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건으로 징역과 벌금을 함께 선고받았다면, 벌금을 다 내야 가석방될까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징역형과 벌금형을 같이 선고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 “벌금을 완납해야 가석방이 된다던데, 다 내면 가석방되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만 맞다. 벌금을 완납하지 않으면 가석방 자체가 불가능해지지만, 완납했다고 해서 가석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두 가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가석방은 ‘할 수 있다’ — 요건을 채워도 결정은 별도다
형법 제72조제1항은 가석방에 관해 이렇게 정하고 있다.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이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행정처분으로 가석방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은 “할 수 있다”라는 표현이다. 이는 재량 규정이다. 즉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가석방을 검토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고, 그 이후 실제로 가석방할지는 행정처분으로 별도로 결정한다.
- 징역이나 금고형의 집행 중일 것
- 행상(行狀)이 양호하여 뉘우침이 뚜렷할 것
-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났을 것
형기의 3분의 1이 지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가석방되는 것이 아니다. 조문은 형기 경과를 가석방을 “할 수 있게 되는” 시점으로 규정할 뿐, 그 시점에 자동으로 가석방된다는 효과를 정한 것이 아니다. 행상이 양호한지, 뉘우침이 뚜렷한지에 대한 평가를 거쳐 행정처분으로 가석방 여부가 결정된다. 마약 범죄에 대해서만 더 엄격하거나 더 완화된 별도의 가석방 요건·기간을 두는 규정은 형법 제72조와 제73조의2에 존재하지 않는다. 즉 마약 사건이라는 이유로 이 조문의 적용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벌금이 함께 선고됐다면 — 완납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의무 요건
형법 제72조제2항은 벌금이나 과료가 함께 선고(병과)된 경우를 따로 정한다.
“제1항의 경우에 벌금이나 과료가 병과되어 있는 때에는 그 금액을 완납하여야 한다.”
이 조항의 어미는 “하여야 한다”로, 재량이 아니라 의무를 정한 것이다. 징역·금고형과 함께 벌금이나 과료를 선고받았다면, 가석방 요건 검토 단계에서 그 벌금·과료를 완납했어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로 붙는다. 다시 말해 벌금을 내지 않은 상태로는 제72조제1항의 요건을 채웠더라도 가석방 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성립하지 않는다. 벌금을 완납했다고 해서 제72조제1항의 “할 수 있다”는 성격이 “해야 한다”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벌금 완납은 가석방을 받을 수 있는 여러 요건 중 하나를 충족시키는 것일 뿐이고, 행상·뉘우침에 대한 평가와 행정처분이라는 절차는 그대로 남아 있다. “벌금만 내면 가석방된다”는 식의 이해는 조문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
가석방이 되면 기간과 보호관찰은 어떻게 되나
가석방이 실제로 허가된 이후의 문제는 형법 제73조의2가 규정한다.
제1항: “가석방의 기간은 무기형에 있어서는 10년으로 하고, 유기형에 있어서는 남은 형기로 하되, 그 기간은 10년을 초과할 수 없다.” 제2항: “가석방된 자는 가석방기간중 보호관찰을 받는다. 다만, 가석방을 허가한 행정관청이 필요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숫자의 혼동이다. 제72조의 ‘무기형 20년’은 가석방을 할 수 있게 되기까지 필요한 집행 기간(요건)이고, 제73조의2의 ‘무기형 10년’은 가석방이 이미 허가된 뒤 남은 기간(가석방 기간) 즉 보호관찰 등이 이어지는 기간이다. 유기형의 경우 가석방 기간은 남은 형기로 하되 10년을 넘지 않는다.
보호관찰에 관해서도 단서를 놓치면 안 된다. 가석방된 사람은 원칙적으로 가석방 기간 중 보호관찰을 받지만, 가석방을 허가한 행정관청이 “필요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보호관찰을 받지 않을 수 있다. 가석방되면 예외 없이 반드시 보호관찰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리
- 징역형의 형기 3분의 1(무기형은 20년)이 지났다는 사실은 가석방을 “할 수 있게 되는” 요건일 뿐이며, 그 자체로 가석방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행상이 양호하고 뉘우침이 뚜렷해야 하고, 행정처분으로 결정된다.
- 벌금·과료가 함께 선고된 경우 그 금액을 완납하는 것은 가석방 검토를 받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완납하지 않으면 다른 요건을 모두 채워도 가석방 검토 자체가 될 수 없다.
- 반대로 벌금을 완납했다는 사실만으로 가석방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형기 경과, 행상·뉘우침 평가, 행정처분이라는 절차는 별도로 진행된다.
- 마약 범죄라는 죄명 자체가 형법 제72조·제73조의2의 가석방 요건이나 기간을 특별히 바꾸지는 않는다. 이 두 조문은 죄명에 따른 구분을 두지 않는 일반 규정이다.
- 가석방 기간 중 보호관찰은 원칙이지만, 행정관청이 필요 없다고 인정하면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
이 글은 형법 제72조·제73조의2의 문언을 설명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서 가석방이 실제로 허가될지, 언제 허가될지는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참고 법령
- 형법 제72조(가석방의 요건) 제1항, 제2항
- 형법 제73조의2(가석방의 기간 및 보호관찰) 제1항,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