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한 돈, 민사소송으로 받으려면 — 청구 기한은 언제부터 세나요
사기를 당해 돈을 떼였을 때, 형사 고소와 별개로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청구권에도 기한이 있다. 문제는 “가해자가 누군지도 몰랐는데, 그 기한은 언제부터 세느냐”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해자를 몰랐다면 그 기간은 아직 시작되지 않는다. 근거는 민법 제766조다.
민법 제766조 원문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①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②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한 때에도 전항과 같다.
③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性的) 침해를 당한 경우에 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는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진행되지 아니한다. <신설 2020.10.20>
이 조문은 민법 전체에 걸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적용되는 소멸시효 규정이다. 사기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도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이 조문이 적용된다. 다만 조문 자체에 ‘사기’라는 단어는 없다. 조문이 다루는 대상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의 청구권”이고, 사기는 그 불법행위의 한 유형으로 포함되는 것이다.
두 개의 기간이 각각 따로 간다 — 핵심은 “기산점이 다르다”는 것
제766조는 하나의 청구권에 서로 다른 기산점을 가진 두 개의 기간을 두고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지나면 시효로 소멸한다.
① 안 날로부터 3년 (제1항)
- 기산점: 피해자(또는 법정대리인)가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 기간: 3년
- 즉, 사기를 당한 날이 아니라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과, 그 손해를 끼친 사람이 누구인지를 둘 다 안 날부터 센다.
질문의 핵심이 바로 여기다. “사기친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면” — 조문의 표현으로 바꾸면 “가해자를 안 날”이 아직 오지 않은 상태다. 제1항은 손해를 안 날과 가해자를 안 날, 두 요건을 모두 갖춘 날을 기산점으로 삼는다. 가해자를 모르는 동안에는 이 3년의 기간이 아직 시작되지 않는다.
주의할 것은, “무엇을 ‘안 날’로 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조문이 직접 정해 놓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단순히 의심이 든 날인지, 특정인을 지목할 수 있을 정도로 확인한 날인지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여지가 있고,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조문만으로 그 기준을 단정할 수는 없다.
②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 (제2항)
- 기산점: “불법행위를 한 날” — 안 날이 아니다.
- 기간: 10년
- 제2항은 “전항과 같다”고 하여, 이 10년이 지나도 제1항과 동일하게 시효로 소멸한다고 정한다.
여기서 흔히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10년은 ‘안 날’부터 세는 것이 아니라 불법행위 자체가 있었던 날부터 센다. 즉 가해자를 끝까지 몰라서 3년의 시효가 시작조차 못 했더라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그것만으로도 청구권은 소멸한다. 두 기간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므로, 3년이 아직 남아 있는 상태라도 10년이 먼저 차면 소멸의 효과가 생긴다.
정리하면
| 구분 | 기산점 | 기간 |
|---|---|---|
| 제766조 제1항 |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 | 3년 |
| 제766조 제2항 | 불법행위를 한 날 | 10년 |
“사기친 사람이 누군지 몰랐다면” 3년의 기산점인 “가해자를 안 날”이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이므로, 그 3년은 시작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이 영구적인 보호막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해자를 끝내 알아내지 못하더라도, 불법행위가 있었던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제2항에 따라 청구권은 소멸한다.
시효 진행이 멈추는 예외는 딱 하나, 그것도 범위가 좁다
제766조에는 시효의 진행을 멈추는 규정이 제3항 하나뿐이다. 제3항은 “미성년자가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 밖의 성적(性的) 침해를 당한 경우”에 한해, 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그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진행되지 않는다고 정한다. 이 조항은 2020년 10월 20일에 신설됐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둘 점은, 이 예외가 성적 침해 사건에 한정된다는 것이다. 미성년자가 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까지 이 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제766조 안에 사기 피해자의 미성년 여부에 따라 시효 진행을 멈추는 별도의 규정은 없다.
그 밖에 소멸시효의 중단·정지·연장에 관한 사유는 민법 다른 조문들에 흩어져 있을 수 있으나, 이 글은 제766조만을 근거로 삼았으므로 그 이상의 사유를 단정해 적지 않는다.
이것만은 틀리면 안 된다 — 자주 보이는 오해들
- ❌ “사기당한 날부터 3년” — 틀렸다. 기산점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다.
- ❌ “가해자를 안 날부터 10년” — 틀렸다. 10년의 기산점은 “불법행위를 한 날”이며, 안 날과는 무관하다.
- ❌ “가해자를 모르면 시효가 무조건 멈춘다” — 3년 기간은 시작되지 않을 뿐, 10년 기간은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별도로 흘러간다.
- ❌ “가해자를 알게 되면 시효가 자동으로/즉시 끝난다” — 조문의 표현은 “안 날로부터 3년간 이를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이다. 안 날부터 3년의 기간이 주어지는 것이고, 그 기간 안에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때 비로소 소멸한다.
적용 민법의 버전에 관한 참고
이 글이 인용한 제766조는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민법(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일부개정)의 현행 조문이다. 다만 제766조의 현재 문언 자체를 만든 개정은 2026년의 그 개정이 아니라 **법률 제17503호(2020. 10. 20. 공포)**이며, 그중 제3항이 이때 신설됐다. 2026년의 개정(법률 제21454호)은 상속 관련 조문(제1001조, 제1008조, 제1010조, 제1115조)을 손질한 것으로, 제766조는 그 개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현재 적용되는 제766조의 문언은 2020년에 만들어진 그대로이며, 2026년 개정과는 별개다.
참고 법령
- 민법 제766조(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제1항, 제2항, 제3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