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떠난 공범의 진술조서, '외국거주'만으로 증거가 될까 — 형사소송법 제314조의 두 가지 관문
질문: 공범이 해외에 있으면 그 진술조서는 당연히 증거가 되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조문만 보고 “당연히 된다” 또는 “당연히 안 된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 형사소송법 제314조는 두 단계 요건을 동시에 요구하는 구조이고, 이 글이 근거로 삼는 법령 원문에는 ‘공범’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아래에서 조문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며 무엇이 요건이고 무엇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는지 구분한다.
조문 원문부터 확인한다
형사소송법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는 다음과 같다(현행, 시행 2026-10-02, 법률 제21857호 — 다만 이 조문 자체는 2016. 5. 29. 개정 문언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에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가 사망ㆍ질병ㆍ외국거주ㆍ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에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ㆍ사진ㆍ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를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이 조문은 항ㆍ호ㆍ목이 없는 단일 조문이며, 연혁 표기는 <개정 2016.5.29> [전문개정 2007.6.1]이다. 2026. 8. 4.에 공포되어 2026. 10. 2.부터 시행된 법률 제21857호는 형사소송법의 여러 조문을 손질했지만, 제314조의 문언을 만든 개정은 그보다 앞선 법률 제14179호(공포 2016. 5. 29.)다. 즉 현행 법률 제21857호가 이 조를 새로 고친 것이 아니다. 참고로 2027. 12. 31. 시행 예정인 법률 제21241호(2025. 12. 30. 일부개정)도 제314조의 문언은 그대로 유지한다. 앞으로도 이 조가 개정될 예정이라는 뜻은 아니다 — 확인되는 것은 ‘현재까지의 문언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첫 번째 관문: 본문 — ‘외국거주’는 이유 중 하나일 뿐이다
본문이 정한 요건은 “사망ㆍ질병ㆍ외국거주ㆍ소재불명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때”다. 여기서 핵심은 ‘외국거주’라는 사실 자체가 요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요건은 그러한 사유로 인하여 “진술할 수 없는” 상태다. 조문 문언상 외국에 거주한다는 사정은 진술불능을 인정받기 위한 사유들 중 하나로 나열되어 있을 뿐이며, 외국거주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해서 본문 요건이 자동으로 채워진다고 조문이 말하고 있지는 않다.
또한 본문의 적용 범위도 특정되어 있다. 이 조가 작동하는 경우는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이고, 적용 대상은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 진술을 요하는 자”다. 조문 원문 어디에도 ‘공범’이라는 표현은 등장하지 않는다. 따라서 해외로 출국한 사람이 피고인의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라는 사정이, 이 조의 적용 여부나 요건 충족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 적어도 이 조문 문언만으로는 — 확인되지 않는다. “공범이니까 특별히 더 까다롭다” 혹은 “공범이어도 상관없다”는 식의 단정은 조문 자체에서 끌어낼 수 없다.
두 번째 관문: 단서 — ‘증명된 때에 한한다’
본문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조문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단서가 다음과 같이 못박고 있다.
다만,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이 문장의 구조를 분해하면 세 가지가 보인다.
- 본문의 효과는 ‘증거로 할 수 있다’는 재량형이다. 의무형(“증거로 하여야 한다”)이 아니다.
- 그 재량조차 단서가 **“~에 한한다”**는 말로 제한한다. 즉 본문 요건(진술불능 사유)을 갖췄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단서 요건(특신상태의 증명)까지 별도로 갖춰야 비로소 증거로 쓸 수 있는 문이 열린다.
- 단서는 “증명된 때”라고만 적고 있을 뿐, 누가 그 증명 책임을 지는지, 어느 정도로 증명해야 충분한지는 조문 문언에 나와 있지 않다. 이 부분까지 조문 내용처럼 서술하는 것은 과장이다.
