)
- 형법 제64조(집행유예의 취소) 제1항·제2항
- 형사소송법 제335조(형의 집행유예 취소의 절차) 제1항~제4항
-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보호관찰 대상자의 준수사항) 제2항·제3항(제8호·제9호)·제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