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가해자가 미성년자일 때, 부모는 정말 손해배상을 해야 할까
학교에서 한 학생이 다른 학생을 폭행해 상해를 입혔다. 피해자 측에서 배상을 청구할 때, 흔히 묻는 질문이 있다: “가해자가 중학생이라면 부모가 배상해야 하나요?” 답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단순히 “미성년자이면 부모가 책임진다”는 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법이 정한 두 가지 책임 구조와 그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미성년자도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다
미성년자는 항상 책임을 피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753조는 “미성년자가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그 행위의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없는 때에는 배상의 책임이 없다”고 정한다. 핵심은 책임을 변식할 지능이 있는지 여부이다.
예를 들어, 어린 아이가 한 행동과 법적으로 성숙한 청소년이 한 행동은 다르게 평가된다. 같은 미성년자라도 자신의 행위가 위법이라는 것을 알고, 그 결과를 충분히 인식할 능력이 있으면 책임능력이 있다고 본다. 충분한 지능을 갖춘 미성년자라면 스스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다.
책임능력이 있어도 부모의 책임은 따로 존재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있다. 가해자 미성년자가 책임을 진다고 해서 부모의 책임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1994년 판결(93다13605)에서 이를 명확히 했다. 판결은 다음을 제시했다: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이는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일반 규정)에 근거한다. 부모가 자녀를 적절히 감독하지 않아 폭행이 발생했다면, 가해자 본인의 책임과 별개로 부모도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평소 자녀의 폭력적 행동 경향을 알면서도 방치했거나, 학교에서의 문제 행동을 충분히 지도하지 않은 경우가 해당한다.
입증 책임의 차이가 결정적이다
여기서 중요한 법률적 구조가 있다.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와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의 경우, 누가 무엇을 증명해야 하는지가 다르다.
책임능력이 없는 미성년자의 경우, 민법 제755조는 부모에게 감독의무자로서 책임을 지운다. 단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가 있다. 즉, 부모가 감독을 충분히 했음을 스스로 증명하지 못하면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부모가 직접 증명의 책임을 진다.
반면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의 경우는 다르다. 부모의 책임은 제750조의 일반불법행위책임이 된다. 이 경우, 손해를 입은 측이 다음을 증명해야 한다:
- 부모가 자녀를 감독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사실
- 그러한 감독 의무 위반이 손해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부모 입장에서는 감독을 잘했다고 증명할 책임이 없는 대신, 피해자 측이 더 구체적으로 감독 불이행의 경위와 그것이 폭행으로 이어진 과정을 입증해야 한다.
현실에서는 어떻게 될까
법률의 명확성에도 불구하고, 실제 사건에서 법원은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93다13605 판결도 결국 피해자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부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책임능력이 있는 미성년자의 부모 책임은 “감독 의무 위반”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폭력 피해자 입장에서는:
- 가해자 미성년자가 책임을 진다는 사실에만 의존하지 말고
- 부모의 감독 소홀을 보여주는 증거(학교와의 통신, 상담 기록, 사전 경고나 지도의 부재 등)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 법령
-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
- 민법 제753조(미성년자의 책임능력)
- 민법 제755조(감독자의 책임)
- 대법원 1994. 2. 8. 선고 93다13605 판결
관련 판례
미성년자가 책임능력이 있어 그 스스로 불법행위책임을 지는 경우에도 그 손해가 당해 미성년자의 감독의무자의 의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감독의무자는 일반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있고 이 경우에 그러한 감독의무위반사실 및 손해발생과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이를 주장하는 자가 입증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