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부모 응급수술, 법원 허가 없이 먼저 해도 될까? — 민법 제947조의2로 보는 성년후견인의 의료 동의권
치매 등으로 성년후견이 개시된 부모가 갑자기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에 놓이면, 자녀(성년후견인)는 “가정법원 허가부터 받아야 하나, 그럼 수술이 늦어지는데 괜찮은 건가”라는 불안에 부딪힌다. 이 문제는 민법 제947조의2가 정하고 있고, 결론부터 말하면 동의와 허가는 서로 다른 절차이며, 모든 의료행위에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1. 원칙: 본인이 결정한다
민법 제947조의2 제1항은 이렇게 정한다.
“피성년후견인은 자신의 신상에 관하여 그의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 단독으로 결정한다.”
성년후견인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본인의 의사를 배제하지 않는다. 치매 진행 정도에 따라 본인이 의료행위에 동의할 수 있는 상태라면, 원칙적으로 본인의 결정이 우선한다.
2. 성년후견인의 대리 동의 — “동의할 수 있다”
문제는 본인이 그 상태를 허락받지 못해, 즉 스스로 동의할 수 없는 경우다. 이때 제3항이 적용된다.
“피성년후견인의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행위에 대하여 피성년후견인이 동의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성년후견인이 그를 대신하여 동의할 수 있다.”
여기서 두 가지를 정확히 짚어야 한다.
- 대리 동의가 인정되는 조건은 “피성년후견인이 동의할 수 없는 경우”로 한정된다. 본인이 동의할 수 있는 상태라면 성년후견인이 임의로 대신 동의하는 것이 아니다.
- 어미가 “동의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조문은 “의료행위” 일반을 대상으로 하며, ‘수술’이라는 단어를 따로 쓰지 않는다. 수술도 “신체를 침해하는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지만, 조문상 개념은 의료행위 전반이다.
3. 가정법원 허가가 필요한 경우 —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동의와 별개로, 일정한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에는 법원의 허가가 요구된다. 제4항 본문이다.
“제3항의 경우 피성년후견인이 의료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거나 상당한 장애를 입을 위험이 있을 때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즉 허가는 모든 의료행위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의료행위의 직접적인 결과로 사망하거나 상당한 장애를 입을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의무로 부과된다. 동의(제3항, 재량)와 허가(제4항 본문, 의무)는 요건과 성격이 다른 별개의 절차라는 점을 혼동하면 안 된다.
4. 응급수술이라 허가를 못 받았다면 — 사후 허가 청구
여기가 질문의 핵심이다. 제4항 단서를 보자.
“다만, 허가절차로 의료행위가 지체되어 피성년후견인의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때에는 사후에 허가를 청구할 수 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이 단서는 허가 자체를 면제하는 규정이 아니다. “사후에 허가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할 뿐이며, 사후 청구도 허가 절차의 일종이다.
- 적용 요건은 “허가절차로 의료행위가 지체되어 생명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때”다. 이때의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는 본문의 “상당한 장애”와는 다른 문언으로, 서로 바꿔 쓸 수 없는 별개 표현이다.
- 조문은 사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가 아니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응급수술처럼 시간을 다투는 상황에서 사전 허가를 기다리다 생명이 위험해지거나 심신상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 이 단서에 따라 수술을 먼저 진행하고 이후 가정법원에 허가를 청구하는 방식이 조문상 마련되어 있다. 다만 이 단서가 적용되려면 “허가절차로 의료행위가 지체”되어 그런 위험이 생긴다는 요건 자체를 충족해야 하고, 사후 허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5. 격리는 별개 요건 — 사후 허가 단서가 없다
치료 목적의 격리 조치는 의료행위 동의와 다른 조문, 다른 요건이다. 제2항이다.
“성년후견인이 피성년후견인을 치료 등의 목적으로 정신병원이나 그 밖의 다른 장소에 격리하려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조항에는 제4항 단서와 같은 사후 허가 예외가 없다. 격리는 사전에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고, 의료행위 동의(제3항·제4항)와 섞어 판단할 사항이 아니다.
6. 성년후견인의 권한 범위는 가정법원이 정한다
민법 제938조는 후견인의 대리권 전반을 규율한다.
-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법정대리인이 된다(제1항).
- 가정법원은 성년후견인이 신상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정할 수 있다(제3항, 재량 규정).
- 그 범위가 적절하지 않게 된 경우, 본인·배우자·4촌 이내의 친족·성년후견인·성년후견감독인·검사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청구로 가정법원이 범위를 변경할 수 있다(제4항).
즉 개별 성년후견 사건마다 성년후견인이 신상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의 구체적 범위는 가정법원의 심판으로 정해질 수 있으며, 이는 법률상 일반 규정(제947조의2)과 함께 실제 사건에서 함께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다.
7. 거주 부동산 관련 행위도 별도 허가 대상
의료 문제와는 다른 맥락이지만, 같은 조문 제5항은 피성년후견인이 거주하는 건물 또는 그 대지에 대한 매도, 임대, 전세권 설정, 저당권 설정, 임대차의 해지, 전세권의 소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위를 성년후견인이 대리할 때도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한다. 이는 의료행위 동의·허가와는 별개의 항으로, 서로 다른 상황에 적용되는 규정이다.
8. 요약
| 상황 | 조문 | 요건 | 성격 |
|---|---|---|---|
| 본인이 스스로 결정 | 제947조의2제1항 | 본인 상태가 허락하는 범위 | 원칙 |
| 성년후견인의 대리 동의 | 제947조의2제3항 | 본인이 동의할 수 없는 경우 | 재량(“할 수 있다”) |
| 사망·상당한 장애 위험이 있는 의료행위 | 제947조의2제4항 본문 | 그런 위험이 있을 때 | 의무(“받아야 한다”) |
| 허가절차 지체로 생명 위험·심신상 중대한 장애 우려 | 제947조의2제4항 단서 | 지체로 그런 결과 초래 우려 | 사후 허가 청구 가능(“청구할 수 있다”) |
| 치료 목적 격리 | 제947조의2제2항 | 격리하려는 경우 | 의무, 사후 허가 예외 없음 |
| 거주 부동산 처분 등 | 제947조의2제5항 | 매도·임대 등 특정 행위 | 의무 |
9. 주의할 점
이 글은 민법 제938조와 제947조의2의 조문 내용만을 근거로 한다. 허가를 받지 않고 동의하거나 격리한 경우의 효력이나 그에 대한 제재는 두 조문에 규정되어 있지 않으며, 이 주제에 관해 참고할 구체적 판례도 제시된 자료에는 없다. 실제 사안에서 “허가절차로 의료행위가 지체되어 생명에 위험을 초래”할 정도인지, “심신상의 중대한 장애”에 해당하는지는 개별 사정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므로, 조문의 틀을 넘어서는 단정은 피해야 한다.
참고 법령
- 민법 제938조(후견인의 대리권 등) 제1항~제4항
- 민법 제947조의2(피성년후견인의 신상결정 등) 제1항~제5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