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심판을 청구하면 더 무거운 처분을 받을 수도 있나요?
행정처분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괜히 청구했다가 처분이 더 무거워지면 어떡하나”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행정심판법은 이런 걱정을 막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다. 위원회는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한 재결을 하지 못한다(행정심판법 제47조제2항). 다만 이 규정이 정확히 무엇을 막고 무엇을 막지 않는지는 조문을 그대로 읽어야 한다.
제47조제2항 — 위원회는 더 불리한 재결을 하지 못한다
행정심판법 제47조제2항은 다음과 같다.
위원회는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한 재결을 하지 못한다.
이 조문의 구조를 정확히 보면 세 가지가 확인된다.
- 주어는 위원회다. 재결을 하는 주체는 행정심판위원회이고, 이 조문이 금지하는 것은 위원회의 재결 행위다.
- 금지 대상은 재결이다. 위원회가 내리는 결정(재결) 자체가 심판청구 대상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비교 기준은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다. 즉 청구인이 애초에 다투었던 그 처분과 비교해 재결이 더 불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조문에는 “처분청이 따로 하는 처분”까지 막는다는 내용은 없다. 그러므로 행정심판 결과와 무관하게 처분청이 별도로 행하는 조치까지 이 조문이 통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조문 문언 그대로, 이 규정이 금지하는 것은 위원회의 재결에 한정된다.
제47조제1항 — 재결의 범위 제한은 별개의 규정
같은 제47조의 제1항은 제2항과 다른 내용을 정한다.
위원회는 심판청구의 대상이 되는 처분 또는 부작위 외의 사항에 대하여는 재결하지 못한다.
제1항은 위원회가 재결할 수 있는 ‘사항의 범위’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즉 심판청구의 대상이 된 처분이나 부작위 외의 다른 사항까지 위원회가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반면 제2항은 재결의 ‘불리한 정도’를 제한하는 규정이다. 두 항은 서로 다른 금지를 정하고 있으므로, “위원회는 심판청구 대상 외의 사항에 대해 더 불리하게 재결하지 못한다”는 식으로 한 문장으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
취소심판이 인용되면 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것 — 제43조제3항
행정심판에는 취소심판, 무효등확인심판, 의무이행심판이 있고, 각각 인용(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되었을 때 위원회가 하는 조치가 다르다.
취소심판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행정심판법 제43조제3항에 따라 위원회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세 가지다.
① 처분을 취소한다. ② 처분을 다른 처분으로 변경한다. ③ 처분을 다른 처분으로 변경할 것을 피청구인에게 명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주체의 구분이다. ①과 ②는 위원회가 직접 하는 조치이고, ③은 위원회가 피청구인(처분청)에게 변경을 ‘명하는’ 조치다. 셋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기준은 조문에 나와 있지 않으므로, 어떤 경우에 변경을 하고 어떤 경우에 변경을 명하는지는 조문만으로는 알 수 없다.
“다른 처분으로 변경”이 더 무거운 처분을 뜻하지는 않는다
제43조제3항의 “다른 처분으로 변경”이라는 표현을 보고 “위원회가 원래 처분보다 더 무거운 처분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이 변경과 변경 명령도 모두 ‘재결’의 한 형태다. 그리고 재결은 제47조제2항에 따라 심판청구 대상이 되는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할 수 없다.
따라서 변경이든 변경명령이든, 그 결과가 원래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해지는 방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제약이 함께 적용된다. “다른 처분으로 변경”이라는 말 자체가 불리한 변경까지 허용한다는 뜻은 아니다.
각하와 기각은 다른 요건, 다른 결과
행정심판 결과를 이야기할 때 각하와 기각을 같은 의미로 혼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두 요건은 분명히 다르다.
- 각하: 심판청구가 “적법하지 아니하면” 내려진다(제43조제1항). 즉 심판청구의 형식적·절차적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다.
