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영상을 지울 우려가 있으면 형사조정에 못 가나요?
상황: 증거 인멸의 우려와 형사조정
피해자와 피의자 사이에 분쟁이 있을 때, 법원에 가지 않고 더 빠르게 합의를 이루는 방법으로 ‘형사조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피의자가 촬영 영상처럼 중요한 증거를 없앨 위험이 있다면, 형사조정은 진행될 수 없을까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려면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를 살펴봐야 합니다.
형사조정의 기본 원칙: 검사의 재량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제1항에 따르면, 검사는 피의자와 범죄피해자 사이에 형사분쟁을 공정하고 원만하게 해결하여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당사자의 신청 또는 직권으로 “공소제기 여부 결정 전의 형사사건”을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할 수 있다”입니다. 이는 검사의 재량을 의미합니다. 피해자나 피의자가 신청한다고 해서 형사조정으로 자동 진행되는 것이 아닙니다. 검사가 피해의 실질적 회복에 필요하다고 판단해야 회부가 이루어집니다.
회부 금지 사유: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으면?
그러나 제41조제2항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다음 각 호에 해당하면 형사조정에 회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합니다. 이는 재량으로도 회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세 가지 금지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 공소시효의 완성이 임박한 경우
- 불기소처분의 사유에 해당함이 명백한 경우(다만, 기소유예처분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는 제외)
첫 번째 사유가 핵심입니다. 만약 피의자가 증거 영상을 지울 우려가 있다면, 이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정확히 해당합니다. 이 경우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없습니다.
“염려가 있는 경우”의 의미
주목할 점은 법률에서 “염려”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입니다. 이는 증거가 이미 없어져야만 회부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회부를 막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피의자의 도주 가능성이나 증거 인멸의 위험성이 객관적으로 인정되면, 회부가 불가능합니다.
특히 디지털 증거의 경우:
- 파일의 삭제 용이성
- 클라우드나 여러 기기에 저장된 자료의 은폐
- 피의자의 기술적 능력이나 과거 행동 패턴
이런 요소들이 증거 인멸의 “염려”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형사조정 대상 범위: 범죄 유형의 문제
또한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는 사건의 구체적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제41조제2항 본문).
특정 범죄가 형사조정 대상 사건에 포함되는지는 대통령령이 정합니다. 따라서 이 법 조항만으로는 어떤 범죄가 형사조정 대상인지 단정할 수 없습니다.
결론
증거를 지울 우려가 있으면 형사조정에 갈 수 없습니다.
이유는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제2항제1호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가 인정되면, 피해자나 피의자의 신청이 있더라도, 검사의 재량도 작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 실제로 염려가 있는지는 개별 사건마다 검사가 판단합니다.
- 특정 범죄가 형사조정 대상인지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집니다.
- 회부 가능 여부는 검사의 재량 결정이므로, 신청한다고 해서 반드시 회부되는 것도 아닙니다.
참고 법령
- 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형사조정 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