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의 배상금과 산재보험금, 어느 쪽이 줄어들까
산업재해로 입은 손해를 배상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급여를 청구하기도 한다. 그런데 두 가지를 모두 받으려고 할 때 중복으로 받는 건 아닐까? 법은 어느 쪽이 줄어들도록 정했을까?
기본 원칙: 두 길이 아닌 둘 다 아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는 이런 상황을 다룬다. 핵심은 받은 순서가 아니라 어느 쪽 책임에서 받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먼저 정리하면, 산재보험 급여를 받을 때 회사의 책임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재해보상 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민법」이 정한 손해배상 책임이다. 법은 이 둘을 다르게 취급한다.
「근로기준법」 재해보상 책임: 받을 수 있기만 해도 사라진다
제80조 제1항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 책임은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으면 면제된다. 중요한 점은 “받을 수 있으면”이라는 표현이다. 실제로 돈을 받지 않았어도, 청구할 권리가 있기만 하면 회사의 책임은 사라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회사에서 먼저 배상금을 주든, 산재보험에서 먼저 급여를 주든, 어느 쪽을 받든 회사의 근로기준법상 책임은 그 시점에 면제된다.
「민법」 손해배상 책임: 받은 금액만큼만 면제된다
반면 제80조 제2항은 다르다.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은 보험급여를 “받으면” “그 금액의 한도 안에서” 면제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제한이 있다.
첫째, 실제로 받아야 한다.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둘째, 받은 금액의 한도 내에서만 면제된다.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이 1,000만 원인데 산재보험금 500만 원을 받았다면, 회사의 책임 500만 원만 사라지고 나머지 500만 원은 회사가 배상해야 할 수도 있다.
반대 방향: 배상금을 받으면 산재보험금이 줄어들 수 있다
앞의 설명은 산재보험금을 먼저 받은 뒤 회사의 책임이 어떻게 되는지였다. 반대 경로도 있다.
제80조 제3항은 이렇게 정한다. 근로자가 민법이나 다른 법령에 따라 손해배상을 받으면, 산재보험을 관리하는 공단은 그 배상금을 일정한 방식으로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산재보험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즉, 회사에서 배상금을 받은 후 산재보험을 청구했을 때, 공단이 이미 받은 배상금을 파악하면 그 상당액만큼 산재보험급여를 깎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예외가 있다. 장해보상연금이나 유족보상연금을 받는 경우, 이는 제2항의 간주 규정이 적용되어 다르게 처리된다.
결론: 순서도 중요하고 어느 책임인지도 중요하다
질문의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산재보험금을 받은 후 회사 배상을 청구하면: 회사의 근로기준법상 책임은 사라진다. 민법상 손해배상 책임도 받은 금액의 한도 내에서 줄어든다.
회사 배상을 받은 후 산재보험금을 청구하면: 받은 배상금이 산재보험금 계산에 반영되어, 보험금이 줄어들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손해를 두 배로 배상받지는 못한다는 것이 법의 원칙이다. 다만 정확히 어느 쪽이 얼마만큼 줄어드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구체적인 경우는 법적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
참고 법령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0조
- 근로기준법 (제80조 제1항 관련)
- 민법 (제80조 제2항 관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