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을 다 나눈 뒤에 친자로 인정된 자녀도 몫을 받을 수 있나요?
결과부터 말하면,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나눠 가진 재산 자체를 돌려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만큼을 ‘돈으로’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생깁니다. 이 내용은 민법 제1014조(분할후의 피인지자 등의 청구권)에 정해져 있습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나
상속은 사람이 사망한 순간(상속개시) 곧바로 개시됩니다. 그런데 사망 당시에는 자녀로 확인되지 않았던 사람이, 상속이 개시된 뒤에 인지(認知)를 받거나 친생자관계를 확인하는 재판이 확정되어 비로소 공동상속인 지위를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인지의 효력이 소급한다는 데 있습니다. 민법 제860조는 이렇게 정합니다.
제860조(인지의 소급효) 인지는 그 자의 출생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 그러나 제삼자의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즉 인지된 자녀는 법적으로 ‘출생한 그 순간부터’ 자녀였던 것으로 취급됩니다. 그렇다면 상속이 개시된 시점에도 이미 공동상속인이었어야 한다는 뜻이 되고, 다른 상속인들끼리 그 자녀를 빼놓고 재산을 나눈 분할은 이론상 문제가 생깁니다. 하지만 제860조 단서가 “제삼자의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못 박아, 소급효가 이미 형성된 권리관계를 무조건 뒤엎지는 않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미 나눈 재산, 다시 나눠야 하나
여기서 민법이 택한 해법이 제1014조입니다. 조문을 그대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제1014조(분할후의 피인지자 등의 청구권) 상속개시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에 의하여 공동상속인이 된 자가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할 경우에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분할 기타 처분을 한 때에는 그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이 조문이 적용되려면 두 가지 요건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 상속개시 후의 인지 또는 재판의 확정으로 공동상속인이 된 사람이 상속재산의 분할을 청구하는 상황일 것
- 그때 다른 공동상속인이 이미 분할이나 그 밖의 처분을 마친 상태일 것
이 두 요건이 모두 충족되면, 뒤늦게 공동상속인이 된 사람은 이미 이루어진 분할이나 처분 자체를 무효로 돌리거나 재산을 다시 나누자고 요구할 수는 없고, 자신의 상속분에 해당하는 가액을 지급하라고 청구할 권리만 가지게 됩니다. 원물을 돌려받는 원상회복이 아니라 금전적 가치로 정산받는 구조입니다.
왜 이렇게 정했는지는 조문 체계를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분할에도 소급효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1015조(분할의 소급효)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있다. 그러나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
인지의 소급효(제860조)와 분할의 소급효(제1015조)가 동시에 존재하면, 이미 끝난 분할과 처분을 뒤늦게 인지된 자녀 때문에 전부 무효화시켜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는 이미 재산을 넘겨받아 처분하거나 제3자에게 권리를 넘긴 사람들의 법률관계를 크게 흔듭니다. 그래서 민법은 이미 이루어진 분할·처분의 효력 자체는 그대로 두면서, 뒤늦게 확인된 상속인에게는 가액으로 정산받을 권리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 가지 짚어둘 점은, 제860조 단서와 제1015조 단서의 문구가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제860조 단서는 “제삼자의 취득한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 하고, 제1015조 단서는 “제삼자의 권리”를 해하지 못한다고만 되어 있습니다. 두 조문이 보호하는 대상의 표현이 다르므로 같은 말로 뭉뚱그려 이해하면 안 됩니다.
정리
- 상속개시 후에 인지되거나 친생자 확인 재판이 확정되어 공동상속인이 된 사람도, 아직 상속재산이 분할·처분되지 않았다면 원래대로 상속재산분할 절차에 참여해 자신의 몫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미 다른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나누거나 처분한 뒤라면, 그 분할·처분 자체는 유효하게 유지되고, 뒤늦게 상속인이 된 사람은 자신의 상속분에 상당한 가액의 지급을 청구할 권리를 갖습니다(제1014조).
- 이 청구권의 구체적인 행사 기간이나 가액을 어떤 시점 기준으로 산정하는지는 위 조문들만으로는 정해지지 않는 부분입니다.
이 글에서 다룬 세 조문(제860조, 제1014조, 제1015조)은 모두 항·호 구분이 없는 단일 문장 형태의 조문이며, 이번에 함께 개정된 다른 조문들(제1001조, 제1008조, 제1010조, 제1115조)과 달리 이번 개정으로 문언이 바뀐 조문은 아닙니다.
참고 법령
- 민법 제860조(인지의 소급효)
- 민법 제1014조(분할후의 피인지자 등의 청구권)
- 민법 제1015조(분할의 소급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