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이 어려워 양육비를 못 준 것도 아동방임으로 처벌되나요?
양육비를 주지 못한 상황에서 “이것도 아동학대, 그중에서도 방임죄로 처벌받는 것 아닐까”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관련 조문을 그대로 읽어보면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 자체가 곧바로 ‘방임’이나 ‘유기’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어떤 조문이 어떤 요건을 정하고 있는지 원문 그대로 살펴본다.
형법 제271조(유기, 존속유기) — 조문이 말하는 것
형법 제271조는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제271조(유기, 존속유기) ① 나이가 많거나 어림, 질병 그 밖의 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유기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지은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 제1항의 죄를 지어 사람의 생명에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제2항의 죄를 지어 사람의 생명에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는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 조문의 핵심 요건은 세 가지다.
- 보호 대상: “나이가 많거나 어림, 질병 그 밖의 사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
- 행위자: 그 사람을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
- 행위: “유기한 경우”
조문에 ‘양육비’라는 말 자체가 없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행위를 이 조문의 ‘유기’라고 바로 연결하는 것은 조문의 문언을 벗어난다. 유기에 해당하는지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될 문제이고, 이 글에서는 그 판단을 단정하지 않는다.
참고로 제2항·제4항은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죄, 즉 부모·조부모 같은 존속을 유기한 경우에 적용되는 가중 조항이다. 자녀에 대한 사안에 이 가중 법정형을 가져다 붙이면 안 된다. 제3항·제4항은 “사람의 생명에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에 한해 적용되는 가중 요건이다.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 — 방임행위 조문의 문언
아동복지법 제17조는 “누구든지”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한다. 이 중 방임과 관련된 것은 제6호다.
-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본문의 주어는 “누구든지”로 넓지만, 제6호는 대상을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으로 좁히고 있다. 즉 이 호가 문제 삼는 행위는 자신이 보호·감독하는 아동에 대한 유기, 또는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양육비를 지급하는 쪽이 이미 아동을 직접 보호·감독하고 있지 않은 경우(예컨대 이혼 후 비양육 부모가 되는 경우 등), 그 사람이 제6호가 말하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에 대한 행위자에 해당하는지는 조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이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사안마다 따져볼 문제이며, 이 글에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리고 제17조의 11개 호 어디에도 ‘양육비’라는 단어는 없다. 혹시 제11호를 떠올릴 수도 있는데, 제11호는 돈을 주지 않는 행위가 아니라 반대 방향의 행위다.
- 아동을 위하여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그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
즉 제11호는 ‘이미 받은 돈을 다른 데 쓰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고, ‘돈을 주지 않는 것’과는 다른 행위를 가리킨다.
제17조는 벌칙(처벌 조문)을 직접 두지 않는다
아동복지법 제17조는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만 정하고 있을 뿐, 그 안에 벌칙이나 법정형을 두고 있지 않다. 위반 시 적용되는 벌칙 조문과 구체적 법정형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조문 범위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방임행위를 하면 몇 년 이하 징역”이라는 식의 숫자를 여기서 단정해 쓰지 않는다.
정리
- 형법 제271조의 유기죄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해 “법률상 또는 계약상 보호할 의무가 있는 자”가 “유기”했을 때 성립 요건을 따지는 조문이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것이 곧 ‘유기’라고 조문이 말하고 있지는 않다.
- 아동복지법 제17조제6호의 방임행위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에 대한 것으로 대상이 좁혀져 있다. 양육비를 주지 않는 사람이 이 대상 요건에 해당하는지는 조문만으로 자동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 제17조 각 호에 ‘양육비’라는 말은 없고, 금지행위 조문 자체에는 처벌 규정(법정형)이 들어 있지 않다.
- “형편이 어려워 못 준 것도 처벌되나요”라는 질문에 조문은 직접적인 답을 담고 있지 않다. 두 조문 모두 ‘무조건’, ‘자동으로’, ‘즉시 처벌’ 같은 표현을 쓰고 있지 않으며, 요건 충족 여부는 별도로 판단되어야 하는 문제다.
- 이와 관련한 판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형법 제271조(유기, 존속유기) 제1항~제4항
- 아동복지법 제17조(금지행위) 제6호, 제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