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반납하라'고 쓰지 않았다…남은 의료용 마약류 조항의 주어는 행정기관
조문은 수거·폐기 사업 실시 주체를 행정기관으로 정해…개인의 반납 의무·기한·제재는 없어
가정에서 쓰고 남은 의료용 마약류의 수거·폐기를 정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조항은 개인의 반납 의무가 아니라 행정기관의 사업 실시 권한을 정하고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3조의2는 세 개 항으로 이뤄져 있다. 제1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또는 시·도지사가 가정 내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가정에서 사용하고 남은 의료용 마약류의 수거·폐기를 위한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제2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사업에 참여하는 개인·기관·단체 또는 법인 등에 예산의 범위에서 사업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정한다. 비용 지원의 주체는 제1항과 달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으로만 적혀 있다.
두 항의 어미는 “실시할 수 있다”와 “지원할 수 있다”로 모두 재량 형식이고, 의무를 뜻하는 “하여야 한다”는 쓰이지 않았다. 제3항은 참여자 선정 기준·절차와 사업 수행 방법, 비용 지원에 관해 필요한 사항을 대통령령에 위임했으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단서나 호로 갈라진 자리는 없다.
이 조문에는 개인이 남은 약을 약국이나 특정 기관에 가져가야 한다고 정한 문언이 없다. 반납 기한을 정한 항도,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의 제재를 정한 항도 없다.
현행 벌칙 조항과 과태료 조항에서 제53조의2 위반을 제재 대상으로 인용한 조문은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반대로 이 조문이 가정에서의 임의 폐기 방법을 적법하다고 정한 규정도 아니다.
법률이 적은 참여자는 “사업에 참여하는 개인·기관·단체 또는 법인 등”으로, 약국으로 한정돼 있지 않다. 어느 약국이나 기관이 참여하는지, 무엇을 접수하는지, 언제까지 운영하는지는 해당 사업의 공고에서 확인할 사항이다.
위임을 받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2조의2는 여섯 개 항으로 참여자 선정 절차를 정한다. 선정 기준은 전담 인력과 전담 조직, 시설과 장비, 보건의료 분야와 관련된 설립목적 또는 활동실적이다.
시행령은 선정 계획을 30일 이상 공고하도록 하고, 선정 사실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도록 했다. 선정된 참여자는 매 연도의 사업 실적보고서와 자금운용 결산서를 다음 연도 1월 31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두 기한은 행정기관과 사업 참여자 사이의 절차 기한이다. 주민이 남은 약을 들고 가야 하는 날짜를 정한 규정이 아니다.
제53조의2는 2018년 12월 11일 공포된 법률 제15939호가 신설했고, 같은 법 부칙 제1조 단서에 따라 공포 후 1년이 지난 2019년 12월 12일부터 시행됐다. 현행 통합본 상단에 표시된 법률 제21691호는 이 조문을 고치지 않았으며, 그 법률의 부칙 제1조는 공포 후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되 제5조의2 제3항·제4항 및 제7항의 개정규정만 공포 후 3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한다고 정한다.
처방을 받아 약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불법 소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같은 법 제4조 제2항 제1호와 제2호는 마약류취급의료업자로부터 투약받아 소지하는 경우와 마약류소매업자로부터 구입하거나 양수하여 소지하는 경우를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취급 금지에 대한 예외로 두고 있다.
적법한 소지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제4조와 물질별 벌칙 조문에서 따로 볼 문제이며,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 확인된 것은 제59조 제1항이 정한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또 ‘수면제’는 일상에서 쓰는 이름이지 이 법의 분류가 아니어서, 어떤 약이 마약류에 해당하는지는 제품명이 아니라 유효성분과 대통령령상 마약·향정신성의약품·대마 분류를 대조해야 확인된다.
제53조의2를 대상으로 한 판례나 헌법재판소 결정은 이 글의 확인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 제53조의2, 제59조 제1항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2조의2, 제22조의3 법률 제15939호(2018. 12. 11. 일부개정) 부칙 제1조 법률 제21691호(2026. 5. 26. 일부개정) 부칙 제1조 대통령령 제30244호(2019. 12. 10. 일부개정) 부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