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 못 받은 나머지를 새 집주인에게 받을 수 있나요
결론부터: 경매로 소유자가 바뀌면 원칙적으로 임차권은 소멸한다
살고 있던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다른 사람이 낙찰(경락)을 받으면, 임차권은 원칙적으로 그 경락에 따라 소멸한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본문은 “임차권은 임차주택에 대하여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가 행하여진 경우에는 그 임차주택의 경락(競落)에 따라 소멸한다”고 정한다.
이 원칙만 보면 “보증금을 다 못 받았어도 임차권은 사라지고, 새 집주인에게는 아무것도 못 받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이 조문에는 단서가 있고, 질문의 답은 바로 이 단서에서 갈린다.
단서: “대항력이 있는” +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아니한” 임차권은 예외
같은 조 단서는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아니한,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단서가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요구한다는 점이다.
- 그 임차권이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일 것
- 그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아니하였을 것
둘 중 하나만 충족해서는 단서가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항력이 없는 임차권이라면 보증금을 전혀 못 받았더라도 경락에 따라 소멸한다는 본문이 그대로 적용된다. 반대로 대항력이 있더라도 보증금이 “모두” 변제된 경우라면 단서가 적용될 이유가 없다. 조문이 “모두”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보증금 중 일부만 변제받지 못한 경우를 조문이 어떻게 취급하는지는 이 조문 문언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즉,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인데 보증금을 모두 변제받지 못했다”는 두 요건이 함께 충족되는 경우에 한해, 임차권이 경락에 따라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조문의 구조다. 이 경우 임차권이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임차권 관계가 경락인(새 집주인)과의 관계에서도 계속 유지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대항력의 구체적인 요건이 무엇인지는 이 조문에 직접 규정되어 있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그 요건을 임의로 단정하지 않는다.
“경매가 되면 임차권은 자동으로 사라진다”는 말은 정확하지 않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는 임차권이 “경락에 따라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경매 신청이나 경매개시만으로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본문과 단서를 함께 읽으면, 모든 임차권이 예외 없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대항력 있는 임차권 중 보증금을 모두 변제받지 못한 경우는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문의 전체 구조다. “경매되면 임차권은 무조건 사라진다”는 식의 단순화는 이 단서를 빠뜨린 설명이라는 점을 짚어 둔다.
전세권과 등기된 임차권은 또 다른 이야기 —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
여기서 흔히 혼동되는 지점이 있다. 민사집행법 제91조는 경매 절차에서 각종 권리의 소멸·인수 여부를 정하는데, 이 조문이 다루는 대상은 “지상권·지역권·전세권 및 등기된 임차권”이다.
- 제91조 제3항: 이러한 권리들이 저당권·압류채권·가압류채권에 대항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각으로 소멸된다.
- 제91조 제4항 본문: 제3항의 경우가 아니라면 매수인이 인수한다. 다만 그중 전세권의 경우에는 전세권자가 제88조에 따라 배당요구를 하면 매각으로 소멸된다.
여기서 배당요구를 하면 소멸한다는 단서는 “그중 전세권의 경우”에만 붙어 있다. 등기된 임차권에는 이 단서가 없다. 그리고 질문에서 전제한 “전세 살던 집”의 임차권은 흔히 등기를 하지 않은 상태로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민사집행법 제91조가 말하는 “전세권”이나 “등기된 임차권”과 같은 개념이 아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가 쓰는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이라는 표현과 민사집행법 제91조가 쓰는 “전세권”, “등기된 임차권”이라는 표현을 서로 바꿔 쓰거나 같은 것으로 다루면 안 된다. 또한 용어 사용에도 차이가 있어,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는 “경락”이라는 표현을, 민사집행법 제91조는 “매각”이라는 표현을 쓴다.
배당요구란 무엇이고, 임차인이 반드시 해야 하는가
민사집행법 제88조 제1항은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자를 다음과 같이 정한다.
집행력 있는 정본을 가진 채권자, 경매개시결정이 등기된 뒤에 가압류를 한 채권자, 민법·상법, 그 밖의 법률에 의하여 우선변제청구권이 있는 채권자는 배당요구를 할 수 있다.
조문 표현은 “할 수 있다”로, 재량적 성격을 가진다. 다만 이 조문 자체는 임차인이 위 세 부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직접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임차인이 이 조항에 따라 배당요구를 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는 이 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고, “임차인은 반드시 배당요구를 해야 한다”는 식의 일반화도 이 조문의 문언을 넘어선다.
한편 제88조 제2항은 배당요구의 철회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한다.
배당요구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하여야 할 부담이 바뀌는 경우 배당요구를 한 채권자는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에 이를 철회하지 못한다.
여기서 철회 제한은 “배당요구에 따라 매수인이 인수하여야 할 부담이 바뀌는 경우”에 한정된다. 그 경우에 한해 “배당요구의 종기가 지난 뒤에”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지, 모든 배당요구가 일률적으로 철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배당요구의 종기가 구체적으로 언제인지는 이 조문에 직접 규정되어 있지 않다.
정리
- 경매로 소유자가 바뀌면(경락) 임차권은 원칙적으로 소멸한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본문).
- 다만 그 임차권이 대항력이 있고,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소멸하지 않는다(같은 조 단서). 두 요건은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 이 단서는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에 관한 것으로, 민사집행법 제91조가 별도로 규정하는 “전세권”·“등기된 임차권”의 소멸·인수 규정과는 다른 조문·다른 개념이다. 특히 배당요구를 하면 소멸한다는 제91조 제4항 단서는 전세권에만 있고, 등기된 임차권에는 없다.
- 배당요구는 할 수 있는 절차이고(민사집행법 제88조 제1항), 그 철회 제한은 매수인의 인수 부담이 바뀌는 경우에 한해 배당요구 종기 이후 적용된다(같은 조 제2항).
보증금을 못 받은 임차인이 새 집주인(경락인)에게 나머지를 받을 수 있는지는, 결국 그 임차권이 대항력을 갖추고 있었는지, 그리고 보증금이 얼마나 변제되었는지에 따라 조문상 결론이 달라지는 문제다. 이 글에 인용한 조문 외에 대항력의 구체적 요건이나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다루지 않는다.
참고 법령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 민사집행법 제88조(제1항, 제2항)
- 민사집행법 제91조(제3항, 제4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