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재산분할, 계산 기준 시점은 언제인가 — 아직 안 받은 퇴직금·연금까지
이혼 시 재산분할을 준비하다 보면 “배우자가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퇴직금을 못 받았는데, 이것도 나눌 수 있나요? 나눈다면 금액은 언제 시점으로 계산하나요?”라는 질문에 부딪힌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대법원이 2014년 7월 16일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 두 건(2013므2250, 2012므2888)에 정리되어 있다.
재산분할의 법적 근거
재산분할청구권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되어 있다.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①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③ 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제1항의 문언상 주어는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이다. 다만 아래 두 판결은 모두 이혼소송(재판상 이혼) 사건에서 이 조문을 재산분할의 근거로 삼아 판단했다.
제2항이 핵심이다. 가정법원은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해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아직 받지 않은 퇴직급여·연금을 두고 오랫동안 다투어 온 쟁점은 바로 이것이었다 — 이것이 나눌 “재산”인가, 아니면 참작만 하는 “기타 사정”에 그치는가.
재직 중인 사람의 퇴직급여채권 — 기준 시점은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
먼저 배우자가 이혼 당시 아직 퇴직하지 않고 재직 중인 경우다. 종전 대법원 판례는 이런 경우 퇴직 시점과 수령할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장래의 퇴직금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단지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해 왔다.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판결은 이 입장을 변경했다.
이 판결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이 정하는 퇴직급여가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 외에 임금의 후불적 성격과 근무에 대한 공로보상적 성격도 지닌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런 퇴직급여를 받으려면 일정기간 근무해야 하는데, 그 근무에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기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퇴직급여 역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퇴직급여채권은 퇴직이라는 사유가 발생해야 현실화되므로 이혼 시점에는 어느 정도 불확실성이 남는다. 그러나 이런 불확실성을 이유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완전히 빼버리면, 이혼 전에 이미 퇴직한 경우와 비교해 현저히 불공평한 결과가 생기고, 혼인생활이 파탄 났는데도 퇴직급여를 받을 때까지 이혼 시기를 미루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다.
그래서 판결은 이렇게 결론짓는다.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서 퇴직할 경우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의 채권이 그 대상이 된다.
계산 기준 시점은 이혼 시점도, 실제 퇴직 시점도 아니고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다. 그 시점에 만약 퇴직한다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각자의 적극재산에 포함시켜, 다른 재산과 함께 일괄해서 청산하거나 그에 준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재산분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인정되는 경우에 적용되는 법리이고, “포함시킬 수 있으며”라는 판결 문언대로 가능성을 연 것이지 예외 없는 의무를 정한 것은 아니다.
이 판결로 종전 판례인 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므1713, 1720 판결, 대법원 1998. 6. 12. 선고 98므213 판결 등은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됐다. 다만 이미 퇴직해서 실제로 수령한 퇴직금이 분할 대상이라는 종전 입장(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은 변경 대상이 아니었다 — 이미 확립되어 있던 법리였기 때문이다.
이미 연금을 받고 있는 경우 — 정기금 방식의 재산분할
두 번째 판결인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판결은 다른 상황을 다룬다.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부부 중 일방이 공무원 퇴직연금을 이미 실제로 수령하고 있는 경우다. 재직 중이라 아직 받지 않은 연금·퇴직급여의 문제는 앞서 본 2013므2250 판결의 법리로 다뤄지며, 이 판결의 대상이 아니다.
이 판결도 공무원 퇴직연금에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 외에 임금의 후불적 성격이 불가분적으로 혼재되어 있다고 보고, 혼인기간 중의 근무에 대해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인정되는 이상 퇴직연금수급권 중 적어도 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은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미 발생한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도 부동산 등과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이 결론에는 조건이 있다. “재산분할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고, 대상이 되는 범위도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에 “적어도” 한정된다. 판결은 분할권리자가 연금수급권에 대한 재산분할을 원하지 않거나, 혼인기간이 너무 짧아 매월 지급할 금액이 극히 소액인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재산분할 대상에서 빼고 기타 사정으로만 고려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밝혔다. 즉 예외 없이 무조건 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방식에 대해서는, 연금수급권자인 배우자가 매월 수령할 퇴직연금액 중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대방 배우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재산분할도 가능하다고 판시했다. 이는 여러 방식 중 하나로 열어 둔 것이지, 유일하거나 의무적인 방식으로 못박은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기는 정기금채권은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자체는 아니지만 그 일부를 취득하는 것과 경제적으로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권리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고 분할권리자의 상속인에게 상속되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분할비율 — 원칙은 전체 재산에 하나, 예외적으로 구분 가능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취지에 비추어, 재산분할비율은 개별 재산 각각에 대한 기여도가 아니라 기여도 기타 모든 사정을 종합해 전체로서 형성된 재산에 대해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받을 수 있는 비율을 뜻한다. 그래서 법원이 합리적인 근거 없이 재산들을 개별적으로 구분해 분할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2012므2888 판결은 정기금 방식의 연금수급권에는 특수성이 있다고 봤다. 가액을 특정할 수 있는 다른 일반재산과 달리, 연금수급권은 수급권자의 여명을 알 수 없어 가액을 특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금수급권에 대한 기여도와 다른 일반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종합해 전체 재산에 하나의 분할비율을 정하는 것이 형평에 맞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 경우에는 연금수급권과 일반재산을 구분해 개별적으로 분할비율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그 결과 실제 비율이 달라지더라도 이는 합리적 근거가 있는 구분에 해당한다.
