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수면제, 약국에 반납해야 하나 — 법이 정한 것은 개인의 의무가 아니라 행정기관의 사업이다

입력 2026.09.14. 오후 2:45

“먹다 남은 수면제가 서랍에 있는데 어디에 버려야 하나.” 이 물음의 주어는 나다. 그런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3조의2를 펴 보면, 그 조문이 정하는 쪽은 내가 아니라 행정기관이다. 의무의 주체가 한 칸 어긋나 있다.

먼저, 세 줄 요약

  • 제53조의2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시ㆍ도지사가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의 수거ㆍ폐기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한 조문이다. 개인에게 반납 의무를 지운 문장은 없다.
  • 이 조문에는 반납 기한도, 불이행에 대한 제재도 없다. 법정형도 과태료도 이 조문에 붙어 있지 않다.
  • 사업에 참여하는 주체를 법은 개인ㆍ기관ㆍ단체 또는 법인 등이라고만 썼다. 약국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어느 곳이 참여하는지, 무엇을 접수하는지는 해당 사업 공고에서 따로 확인할 일이다.

1. 조문을 그대로 읽는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3조의2 [시행 2026. 8. 27.] [법률 제21691호, 2026. 5. 26., 일부개정]

제53조의2(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ㆍ폐기 사업 실시 등) ①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시ㆍ도지사는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의료용 마약류의 수거ㆍ폐기를 위한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

②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제1항에 따른 사업에 참여하는 개인ㆍ기관ㆍ단체 또는 법인 등에 예산의 범위에서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사업에 참여하는 개인ㆍ기관ㆍ단체 또는 법인의 선정 기준ㆍ절차, 사업 수행 방법, 비용 지원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본조신설 2018. 12. 11.]

세 개 항이 전부다. 호로 갈라진 자리도, 다만으로 시작하는 단서도, 삭제로 남은 항도 없다. 그래서 “제53조의2 제○호”라는 인용은 성립하지 않는다.

2. 문장의 주어와 어미를 따로 본다

항정하는 것문언상 주체어미
제1항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ㆍ폐기 사업 실시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시ㆍ도지사실시할 수 있다 (재량)
제2항사업 참여자에 대한 비용 지원식품의약품안전처장지원할 수 있다 (재량)
제3항선정 기준ㆍ절차, 사업 수행 방법, 비용 지원대통령령에 위임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인의 반납 의무ㆍ기한ㆍ미이행 제재없음해당 문언 자체가 없음

두 가지가 눈에 띈다.

첫째, 주체가 한 칸 다르다.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쪽은 처장 또는 시ㆍ도지사이고, 비용을 지원할 수 있는 쪽은 제2항의 처장뿐이다. 제1항의 또는 시ㆍ도지사를 제2항까지 끌어와 읽으면 틀린다.

둘째, 두 어미가 모두 \~할 수 있다다. 하여야 한다가 아니다. 법문에서 할 수 있다는 그렇게 할 권한을 준 것이지, 반드시 그렇게 하라고 묶어 둔 것이 아니다. 사업을 실시할지 말지가 재량이라면, 그 사업이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도 조문이 보장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를 더 분명히 해 둔다. 조문이 개인의 의무를 정하지 않았다는 말은, 뒤집어서 “그러니 집에서 알아서 버려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제53조의2는 가정에서의 폐기 방법을 정한 조문이 아니다. 허락한 것도 금지한 것도 없다.

3. 조문의 말과 세간의 말이 다르다

조문에 실제로 쓰인 말은 이렇다.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하여 · 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의료용 마약류 · 수거ㆍ폐기를 위한 사업 · 예산의 범위에서 · 실시할 수 있다

반면 반납, 범칙금, 수거함, 폐의약품 종량제봉투 같은 말은 이 조문에 없다. 설명을 위해 쓸 수는 있어도, 조문이 그렇게 정했다고 옮기면 그때부터 틀린 문장이 된다.

4. 제재는 어디에 있나 — 이 조문에는 없다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현행 법률의 벌칙 조문과 제69조 과태료 조문 어디에서도 제53조의2 위반을 처벌ㆍ제재 대상으로 인용한 조문이 확인되지 않았다.

  • 제53조의2에는 벌칙ㆍ법정형 문언 자체가 없다. 따라서 징역 또는 벌금 같은 선택형인지를 따질 대상도 아니다.
  • 그러므로 “반납하지 않으면 과태료”, “미반납 범칙금 얼마” 같은 설명을 제53조의2에서 끌어낼 수는 없다.

제재가 문제 되는 국면은 따로 있다. 적법한 소지의 범위를 벗어난 취급이다. 그 범위를 정한 것이 제4조다.

제4조(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마약류 취급 금지) — 제1항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수입, 수출, 제조, 조제, 투약, 수수, 매매, 매매의 유인ㆍ권유ㆍ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금지한다. 다만 제2항이 예외를 둔다.

