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넘어간 사실을 말 안 하고 전세 놓으면 사기인가요
질문의 핵심
집이 경매에 넘어간 상태에서 임대인이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새로 전세 계약을 맺었다면,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실관계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형법 제347조가 정한 사기죄의 요건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볼 필요가 있다.
형법 제347조(사기)는 무엇을 처벌하는가
형법 제347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형법 [시행 2026. 10. 2.] [법률 제22007호, 2026. 9. 29., 일부개정])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사기죄는 **“사람을 기망하여”**라는 행위와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이라는 결과가 하나의 문장으로 결합된 범죄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조문이 완성되지 않는다. 즉 “경매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제1항의 구성요건이 곧바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알리지 않은 사실이 ‘기망’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 기망으로 인해 임차보증금을 교부받았다는 인과관계가 있는지를 각각 따져야 조문이 말하는 사기가 된다.
“숨긴 것”과 “기망”은 조문상 같은 말이 아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지점이 있다. 형법 제347조 어디에도 ‘고지의무’, ‘경매’, ‘숨기다’, ‘전세’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조문이 정하는 범죄행위는 오직 ‘기망’ 한 가지뿐이다.
그렇다면 “알고 있었는데 말하지 않은 것”이 조문상 ‘기망’에 해당하는지는 조문 문언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제347조에는 기망의 정의나 범위를 정한 괄호 규정도 없다. 적극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과, 묻지 않은 사실을 말하지 않고 침묵한 것이 같은 평가를 받는지는 조문 바깥의 법리와 구체적 사실관계(임대인이 상대방의 질문에 거짓으로 답했는지, 계약서나 중개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는지, 경매개시 단계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이 글의 근거 자료에는 이 쟁점을 다룬 판례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경매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사기다” 또는 “아니다”라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릴 수 없다.
본인이 직접 받지 않아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제347조 제2항은 같은 방법(기망)으로 제삼자가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경우에도 제1항과 같은 형으로 처벌한다고 정한다. 다시 말해 기망 행위를 한 사람 본인이 보증금을 직접 받은 경우만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망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이익을 얻게 한 경우도 같은 법정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임대차 거래에서 명의자와 실제 수령자가 다른 구조라면 이 조항이 함께 검토될 여지가 있다.
법정형
제1항이 정한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징역형과 벌금형이 ‘또는’으로 연결된 선택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제347조는 제1항과 제2항 두 개의 항으로만 구성되어 있고, 별도의 호나 목은 없다.
조문 연혁 참고
현재 시행 중인 제347조 문언은 법률 제22007호(공포 2026. 9. 29., 시행 2026. 10. 2.)로 공포된 법령집에 실려 있지만, 이 조문 자체의 문언과 제목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21231호(공포 2025. 12. 23.)다. 즉 조문 내용이 바뀐 시점과 법령집 전체가 다시 공포·시행된 시점이 서로 다른 번호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개정(제21231호)의 구체적인 시행일, 적용례, 경과조치, 그 밖에 함께 고쳐진 벌칙 조문이 있는지는 이 글이 참고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추가로 단정하지 않는다. 부칙(법률 제22007호)은 “이 법은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한다”는 시행일 규정 한 줄만을 두고 있고,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없다.
정리
-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과 그로 인한 ‘재물의 교부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이라는 두 요소가 모두 필요하다. 경매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조문의 요건이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 침묵·미고지가 조문상 ‘기망’에 해당하는지는 조문 문언에 정의되어 있지 않고,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리 평가될 수 있는 문제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판례는 이 글의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 본인이 직접 보증금을 받지 않고 제삼자가 이익을 얻게 한 경우도 제2항에 따라 같은 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실제 상황에서 경매 진행 단계, 임대인이 한 설명의 내용, 계약 체결 경위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므로, 조문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사실관계 전체를 함께 살펴야 한다.
참고 법령
- 형법 제347조(사기) 제1항, 제2항
- 형법 부칙 <제22007호, 2026.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