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문이 닫히기 전 난동도 기내 폭행에 해당할까
질문의 핵심 — “언제부터”가 아니라 “어디서”
항공기 좌석에 앉은 승객이 이륙 전, 아직 출입문이 닫히지 않은 상태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다른 승객을 폭행했다면, 이것도 항공보안법이 말하는 “기내 폭행”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항공보안법의 관련 조문들은 승객의 협조의무와 폭행죄의 성립 요건을 “항공기 내”라는 장소를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고, “출입문이 닫힌 뒤”나 “이륙한 뒤”를 별도의 시작점으로 구분해 쓰지 않는다. 아래에서 조문 문언을 그대로 짚어본다.
승객의 협조의무 — “항공기 내에 있는 승객”이 기준
항공보안법 제23조제1항은 이렇게 시작한다.
“항공기 내에 있는 승객은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한 운항과 여행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여기서 의무를 지는 대상은 “항공기 내에 있는 승객”이다. 이 문언은 운항 개시나 출입문 폐쇄 같은 시점을 요건으로 삼지 않고, 승객이 물리적으로 항공기 안에 있는지만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 항의 각 호에는 폭언ㆍ고성방가 등 소란행위(제1호), 흡연(제2호), 음주ㆍ약물 복용 후 위해행위(제3호),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제4호), 「항공안전법」 제73조를 위반한 전자기기 사용(제5호), 기장 승낙 없는 조종실 출입 기도(제6호), 기장등의 업무를 위계 또는 위력으로 방해하는 행위(제7호)가 들어 있다.
제23조제2항은 폭행죄와 직결되는 조항인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승객은 항공기 내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하거나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ㆍ협박ㆍ위계행위(危計行爲) 또는 출입문ㆍ탈출구ㆍ기기의 조작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
역시 “항공기 내에서”라는 장소적 표현이 요건의 전부다. 출입문 폐쇄나 이륙 여부는 문언에 등장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눈여겨볼 조문이 제23조제9항이다. 이 항은 항공운송사업자에게 “항공기가 이륙하기 전에” 승객의 협조의무를 영상물 상영이나 방송으로 안내하도록 의무를 지운다. 법이 이륙 전 시점에도 협조의무 안내가 필요하다고 전제한다는 점에서, 협조의무 자체를 이륙 이후로만 한정하는 취지로 설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 조항은 ‘안내의무’를 정한 것이지 폭행죄의 성립 시점 자체를 직접 규정한 조항은 아니므로, 이 조항만으로 결론을 단정할 것은 아니다.
기내 폭행죄 — 두 갈래로 나뉜 처벌 규정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내 폭행죄 등)는 제23조제2항 위반을 두 항으로 나누어 처벌한다.
① 제23조제2항을 위반하여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ㆍ협박ㆍ위계행위 또는 출입문ㆍ탈출구ㆍ기기의 조작을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제23조제2항을 위반하여 항공기 내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1항은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 자체를 저해하는 행위(폭행ㆍ협박ㆍ위계행위, 출입문ㆍ탈출구ㆍ기기 조작)를 겨냥하고, 제2항은 단순히 “항공기 내에서 다른 사람을 폭행”한 경우를 별도로 규율한다. 두 항 모두 요건은 “항공기 내”이며, 출입문 폐쇄 여부나 이륙 여부는 조문에 등장하지 않는다. 법정형은 두 항 모두 징역형뿐이고,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다는 문구는 붙어 있지 않다.
기장 직무집행방해죄는 결이 다르다
기내 폭행과 자주 함께 언급되지만 요건이 다른 조문이 제43조(직무집행방해죄)다.
폭행ㆍ협박 또는 위계로써 기장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하여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조문은 단순히 기장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친” 결과까지 문언에 함께 적혀 있다. 즉 폭행ㆍ협박ㆍ위계라는 수단으로 기장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사실에 더해, 그로 인해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이 실제로 침해되었다는 부분까지 요건에 포함된다.