  1. 이 법에 따라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부터 투약받아 소지하는 경우

  2. 이 법에 따라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소매업자로부터 구입하거나 양수(讓受)하여 소지하는 경우

적법하게 처방ㆍ투약받거나 구입해 가지고 있는 상태 자체를 불법 소지로 읽어서는 안 된다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반대로 그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제4조와 물질별 벌칙 조문에서 따로 볼 문제이고,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 확인된 것은 제59조제1항이 불법 마약 소지ㆍ소유ㆍ관리ㆍ수수 등에 대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정한다는 점이다. 제53조의2와는 층위가 다른 이야기다.

5. ‘수면제’는 일상어이지 법의 분류가 아니다

이 법에서 마약류는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말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즉 제품명이나 “수면제”라는 통칭만으로 그 약이 이 법의 마약류인지 확정할 수 없다. 유효성분이 대통령령상 분류에 들어가는지를 대조해야 비로소 이 법의 적용 여부가 정해진다.

그래서 “남은 수면제는 마약류니까 법대로 반납해야 한다”는 문장은 두 군데에서 흔들린다. 앞부분은 성분 확인 없이는 단정할 수 없고, 뒷부분은 조문에 없는 의무다.

6. 위임받은 시행령이 정한 것 — 두 날짜의 임자를 헷갈리지 말 것

제3항의 위임을 받은 것이 시행령 제22조의2와 제22조의3이다(현행 문언은 대통령령 제30244호, 2019. 12. 10. 신설).

제22조의2(의료용 마약류 수거ㆍ폐기사업참여자 선정) 는 6개 항으로 되어 있고, 뼈대는 이렇다.

  • 선정 기준(제1항): 전담 인력과 전담 조직, 시설과 장비를 갖출 것, 설립목적 또는 활동실적이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될 것
  • 공고(제2항): 선정 계획을 30일 이상 공고해야 한다
  • 신청(제3항): 선정신청서에 기준 적합 증명 서류, 사업계획서, 자금운용계획서, 정관 등을 첨부해 제출
  • 선정 공고(제4항): 선정 사실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해야 한다
  • 보고(제5항): 선정된 자는 매 연도 사업 실적보고서와 자금운용 결산서를 다음 연도 1월 31일까지 제출

제22조의3(의료용 마약류 수거ㆍ폐기사업참여자 지원) 은 항 번호 없는 본문에 제1호~제4호가 붙은 구조다 (제1항이라고 표기하면 틀린다). 지원 대상은 전담 인력 운용ㆍ관리 비용, 시설ㆍ장비 설치ㆍ운용 비용, 마약류 운반 또는 폐기 비용, 그리고 이에 준하는 비용으로서 처장이 인정하는 비용이다.

여기서 구별할 지점이 있다.

30일 이상은 참여자 선정계획의 공고기간이고, 다음 연도 1월 31일까지는 선정된 참여자의 실적ㆍ결산 제출기한이다. 둘 다 주민이 약을 들고 가야 하는 날짜가 아니다.

시행령의 어미도 함께 보면 성격이 분명해진다. 제2항~제5항은 공고해야 한다ㆍ제출해야 한다로 의무를 지우는데, 그 의무를 지는 쪽은 행정기관과 사업참여자다. 일반인이 아니다.

7. 상단 공포번호에 걸려 넘어지는 자리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제53조의2를 열면 상단에 [시행 2026. 8. 27.] [법률 제21691호, 2026. 5. 26., 일부개정]이 뜬다. 이 표시를 보고 “2026년에 바뀐 조문”이라고 쓰면 틀린다.

  • 법률 제21691호는 제53조의2를 고치지 않았다. 이 개정법이 손댄 것은 제4조와 제4조의2부터 제4조의10까지 등이다. 상단 표시는 그 법령 통합본 전체의 표시이지, 개별 조문의 문언 연혁이 아니다.
  • 제21691호의 일반 시행일은 2027. 5. 27.이다. 부칙 제1조가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5조의2제3항ㆍ제4항 및 제7항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이므로, 2026. 8. 27.은 그 단서에 해당하는 일부 개정규정의 시행일이다. 상단 표시와 모순이 아니라, 층이 둘인 것이다.
  • 제53조의2의 현행 문언을 만든 법은 법률 제15939호(2018. 12. 11. 공포)다. 같은 법 부칙 제1조 단서가 제44조제1항제2호바목ㆍ사목, 같은 조 제3항 및 제53조의2의 개정규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하여 시행을 늦췄고, 그래서 2019. 12. 12.부터 시행됐다. 늦춰진 대상은 법 전체가 아니라 그 조문들이다.

정리하면 제53조의2는 2019년 말부터 이미 시행 중인 조문이다. 새로 생긴 제도가 아니다.

참고로 법률 제15939호 부칙 제2조는 적용례가 아니라 경과조치이고, 대상도 제53조의2가 아니라 제46조제1항의 개정규정 시행 전의 위반행위에 대한 과징금 부과다.

