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청이 오래 가만있기만 하면 나중에 처분을 못 하게 되나요?

입력 2026.10.16. 오전 10:08

결론부터: “못 하게 되는” 게 아니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관청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는데도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면, 국민이 “이제 와서 저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겠구나”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행정기본법 제12조제2항은 행정청에게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다만 이 조문은 권한이 ‘소멸’한다거나 ‘시효’가 완성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권한 자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행정청에게 “행사하지 말라”는 금지가 걸리는 구조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아래에서 조문 문언을 그대로 짚어본다.

행정기본법 제12조(신뢰보호의 원칙) 전문

제12조(신뢰보호의 원칙)
①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
②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이 조는 두 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고, 호나 목은 없다. 괄호로 정의된 용어도, 벌칙이나 과태료 규정도 붙어 있지 않다.

제2항: 세 가지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질문의 핵심은 제2항이다. “오래 방치하면 행사할 수 없다”로 줄여 말하기 쉽지만,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요건이 하나가 아니라 세 가지다.

  1.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었을 것 — 행정청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야 한다.
  2.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였을 것 — 단순히 시간이 흐른 게 아니라, 행사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은 상태가 길게 이어졌어야 한다.
  3.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것 — 행정청의 장기간 불행사로 인해 국민 쪽에 그런 믿음을 가질 만한 ‘정당한 사유’가 형성되었어야 한다.

세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비로소 행정청은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는 금지를 받는다. 셋 중 하나만 있어서는, 예를 들어 단순히 시간이 오래 지났다는 사실만으로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장기간”이 구체적으로 몇 년 혹은 몇 개월을 의미하는지는 조문에 정해져 있지 않다. 개별 사안에서 기간이 충분한지, 국민의 믿음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지, 법에 미리 정해진 숫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효과는 ‘금지’다 — 소멸이나 시효가 아니다

제2항이 정하는 효과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는 문언 그대로다. 권한이 자동으로 없어진다거나 시효가 완성되어 소멸한다는 표현은 조문에 없다. 행정법 논의에서 종종 쓰이는 ‘실권(失權)‘이라는 말도 이 조문의 문언은 아니다.

즉 이 규정은 행정청의 행위에 대한 금지 규범이다. 권한의 존부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신뢰보호의 원칙에 따라 행정청이 특정 시점 이후 그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막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단서: 공익이나 제3자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으면 예외

제2항 단서는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두 가지를 주의해야 한다.

  • ‘현저히’라는 수식어가 들어 있다. 공익이나 제3자 이익을 조금 해치는 정도로는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어느 정도 이상으로 ‘현저하게’ 해칠 사정이어야 한다.
  • ‘우려가 있는 경우’라고 되어 있을 뿐, 실제로 침해가 발생했어야 한다는 요건은 없다. 우려 단계에서도 단서가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 단서는 본문의 금지를 풀어주는 역할만 한다. 단서가 적용된다고 해서 행정청이 반드시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지가 해제될 뿐, 행사 여부는 여전히 행정청의 판단에 맡겨진다.

제1항: 신뢰보호의 일반 의무

제1항은 제2항과 형식이 다르다. 제1항은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는 본문과 단서로 나뉜 구조가 아니라, 하나의 문장 안에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예외가 포함된 형태다. 제2항이 본문-단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과는 조문 구조가 다르다.

제1항은 “하여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국민의 신뢰가 “정당하고 합리적”일 것을 전제로 한다. 제2항이 특정 요건(장기간 불행사 등)을 갖춘 경우의 금지를 규정한 것에 비해, 제1항은 신뢰보호 전반에 관한 일반 원칙을 선언한 조항으로 읽힌다.

이 조문의 개정·시행 내역

현재 시행 중인 행정기본법은 법률 제20824호(2025. 3. 18. 일부개정, 시행 2026-03-19) 판본이다. 그런데 제12조 자체에는 별도의 연혁 표기가 없어, 이 문언이 언제 어떤 개정으로 만들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제20824호 개정으로 함께 고쳐진 조문은 제28조(과징금의 기준)와 제36조(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이며, 제12조는 그 개정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참고로 제20824호의 부칙은 다음과 같이 시행일을 정한다.

부칙 <제20824호,2025.3.18>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36조제5항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고, 제28조제3항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즉 원칙은 공포한 날 시행이고, 제36조제5항은 공포 후 6개월, 제28조제3항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 시행된다는 예외만 있을 뿐,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따로 없다. 제12조가 2025~2026년 사이에 새로 개정되거나 시행 시점이 조정된 조항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리

  • 관청이 오래 가만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처분 권한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행정기본법 제12조제2항에 따라, ①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었는데도 ② 장기간 행사하지 않았고 ③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않을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생긴 경우라야, 행정청은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는 금지를 받는다.
  • 이 효과는 권한의 소멸이나 시효 완성이 아니라, 행정청의 행위에 대한 금지다.
  •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단서에 따라 이 금지가 예외적으로 풀린다. 다만 이때도 행정청에게 반드시 행사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 “장기간”의 구체적 기간이나 “현저히”의 판단 기준은 조문에 수치나 기준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참고 법령

  • 행정기본법 제12조(신뢰보호의 원칙) 제1항, 제2항
  • 행정기본법 부칙 <제20824호, 2025. 3. 18.>

관련 법령: 행정기본법 제12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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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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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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