결국 질문에 대한 답은 이렇게 정리된다 — 해외 거주 중인 공범의 진술조서라 해도, (1) 제312조 또는 제313조에 해당하는 서류이고 (2) 본문이 정한 진술불능 사유(외국거주 등)가 인정되며 (3) 그 진술 또는 작성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졌음이 증명되어야 비로소 증거로 쓸 수 있는 통로가 열린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면 조문 구조상 증거능력이 인정되는 길이 열리지 않는다. 반대로 “믿을 만한 상황(특신상태)이 증명되지 않으면” 단서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본문 사유가 아무리 명백해도 그 서류는 이 조에 의해서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 — 이것이 질문자가 물은 상황에 대한 조문상의 답이다.
괄호 안 문구는 무엇을 더하는가
본문 괄호는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자가 작성하였거나 진술한 내용이 포함된 문자ㆍ사진ㆍ영상 등의 정보로서 컴퓨터용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것을 포함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는 별도의 정의 규정이 아니라, 이 조가 다루는 “그 조서 및 그 밖의 서류”의 범위에 전자적으로 저장된 정보까지 포함시키는 문구이며, 이 조문 안에서만 작동한다.
이 조가 끌어오는 제312조·제313조는 별개의 요건 체계다
제314조는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조문이 아니라 “제312조 또는 제313조의 경우”를 전제로 삼는다. 즉 제314조가 열어주는 예외 통로를 쓰려면, 먼저 문제 된 서류가 제312조나 제313조가 규율하는 유형의 서류여야 한다. 다만 제312조ㆍ제313조의 현행 요건과 문언 내용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어떤 조서가 두 조문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그 조문들의 요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이 글에서 단정하지 않는다.
이 조문을 둘러싼 입법·경과 사정
현행 형사소송법은 법률 제21857호(2026. 8. 4. 일부개정, 2026. 10. 2. 시행)로서 검찰ㆍ경찰 조직 개편과 관련된 다수 조문(제195조, 제196조, 제245조의5 등)을 함께 손질했다. 다만 이 개정에서 제314조 자체는 고치지 않았다.
이 개정 법률의 부칙은 시행일(제1조) 외에도 여러 적용례(제2조~제11조)와 경과조치(제12조~제14조)를 두고 있는데, 제314조를 직접 다루는 조항은 없다. 다만 부칙 제12조제2항은 “이 법 시행 전에 검사가 종전의 규정에 따라 작성한 조서”는 제312조의 개정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어, 조서의 증거능력을 판단할 때 시행 전후 어느 규정이 적용되는지를 가릴 때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이 개정 법률 중 일부 조문은 2026-10-24 기준으로 아직 시행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제197조의4, 제260조(재정신청), 제261조는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인 2027-02-05에 시행되고, 압수ㆍ수색ㆍ검증의 영상녹화를 정한 제220조의2와 피의자신문 등의 녹음을 정한 제244조의6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인 2027-08-05에 시행된다. 이 조문들은 제314조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같은 개정 법률 안에 있으므로 기준일 현재 ‘현행’으로 혼동하지 않도록 유의할 부분이다.
확인되지 않은 것 — 판례
제314조의 해석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판례가 축적되어 있는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번호나 구체적 법리를 임의로 적시하지 않는다. 특신상태의 증명 주체, 증명의 정도, 공범 관계에 있는 진술자의 서류를 이 조로 처리할 때의 구체적 기준 등은 조문 문언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 영역이며, 별도의 확인이 필요한 부분으로 남겨둔다.
요약
- 제314조의 요건은 ‘외국거주’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한 ‘진술할 수 없는 때’다.
- 본문 요건이 충족되어도 단서(특신상태 증명)를 함께 충족해야 ‘증거로 할 수 있다’는 재량의 문이 열린다.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이 조에 의한 증거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 조문에 ‘공범’이라는 말은 없다. 공범 진술조서에 이 조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문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 증명의 주체ㆍ정도는 조문에 나와 있지 않다.
- 이 조를 둘러싼 구체적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314조(증거능력에 대한 예외) — 본문ㆍ단서, 괄호 부분 포함
-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13조 (제314조가 전제로 삼는 조문 — 세부 요건은 본문 미확인)
- 형사소송법 부칙 <법률 제21857호, 2026. 8. 4.> 제1조(시행일), 제12조(검사가 수사 중인 사건에 관한 경과조치 등)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