- 기각: 심판청구가 “이유가 없다고 인정”될 때 내려진다(제43조제2항). 즉 청구의 실체적 내용을 심리한 결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둘 다 청구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판단 단계와 요건이 다르므로 같은 결과로 서술해서는 안 된다.
무효등확인심판과 의무이행심판 — 각각 다른 조치
취소심판 외의 심판 유형에서 인용되었을 때 위원회가 하는 조치도 각 항에 따라 다르다.
- 무효등확인심판(제43조제4항):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위원회는 “처분의 효력 유무 또는 처분의 존재 여부를 확인한다.” 이 심판은 확인에 그치며, 변경이라는 조치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 의무이행심판(제43조제5항):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위원회는 “지체 없이 신청에 따른 처분을 하거나 처분을 할 것을 피청구인에게 명한다.” 여기서도 위원회가 직접 처분을 하는 경우와 피청구인에게 명하는 경우가 구분되어 있다.
변경이라는 문언은 취소심판을 다루는 제43조제3항에만 들어 있고, 무효등확인심판과 의무이행심판에는 변경 조치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조문의 지위와 적용 범위
행정심판법 제43조(재결의 구분)와 제47조(재결의 범위)는 각각 항만 있고 호·목은 없는 구조다. 제43조는 5개 항, 제47조는 2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삭제된 항은 없다. 2026-10-25 기준으로 두 조문은 모두 현행이며, 시행일은 2023년 3월 21일이다.
다만 두 조문에는 별도의 개정 연혁 표기가 없다. 2023년 3월 21일 일부개정(법률 제19269호)이 함께 고친 조문은 제24조(피청구인의 심판청구서 등의 접수·처리), 제32조(보정), 제32조의2(보정할 수 없는 심판청구의 각하)이며, 제43조와 제47조는 이 개정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현재의 제43조·제47조 문언을 이 개정이 만들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해당 부칙(제19269호, 2023. 3. 21.)은 시행일(공포한 날부터 시행)과 적용례(이 법 시행 이후 청구되는 행정심판부터 적용)만을 정하고 있으며, 별도의 경과조치 조문은 없다.
조문 제목에 관한 참고
실무나 교육 자료에서 “불이익변경금지”, “변경재결”, “변경명령재결”이라는 용어가 종종 쓰이지만, 이는 조문에 등장하는 표현이 아니다. 행정심판법상 제43조의 조문 제목은 “재결의 구분”이고, 제47조의 조문 제목은 “재결의 범위”다. 조문에는 “불이익변경금지”라는 표제어나 괄호 정의 규정이 없으며, 각하(却下)·기각(棄却)에 붙은 한자는 단순한 한자 병기일 뿐 별도의 법률상 정의를 구성하지 않는다.
정리
- 행정심판법 제47조제2항은 위원회가 내리는 재결이 심판청구 대상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금지되는 것은 위원회의 재결이며, 그 비교 대상은 심판청구의 대상이 된 처분이다.
- 제47조제1항은 재결할 수 있는 사항의 범위를 심판청구 대상인 처분 또는 부작위로 한정하는 별개의 규정이다.
- 취소심판이 인용되면 위원회는 처분 취소, 다른 처분으로의 변경, 또는 변경명령 중 하나를 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재결이므로 청구인에게 더 불리한 방향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다.
- 각하는 심판청구가 부적법할 때, 기각은 청구에 이유가 없을 때 각각 내려지며 요건이 다르다.
- 무효등확인심판은 확인에 그치고, 의무이행심판은 처분 또는 처분 명령으로 이어지며, 변경이라는 조치는 취소심판에만 규정되어 있다.
- 이 주제에 관한 구체적 판례는 확인된 바 없으므로 단정적으로 서술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행정심판법 제43조(재결의 구분) 제1항~제5항
- 행정심판법 제47조(재결의 범위) 제1항·제2항
- 행정심판법 부칙 <법률 제19269호, 2023. 3. 21.> 제1조·제2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