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미성년 자녀가 같이 상속받을 때, 엄마가 아이 대신 서명할 수 있나요?
부모 중 한 명이 사망해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가 공동상속인이 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때 상속재산분할협의서에 살아 있는 부모(친권자)가 자녀 몫까지 대신 서명해도 되는지가 자주 문제 됩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친권자와 자녀 사이의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민법 제921조에 따라 친권자는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합니다. 아래에서 그 근거와 구조를 정리합니다.
원칙: 친권자는 자녀의 재산행위를 대리한다
민법 제920조는 친권자의 대리권에 대한 원칙을 정합니다.
제920조(자의 재산에 관한 친권자의 대리권) 법정대리인인 친권자는 자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그 자를 대리한다. 그러나 그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할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즉 미성년 자녀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 친권자가 자녀를 대리해서 처리합니다. 단서는 “그 자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할 경우” 본인(자녀)의 동의를 요구하는 규정으로, 상속재산분할과 같은 이해상반행위의 요건과는 다른 상황을 정한 것입니다.
예외: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경우
문제는 친권자 자신도 상속인이면서 동시에 자녀의 법정대리인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민법 제921조가 별도의 규정을 둡니다.
제921조(친권자와 그 자간 또는 수인의 자간의 이해상반행위) ①법정대리인인 친권자와 그 자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②법정대리인인 친권자가 그 친권에 따르는 수인의 자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함에는 법원에 그 자 일방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 <개정 2005.3.31>
조문의 구조를 정확히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1항: 친권자와 자녀 사이에 이해상반되는 행위를 할 때,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녀의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하여야 한다는 의무를 정합니다. 특별대리인을 정하는 주체는 법원이며, 친권자가 스스로 특별대리인을 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 제2항: 친권자가 여러 자녀를 함께 대리해야 하는데 그 자녀들 사이에 이해가 상반될 때는, 그 중 일방의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다만 이 조문은 “그 자 일방”의 선임 청구를 정하는 것이지, “자녀마다 각각” 선임한다는 내용을 직접 규정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제921조 자체에는 ‘상속’, ‘상속재산분할’, ‘서명’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즉 이 조문은 “상속재산분할협의는 이해상반행위다”라고 직접 명시하지 않습니다. 조문이 정하는 것은 “이해상반되는 행위”가 있을 때 친권자에게 특별대리인 선임 청구 의무를 지운다는 요건과 절차뿐입니다. 엄마와 미성년 자녀가 함께 상속인이 되어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진행하는 상황이 이 조문이 말하는 ‘이해상반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안의 성격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며, 이 글에서 그 해당 여부를 단정하지는 않습니다. (해당 문장 삭제)
친권자가 특별대리인을 직접 정할 수 없는 이유
제921조제1항의 핵심은 “친권자는 법원에… 청구하여야 한다”는 문구입니다. 선임의 주체는 법원이고, 친권자의 역할은 그 선임을 청구하는 것에 한정됩니다. 따라서 친권자가 임의로 “특별대리인은 내가 정한다”거나 자신이 직접 자녀 몫에 서명하는 방식은 조문이 정한 절차와 맞지 않습니다. 이해상반되는 행위에서 친권자의 대리권 자체를 조문이 제한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녀가 여럿일 때의 구조
제921조제2항은 친권자에게 따르는 자녀가 여럿이고 그 자녀들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상황을 다룹니다. 이때는 “그 자 일방의 특별대리인”의 선임을 청구해야 합니다. 다만 이 조문 문언 자체에는 자녀 수만큼 각각 특별대리인을 선임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몇 명의 특별대리인이 필요한지는 사안의 이해상반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조문에 맞습니다.
특별대리인 없이 한 행위의 효과는 조문에 없다
제921조는 요건(이해상반되는 행위)과 절차(법원에 선임 청구)만 정하고 있을 뿐, 특별대리인 선임 없이 이루어진 행위의 법적 효과—예를 들어 무효인지, 취소할 수 있는지, 추후 추인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습니다. 이 부분은 별도의 법리나 사안별 판단이 필요한 영역이며, 이 글에서는 조문에 없는 효과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최근 개정과 이 조문의 관계
민법은 2026. 3. 17. 시행된 법률 제21454호로 일부 개정되었습니다. 이 개정으로 함께 고쳐진 조문은 제1001조(대습상속), 제1008조(특별수익자의 상속분), 제1010조(대습상속분), 제1115조(유류분의 보전)입니다. 제920조와 제921조는 이 개정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부칙(제21454호)도 제1조에서 시행일(공포한 날부터 시행)을 정하고, 제2조~제4조에서 상속권 상실 선고 등에 관한 적용례와 특례를 정하는데, 그 적용 대상은 제1001조·제1004조의2·제1008조·제1010조·제1115조에 한정됩니다. 제920조·제921조에 관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부칙에 없습니다.
한편 제921조제2항에는 <개정 2005.3.31>이라는 연혁 표기가 있는데, 이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7428호(공포 2005. 3. 31.)로, 최근의 제21454호와는 다른 개정입니다. 제920조에는 연혁 표기 자체가 없어 이 문언을 만든 개정 공포번호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정리
- 친권자는 원칙적으로 자녀의 재산에 관한 법률행위를 대리한다(민법 제920조).
- 다만 친권자와 자녀 사이, 또는 여러 자녀 사이에 이해가 상반되는 행위를 할 때는 친권자가 법원에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민법 제921조제1항, 제2항).
- 특별대리인을 정하는 주체는 법원이며, 친권자가 임의로 정하거나 자신이 자녀를 대신해 서명하는 방식은 조문의 절차와 다르다.
- 엄마와 미성년 자녀가 함께 상속인이 되는 상황이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하는지, 특별대리인 없는 서명의 효과가 무엇인지는 조문에 직접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개별 사안의 성격에 따라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다.
- 관련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선임 청구의 관할·절차·기한도 조문 자체에는 정해져 있지 않다.
참고 법령
- 민법 제920조(자의 재산에 관한 친권자의 대리권)
- 민법 제921조(친권자와 그 자간 또는 수인의 자간의 이해상반행위) 제1항, 제2항
- 민법 부칙(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1조~제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