8. 널리 퍼진 설명과 법문을 나란히

흔히 도는 설명법률 문언 기준
“남은 수면제는 무조건 약국에 반납해야 한다.”제53조의2는 행정기관이 수거ㆍ폐기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할 뿐, 개인의 반납 의무도 모든 약국의 수거의무도 정하지 않는다.
“안 내면 범칙금이 나온다.”제53조의2에는 범칙금ㆍ과태료ㆍ벌칙 문언이 없다. 제재는 물질 분류와 실제 행위에 따라 제4조 및 별도 벌칙 조문에서 따질 문제다.
“수면제는 전부 마약류다.”마약류는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를 말하고, 향정신성의약품의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진다. 제품명만으로는 확정할 수 없다.
“수거 사업은 전국에서 상시 운영된다.”시행령은 선정계획에 사업의 내용과 기간을 공고하도록 할 뿐이다. 상시ㆍ전국 운영을 정한 문언은 없다.
“참여 주체는 약국이다.”법문은 사업에 참여하는 개인ㆍ기관ㆍ단체 또는 법인 등이다. 약국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남은 약은 약국에 반납하는 것이 법’이라고 뭉뚱그리는 순간, 의무의 주체와 제재의 유무가 동시에 어긋난다.

9. 자주 묻는 질문

Q. 남은 의료용 마약류는 반드시 약국에 반납해야 하나요? A.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3조의2에는 개인에게 반납을 명하는 문언이 없다. 이 조문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시ㆍ도지사가 수거ㆍ폐기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한 규정이고, 반납 기한도 미이행에 대한 제재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이 조문이 가정에서의 임의 폐기가 적법하다고 정한 것도 아니라는 점은 함께 기억해야 한다.

Q. 모든 약국이 남은 의료용 마약류를 받아주나요? A. 법이 보장하는 내용이 아니다. 법문은 사업 참여자를 개인ㆍ기관ㆍ단체 또는 법인 등으로 열어 두었을 뿐 약국으로 특정하지 않았고, 시행령도 참여자를 선정 기준에 따라 공고ㆍ선정하는 구조로 정하고 있다. 어느 약국이나 기관이 참여하는지, 어떤 품목을 접수하는지, 운영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는 해당 사업의 선정ㆍ운영 공고에서 확인할 사항이다.

Q.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 사업은 누가 운영하나요? A. 제53조의2 제1항의 문언상 사업을 실시할 수 있는 주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시ㆍ도지사다. 제2항의 비용 지원 주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 제1항과 주체 범위가 다르다. 실제 현장에서 약을 받는 쪽은 그 사업에 참여자로 선정된 개인ㆍ기관ㆍ단체 또는 법인이며, 선정 기준과 절차는 시행령 제22조의2가 정한다.

Q. 집에 있는 약이 이 법의 마약류인지 어떻게 아나요? A. “수면제”, “진통제” 같은 통칭이나 제품명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이 법의 마약류는 마약ㆍ향정신성의약품 및 대마이고 그 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므로, 유효성분이 그 분류에 들어가는지를 대조해야 한다.

Q. 처방받아 남은 약을 그냥 가지고 있으면 불법인가요? A. 제4조 제2항 제1호ㆍ제2호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부터 투약받아 소지하는 경우와 마약류소매업자로부터 구입하거나 양수(讓受)하여 소지하는 경우를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도 취급할 수 있는 경우로 두고 있다. 적법하게 받아 가지고 있는 상태 자체를 일률적으로 불법 소지로 볼 수 없는 근거가 이 조항이다. 다만 그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제4조와 개별 벌칙 조문에서 따로 판단된다.

10. 이 조문을 다룬 판례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는 제53조의2 자체를 대상으로 한 판례ㆍ결정이 확인되지 않았다. 사건번호ㆍ선고일ㆍ판시사항을 붙여 설명하는 자료를 보면, 그 출처가 어느 사건인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고 법령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정의)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마약류 취급 금지) — 제1항, 제2항 제1호ㆍ제2호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3조의2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 수거ㆍ폐기 사업 실시 등) — 제1항~제3항 [본조신설 2018. 12. 11.]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9조 제1항 (벌칙)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69조 (과태료)
  • 법률 제15939호(2018. 12. 11. 일부개정) 부칙 제1조ㆍ제2조
  • 법률 제21691호(2026. 5. 26. 일부개정) 부칙 제1조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2조의2 (의료용 마약류 수거ㆍ폐기사업참여자 선정) — 제1항~제6항 [본조신설 2019. 12. 10.]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2조의3 (의료용 마약류 수거ㆍ폐기사업참여자 지원) — 제1호~제4호 [본조신설 2019. 12. 10.]
  • 대통령령 제30244호(2019. 12. 10. 일부개정) 부칙

조문 기준일은 2026년 9월 14일이다. 법령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판단에는 국가법령정보센터의 현행 문언을 확인해야 한다.

관련 법령: 마약류관리법 제2조 · 마약류관리법 제4조 · 마약류관리법 제53조의2 · 마약류관리법 제59조 · 마약류관리법 제69조 · 마약류관리법 부칙 제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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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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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콘텐츠는 법률브리프 에디터가 작성 및 검수하였으며, 일부는 AI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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