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한 발언, 업무와 상관없어도 책임을 안 지나요?

입력 2026.10.13. 오전 10:08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쏟아내는 발언 중에는 명예훼손성 발언이나 자극적인 폭로가 섞여 있을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나오는 질문이 있다. “국회에서 한 말이면 무조건 책임이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틀렸다. 면책특권은 아무 발언에나 적용되는 백지수표가 아니라, 헌법이 정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만 작동하는 제한적 제도다.

헌법 제45조의 문언: 요건과 효과를 구분하자

헌법 제45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이 한 문장 안에 요건과 효과가 모두 들어 있는데, 이 둘을 섞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 요건 ① 국회에서 ② 직무상 행한
  • 대상 발언과 표결
  • 효과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즉 면책특권이 성립하려면 발언이 ‘국회에서’ 이루어졌어야 하고, 동시에 ‘직무상’ 행해진 것이어야 한다. 두 요건 중 하나라도 빠지면 면책특권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효과 역시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으로, 이를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처럼 넓게 읽으면 조문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면책특권은 국회 바깥에서의 법적 책임(형사처벌, 민사상 손해배상 등)을 면해주는 제도이지, 국회 내부의 징계나 정치적 책임까지 없애주는 것은 아니다.

참고로 이 조문은 항·호·목 구분 없이 단 한 문장으로 되어 있고 단서도 없다. 현행 헌법(헌법 제10호, 1987. 10. 29. 전부개정)은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되었는데, 제45조의 지금 문언을 만든 개정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연혁 표기가 남아 있지 않아 이 글의 근거 자료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부칙을 보면 제1조는 시행일과 시행 전 준비행위에 관한 것이고, 제2조부터 제6조까지는 당시 최초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공무원의 지위, 종전 법령·조약의 효력, 기존 기관의 존속에 관한 경과규정일 뿐, 제45조에 특화된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없다.

면책특권은 왜 존재하나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도14442 판결은 면책특권의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있다.

쉽게 말해, 국회의원이 소송이나 처벌을 겁내 할 말을 삼키면 국회 본연의 기능(입법, 국정감사·조사 등 국정통제)이 위축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헌법은 국회 ‘안’에서의 ‘직무’ 관련 발언만큼은 국회 ‘밖’에서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막아 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이 기능 보장이라는 목적에서 멀어진 발언—예를 들어 직무와 무관한 사적인 언사나, 국회 바깥에서 한 별개의 행위—까지 보호할 이유는 없다.

‘국회에서’와 ‘직무상’은 좁게만 해석되지 않는다 — 판례가 더한 것

여기서 많이들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국회 회의장 안에서 한 말”만 면책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그러나 판례는 면책 대상을 조문 문언보다 넓게 해석한다.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국회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표현행위 자체에만 국한되지 아니하고 이에 통상적으로 부수하여 행하여지는 행위까지 포함하며, 그와 같은 부수행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행위의 목적·장소·태양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부분은 헌법 제45조의 문언 자체가 아니라, 대법원이 조문의 취지를 살려 내린 해석이라는 점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조문에는 ‘부수행위’라는 말이 없다. 판례가 이를 더해, 발언·표결이라는 행위 자체는 물론 그에 통상적으로 딸려오는 행위까지 보호 범위에 넣은 것이다. 다만 어떤 행위가 ‘부수행위’인지는 자동으로 정해지지 않고, 그 행위의 목적·장소·태양 등을 종합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실제 사례: 보도자료 사전 배포는 면책, 인터넷 게재는 면책 아님

위 판결의 사실관계가 이 구분을 잘 보여준다. 한 국회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개의되는 날, 개의 직전에 자신이 그 위원회에서 발언할 내용을 정리한 보도자료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리고 그날 실제로 위원회에서 그 보도자료의 주요 내용을 발언했다.

대법원은 이 보도자료 사전 배포 행위를 직무부수행위로 인정했다. 발언 장소(국회 의원회관), 시점(위원회 개의 직전), 목적(보도의 편의를 위해, 그리고 실제로 그날 위원회에서 같은 내용을 발언)을 종합한 결과다. 그 결과 이 부분에 대한 공소는 기각되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면책특권 대상으로 인정될 때 법원이 내리는 결론은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이라는 점이다. 근거는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즉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다. 실제로 이 판결은 원심이 보도자료 배포로 인한 명예훼손 부분을 실체 심리까지 해서 ‘무죄’라고 판단한 것을 두고 “적절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던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부분을 공소기각했기 때문에 전체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고 보았다.

반면 같은 보도자료를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재한 행위는 전혀 다르게 취급되었다. 이 게재 행위는 국회 회의와 직접 연결된 시점·장소·태양을 갖추지 못했고, 면책특권의 대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대신 이 부분은 통신비밀 공개행위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는데, 대법원은 다음 네 가지 요건—① 불법 감청·녹음 사실 자체를 고발할 목적이거나 비상한 공적 관심사에 해당할 것, ② 그 결과물 취득 과정에 위법하거나 적극적·주도적으로 관여하지 않았을 것, ③ 공개가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로 최소화되었을 것, ④ 공개로 얻는 이익이 통신비밀 보호 이익을 초과할 것—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보아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법리는 공개행위의 주체가 언론기관이 아니라 다른 사람(국회의원 포함)이어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이 부분—통신비밀보호법 위반과 이와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던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 부분—은 원심판결이 파기되어 사건이 환송되었다.

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핵심은,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라도 어떻게·언제·어디서 배포했는지에 따라 면책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국회 일과 관련된 보도자료였으니 어디에 올려도 면책된다”는 식의 일반화는 이 판결과 정면으로 어긋난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이라면 입증은 누구 몫인가

면책특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 즉 국회 밖에서의 발언이나 행위가 명예훼손으로 문제 될 때는 일반적인 형사법 원칙이 그대로 작동한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적시된 사실이 허위라는 점과 피고인이 그것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모두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만약 허위성 입증이 부족하면 법원은 공소장 변경 없이도 직권으로 (허위 여부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인정’할 수 있다’에 그치며,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사정이 없다면 법원이 직권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한 것은 아니다.

정리

  • 면책특권이 성립하려면 ① 국회에서, ② 직무상 행해진 발언·표결이어야 한다. 효과는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지, 모든 책임을 전부 없애주는 제도가 아니다.
  • 판례는 이 보호 범위를 발언·표결 그 자체뿐 아니라 ‘통상적으로 부수하는 행위’까지 넓혔지만, 이는 목적·장소·태양을 종합해 개별 판단해야 하는 사안이지, 국회 일과 조금이라도 관련되면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다.
  • 면책특권이 인정되면 결론은 무죄가 아니라 공소기각이다.
  • 같은 내용이라도 국회 내 발언에 직접 결부된 행위(위원회 개의 직전 보도자료 배포)는 면책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와 별개로 이루어진 공개행위(인터넷 홈페이지 게재)는 면책 대상이 아니며 별도의 법리(정당행위 요건 등)로 심사된다.

참고 법령·판례

  • 대한민국헌법 제45조
  • 헌법 부칙(제10호, 1987. 10. 29. 전부개정) 제1조~제6조
  •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
  • 형법 제20조, 제307조 제1항·제2항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제16조 제1항
  •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도14442 판결

관련 법령: 대한민국헌법 제45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09도14442 —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도14442 판결

[1]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하고 있다. 그 취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자로서 국회 내에서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국회가 입법 및 국정통제 등 헌법에 의하여 부여된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하고 그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에 있다. 따라서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행위는 국회의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국회의원의 국회 내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이라는 의사표현행위 자체에만 국한

판결문 원문 (2011-05-13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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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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