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가해자가 중학생이면 부모도 손해배상을 해야 하나요
학교폭력 피해를 입었을 때 가해 학생이 중학생이라면, 그 부모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지만, 근거 조문과 입증 책임이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이 글은 민법 제750조, 제753조, 제755조와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만을 근거로, 가해 학생 본인에게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는지에 따라 부모 책임의 근거와 입증 부담이 어떻게 갈리는지 정리한다.
핵심 조문부터 확인한다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일반불법행위 조문이다.
제753조(미성년자의 책임능력)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
여기서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의 유무다. 조문 자체에는 몇 세 이상이면 책임능력이 있다는 식의 나이 기준이 없다.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① 다른 자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감독의무자를 갈음하여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사람을 감독하는 자도 제1항의 책임이 있다.
이 조문의 주체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이지, 조문에 ‘부모’라는 단어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성년 자녀에 대해서는 부모가 통상 이 법정의무자에 해당한다.
왜 ‘책임능력’이 분기점인가
제755조제1항 본문을 다시 보면, 감독의무자의 책임은 “손해를 가한 사람이 제753조 또는 제754조에 따라 책임이 없는 경우”에만 성립한다고 되어 있다. 즉 이 조문은 가해자 본인이 책임능력이 없어서 스스로는 배상 책임을 지지 않을 때, 그 공백을 감독의무자가 메우는 구조다.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도 이 점을 분명히 한다.
“민법 제750조에 대한 특별규정인 민법 제755조 제1항에 의하여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의 의무 있는 자가 지는 손해배상책임은 그 미성년자에게 책임이 없음을 전제로 하여 이를 보충하는 책임이고, 그 경우에 감독의무자 자신이 감독의무를 해태하지 아니하였음을 입증하지 아니하는 한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나, 반면에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할 것이므로 … 이 경우에 그러한 감독의무위반사실 및 손해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이 설시에서 질문의 핵심 답이 나온다. 가해 학생이 중학생으로서 책임을 변식할 지능, 즉 책임능력이 있다고 평가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부모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때 부모 책임의 근거 조문이 달라진다.
두 갈래 — 근거 조문과 입증책임이 다르다
① 가해 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 근거: 제755조제1항 본문·단서
- 구조: 가해 학생 본인은 제753조에 따라 책임이 없다. 그 공백을 감독의무자(통상 부모)가 메운다.
- 입증책임: 단서에 따라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책임을 면하는데, 93다13605가 밝히듯 이 경우 감독의무자 스스로 자신이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즉 입증 부담이 부모 쪽에 있다.
② 가해 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 근거: 제750조(일반불법행위). 93다13605는 이 경우 감독의무자를 “일반불법행위자”로 표현한다. 제755조나 그 단서로 이 경우의 부모 책임을 설명해서는 안 된다.
- 구조: 가해 학생 본인이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진다. 부모 역시 별도로 제750조 요건, 즉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면 책임을 진다.
- 입증책임: 93다13605는 “그러한 감독의무위반사실 및 손해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즉 이번에는 피해자 측,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쪽이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그로 인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정리하면, 가해 학생이 중학생이라는 사실만으로는 부모 책임의 유무가 결정되지 않는다. 그 학생에게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었는지가 먼저 갈리고, 그에 따라 청구의 근거 조문과 누가 무엇을 입증해야 하는지가 완전히 달라진다.
93다13605 판결의 실제 결론 — 부모 책임이 부정된 사례
이 판결의 사실관계와 결론을 정확히 짚을 필요가 있다. 사안은 학교폭력이 아니라 오토바이 운전 중 발생한 교통사고였다. 원심은 사고 당시 만 17세 9개월 남짓 된 고등학교 3학년생이던 가해자에게 “자기 행위에 대한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었다”고 보아, 그 부모의 제755조제1항에 따른 책임을 부정했다. 나아가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부모가 감독을 게을리한 과실이 있고 그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제750조에 따른 책임도 부정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즉 이 판결은 부모 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아니라,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의 부모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원고 측이 감독의무 위반과 인과관계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청구가 기각된 사례다. 다만 이 판결에서 특정 나이대 학생에게 책임능력이 있다고 본 것은 어디까지나 그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일 뿐, 제753조 자체가 정한 일반적 나이 기준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조문 문언상 기준은 어디까지나 “변식할 지능”의 유무다.
아울러 93다13605는 종전 대법원 1984. 7. 10. 선고 84다카474 판결의 해석이 위 법리와 저촉된다고 보아 이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84다카474 판결의 해석을 현재의 법리로 인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학교폭력 사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나
여기서 확인해 둘 점이 있다. 93다13605는 오토바이 교통사고 사안의 판결이며,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 글의 근거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제750조, 제753조, 제755조는 불법행위 일반에 적용되는 민법 조문이고, 93다13605가 제시한 ‘책임능력 유무에 따른 근거 조문과 입증책임의 분기’ 법리 자체는 가해자가 미성년자인 불법행위 사건 전반에 적용되는 일반 법리로 판시된 것이다. 그러나 학교폭력이라는 사안 유형에 특유한 사실관계, 가령 가해 행위의 지속성·집단성, 학교 측 조치 여부 등이 감독의무 위반이나 인과관계 판단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는 이 자료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
정리
- 중학생 가해자의 부모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예, 다만 근거와 입증 부담이 다르다”가 정확한 답이다.
- 가해 학생이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다고 판단되면, 제755조제1항에 따라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책임을 면한다.
- 가해 학생이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다고 판단되면, 부모 책임의 근거는 제750조이며, 이때는 피해자 측이 부모의 감독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입증해야 한다.
- 가해 학생 본인이 불법행위책임을 진다는 사실만으로 부모 책임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 제755조 문언에 ‘부모’라는 표현은 없으며, 주체는 “그를 감독할 법정의무가 있는 자”다. ‘무조건’, ‘당연히’, ‘자동으로’ 부모가 연대책임을 진다는 식의 설명은 조문과 판례의 내용을 넘어선다.
참고 법령·판례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 민법 제753조(미성년자의 책임능력)
-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제1항·제2항
-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손해배상(기))
관련 판례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이 경우에 그러한 감독의무위반사실 및 손해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