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이 몇 년 뒤에 생기면, 청구 기한을 그때부터 다시 세나요?
폭행을 당한 뒤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몸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기한이 그 증상을 알게 된 날부터 다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글은 민법 제766조의 문언을 기준으로 이 질문을 정리한다.
먼저, 두 개의 기간을 구분해야 한다
민법 제766조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두 가지 기간을 정하고 있다.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이 두 기간은 기산점(起算點), 즉 “언제부터 세기 시작하는가”가 서로 다르다.
- 3년: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센다.
- 10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센다.
이 둘은 피해자가 편하게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제766조제1항의 3년과 제2항의 10년은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되며, 둘 중 어느 하나라도 기간이 지나면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조문 문언상 10년 기간의 효과도 “전항과 같다”고 되어 있으므로, 제척기간 같은 다른 성격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제1항과 마찬가지로 소멸시효다.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 핵심이다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폭행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몇 년 뒤 후유증이 나타났다면, 3년의 기산점은 어떻게 되는가.
제766조제1항의 문언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이라고 되어 있다. 즉 기산점은 폭행이 일어난 날이 아니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손해와 가해자를 모두 안 날이다. 조문의 구조만 놓고 보면, 아직 발생하지 않아 알 수 없었던 손해에 대해서까지 폭행 당일부터 3년을 미리 세기 시작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손해”를 안 날이 기산점인 이상, 그 손해를 알게 된 시점이 언제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이 조문의 구조다.
다만 여기서 두 가지를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첫째, “안 날”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는지(예컨대 후유증을 자각한 날인지, 그 후유증이 가해 행위로 인한 것임을 인식한 날인지 등)는 조문 자체에 세부 기준이 적혀 있지 않다. 이 부분은 개별 사안에서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며, 이 글은 조문 문언 이상의 해석 기준을 단정하지 않는다.
둘째, 3년의 기산점이 “안 날”이라고 해서 10년의 기산점까지 함께 늦춰지는 것은 아니다. 제766조제2항의 10년은 “불법행위를 한 날”, 즉 폭행 행위 자체가 있었던 날부터 별도로 진행된다. 후유증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서 10년의 기산점이 후유증을 안 날로 옮겨가지는 않는다. 결국 3년의 “안 날” 기산이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폭행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그 시점에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시효로 소멸한다. 두 기간은 각자의 기산점으로 독립해서 진행되고, 둘 중 하나만 완성되어도 청구권이 소멸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미성년자 특례는 성적 침해 사건에만 적용된다
제766조제3항은 2020년 10월 20일 신설된 조항으로,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③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性的)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 <신설 2020.10.20>
이 특례는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 침해”를 당한 미성년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 미성년자가 당한 일반적인 폭행 사건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후유증이 늦게 나타나는 일반 폭행 피해 사안에서는 제1항·제2항의 원칙(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일로부터 10년)이 그대로 적용되고, 제3항과 같은 진행 정지 특례는 조문상 별도로 규정된 성적 침해 사건에 한정된다.
손해배상청구권의 근거 조문
후유증에 따른 손해배상을 이야기하려면 그 청구권이 어디서 나오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①타인의 신체, 자유 또는 명예를 해하거나 기타 정신상고통을 가한 자는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하여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 ②법원은 전항의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고 그 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상당한 담보의 제공을 명할 수 있다.
제750조는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운다. 제751조제1항은 신체를 침해하여 생긴 “재산 이외의 손해”에 대해서도 배상 책임이 있다고 정한다. 후유증으로 인한 손해는 바로 이 조문들에 근거해 배상 청구의 대상이 되는 것이고, 제766조는 그 청구권을 “언제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를 정하는 별도의 조문이다.
참고로 제751조제2항은 법원이 손해배상을 정기금채무로 지급하도록 명하고 그 이행 확보를 위해 담보 제공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는데, 이는 법원의 재량 사항(“명할 수 있다”)이지 반드시 정기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리
- 3년의 소멸시효는 폭행일이 아니라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부터 센다(제766조제1항). 후유증을 뒤늦게 알았다면 그 시점이 기산점 판단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구조다.
- 10년의 소멸시효는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별도로 진행되며(제766조제2항), 후유증을 안 날과 무관하게 폭행일 기준으로 계산된다.
- 두 기간은 각각 독립적으로 진행되고, 어느 하나가 완성되어도 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한다.
- 미성년자의 성적 침해 사건에 적용되는 진행 정지 특례(제766조제3항)는 일반 폭행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안 날”의 구체적 판단 기준은 조문에 명시되어 있지 않으며, 이 글은 그 기준을 단정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 민법 제751조(재산 이외의 손해의 배상) 제1항·제2항
-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제1항·제2항·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