수단 문언도 조문마다 다르다는 점을 짚어둘 필요가 있다. 제43조의 수단은 “폭행ㆍ협박 또는 위계”이고, 제23조제1항제7호(기장등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한 협조의무 조항)의 수단은 “위계 또는 위력”이다. ‘위력’은 제43조 문언에 없고, ‘협박’은 제23조제1항제7호 문언에 없다. 비슷해 보이는 두 규정이지만 수단 요건이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안을 어느 조문으로 구성할지에 따라 요건 충족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기장등의 사전 조치와 탑승 거절 —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다
제23조제6항은 “기장등은 승객이 항공기 내에서 제1항제1호부터 제5호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중지하게 하거나 하지 말 것을 경고하여 사전에 방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이 사전 조치 의무의 대상은 제1항제1호부터 제5호까지(소란행위ㆍ흡연ㆍ음주 등 위해행위ㆍ성적 수치심 유발행위ㆍ전자기기 사용)에 한정되고, 조종실 출입 기도(제6호)나 업무방해(제7호)는 이 열거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편 제23조제7항은 항공운송사업자가 일정한 사유가 있는 사람에 대해 탑승을 거절”할 수 있다”고 정하는 재량 규정이다. 보안검색 거부자(제1호), 본인 일치 여부 확인 거부자(제1호의2), 음주로 소란행위를 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사람(제2호), 국내외 국가기관ㆍ국제기구로부터 탑승 거절 요청ㆍ통보를 받은 사람(제3호), 그 밖에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사람(제4호)이 그 대상이다. 다만 제4호가 구체적으로 누구를 가리키는지는 국토교통부령에 위임되어 있고, 이 위임 내용까지는 여기서 다루지 않는다.
정리 — 이 자료가 답할 수 있는 것과 답할 수 없는 것
항공보안법 제23조제1항ㆍ제2항, 제46조제1항ㆍ제2항의 문언은 모두 “항공기 내”라는 장소적 요건만을 두고 있을 뿐, 출입문 폐쇄나 이륙이라는 시점을 별도의 성립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는다. 승객이 이미 항공기 안에 탑승해 있는 상태라면, 문언 구조상 출입문이 아직 닫히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제23조ㆍ제46조의 적용 대상에서 곧바로 제외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23조제9항이 “이륙하기 전에” 협조의무 안내를 하도록 정한 점도 이런 이해와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이는 조문 문언의 구조를 읽은 결과이며, 이 주제와 관련하여 확인된 대법원이나 하급심 판례는 이 자료 범위에서는 없다. 실제 사건에서 출입문 폐쇄 여부, 승객이 탑승한 정확한 단계, 운항 준비 상황 등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여지는 남아 있으므로, 이 글의 설명을 구체적 사안에 대한 확정적 결론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개정 이력에 관하여 — 이번 개정은 벌칙 조문을 건드리지 않았다
현행 항공보안법(법률 제21414호, 2026. 2. 27. 일부개정, 공포한 날부터 시행)이 이번에 함께 고친 조문은 제17조의2(환승 승객 등에 대한 보안검색의 면제), 제17조의3(국가 간 보안검색 정보의 제공), 제17조의4(상용화주), 제17조의5(상용화주의 지정취소)이며, 제23조ㆍ제43조ㆍ제46조는 이번 개정 대상이 아니다. 참고로 제23조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18354호(공포 2021. 7. 27.)이고, 제46조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14724호(공포 2017. 3. 21.)로, 상단에 표시된 공포번호(제21414호)와는 별개다. 제43조의 문언을 만든 개정의 공포번호는 이 자료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2026. 6. 16. 공포되어 2026. 12. 17. 시행 예정인 법률 제21821호는 제13조, 제33조, 제33조의2, 제50조를 고치는 개정으로, 이 역시 제23조ㆍ제43조ㆍ제46조를 건드리지 않는다. 이 글이 다루는 규정들은 시행예정본에서도 문언이 그대로 유지된다.
참고 법령
- 항공보안법 제23조(승객의 협조의무) 제1항ㆍ제2항ㆍ제6항ㆍ제7항ㆍ제9항
- 항공보안법 제43조(직무집행방해죄)
- 항공보안법 제46조(항공기 내 폭행죄 등) 제1항ㆍ제2항
- 항공보안법 부칙 <제21414호, 2026. 2. 27.>
- 항공보안법 부칙 <제21821호, 2026. 6. 16.> 제1조부터 제4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