이때 연금의 분할비율을 정하는 데 고려할 요소로 판결이 제시한 것은 ▲전체 재직기간 중 실질적 혼인기간이 차지하는 비율 ▲당사자의 직업 및 업무내용 ▲가사 내지 육아 부담의 분배 등 상대방 배우자가 실제로 협력·기여한 정도, 그리고 기타 제반 사정이다.
2012므2888 사건에서는 피고의 전체 재직기간이 29년이었고 그중 원고와의 혼인기간이 13년으로, 전체 재직기간의 40% 정도였다(혼인생활 기간 자체는 약 15년으로 별도로 언급되어 있어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원심은 연금과 일반재산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하여 30%(피고가 원고에게 237,000,000원 지급 등)로 정했는데, 대법원은 이 비율이 실질적 혼인기간(40%)을 고려할 때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의 대부분을 원고에게 돌리는 결과가 된다고 지적하며, 연금과 일반재산을 구분해 개별적으로 비율을 정하는 것이 타당한지 면밀히 심리했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 30%·237,000,000원이라는 숫자는 대법원이 파기한 원심의 판단이지 확정된 기준 비율이 아니다.
두 판결의 결론과 환송
두 판결 모두 재산분할 청구 부분만 파기하고 나머지 상고는 기각했다. 2013므2250 판결은 대전고등법원으로, 2012므2888 판결은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각각 환송됐다. 두 판결 모두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선고됐다.
2012므2888 판결은 종전 판례인 대법원 1997. 3. 14. 선고 96므1533, 1540 판결, 대법원 2006. 7. 13. 선고 2005므1245, 1252 판결, 대법원 2009. 6. 9. 자 2008스111 결정 등을 이 판결의 견해에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했다.
정리
- 재직 중이라 아직 받지 않은 퇴직급여채권: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시를 기준으로, 그 시점에 퇴직한다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2013므2250).
- 이미 받고 있는 공무원 퇴직연금수급권: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고, 매월 받는 연금액 중 일정 비율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분할권리자가 원하지 않거나 혼인기간이 너무 짧은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2012므2888).
- 분할비율은 원칙적으로 전체 재산에 하나를 정하지만, 여명을 특정할 수 없는 연금의 특성상 합리적 근거가 있으면 일반재산과 구분해 따로 정할 수 있다.
- 재산분할청구권 자체는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한다(민법 제839조의2제3항). 이는 판결이 말하는 ‘사실심 변론종결 시’라는 평가 기준시점과는 다른 개념이다.
이 글에서 다룬 판결들은 2014년 당시의 사실관계와 법령을 전제로 한 것이며, 실제 사건에 적용되는 금액·기간·법령 내용은 개별 사안과 그 시점의 현행 법령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참고 법령
- 민법 제839조의2제1항, 제2항, 제3항 (재산분할청구권)
- 민법 부칙 제1조~제4조 (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참고 판례
-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판결
-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2므2888 판결
관련 판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공무원연금법, 군인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이 각 규정하고 있는 퇴직급여는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 외에 임금의 후불적 성격과 성실한 근무에 대한 공로보상적 성격도 지닌다. 그리고 이러한 퇴직급여를 수령하기 위하여는 일정기간 근무할 것이 요구되는바, 그와 같이 근무함에 있어 상대방 배우자의 협력이 기여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그 퇴직급여 역시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으로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퇴직급여채권은 퇴직이라는 급여의 사유가 발생함으로써 현실화되는 것이므로, 이혼 시점에서는 어느 정도
[1] (가) 민법 제839조의2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부부가 재판상 이혼을 할 때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이 있는 한, 법원으로서는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재산의 형성에 기여한 정도 등 당사자 쌍방의 일체의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하여야 한다. (나)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에 부부 중 일방이 공무원 퇴직연금을 실제로 수령하고 있는 경우에, 위 공무원 퇴직연금에는 사회보장적 급여로서의 성격 외에 임금의 후불적 성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