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김에 한 욕설도 협박죄인가요 — 해악의 고지와 일시적 감정 표현의 경계
협박으로 고소당했는데, 그냥 욕설이었다면
누군가와 다투다가 격한 말이 오갔고, 상대가 “협박으로 고소하겠다”고 하는 상황은 드물지 않다. 이때 많이 묻는 질문이 “그냥 화나서 욕한 건데 어떻게 협박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나요”다.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형법 제283조가 실제로 뭐라고 적고 있는지부터 봐야 한다.
형법 제283조 원문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개정 1995.12.29>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중요한 사실이 하나 드러난다. 형법은 ‘협박’이 무엇인지 정의하지 않는다. “사람을 협박한 자는 ~에 처한다”고만 적어두었을 뿐, ‘해악의 고지’나 ‘일시적 감정 표현’이라는 말은 조문 어디에도 없다. 흔히 법률 설명에서 쓰이는 이런 표현들은 조문 문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이 글도 그 경계를 조문에 없는 말로 단정하지 않는다.
제1항: 법정형은 네 가지 중 하나
제1항은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로 되어 있다. 징역·벌금·구류·과료 중 하나가 선택되는 구조이며, 넷 중 가장 무거운 형이 자동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제2항: 존속협박은 별도 법정형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해 같은 죄를 범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1항과 달리 구류·과료는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대상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포함된다는 점이 조문에 명시되어 있다.
제3항: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제3항은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만 적고 있다. ‘고소’라는 말은 조문에 없다. 흔히 “반의사불벌죄”라고 부르는 성격을 가리키는 것이지만, 정확히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면 그 의사에 반해서 공소(기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제한은 제1항(일반 협박)뿐 아니라 제2항(존속협박)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조문이 “제1항 및 제2항의 죄”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끌어낼 수 있는 실무적 함의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히는 절차가 사건 진행에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다만 “합의하면 자동으로 사건이 끝난다”거나 “즉시 처벌된다”는 식의 단정은 조문에 없는 내용이므로 쓸 수 없다. 합의나 의사표시가 실제로 어떤 효과를 갖는지는 구체적 절차와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욕설과 협박의 경계 — 조문만으로는 답이 정해지지 않는다
형법 제283조 자체는 ‘협박’의 정의나 판단 기준을 담고 있지 않다. 그래서 “홧김에 한 욕설이 협박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구체적 기준은 이 조문 문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 경계를 다룬 판례가 있는지도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으므로, 특정 판단 기준이나 사건을 단정해서 적을 수 없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렇다. “욕설이면 무조건 협박죄가 된다”는 조문에 없는 말이다. 동시에 “욕설이니 무조건 협박이 아니다”도 조문에 없는 말이다. 제283조는 법정형과 공소제기 제한만을 규정할 뿐, 어떤 말이 협박에 해당하는지의 경계선은 조문 문언 바깥의 문제다.
정리
- 형법 제283조는 협박의 정의를 두지 않고 “사람을 협박한 자”라고만 규정한다.
- 제1항: 3년 이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중 하나.
- 제2항: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한 협박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 (구류·과료 없음).
- 제3항: 제1항·제2항 모두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고소’라는 말은 조문에 없음).
- 지금의 제283조 문언은 법률 제5057호(1995. 12. 29. 공포)가 만든 것이며, 현행 형법 전체의 공포번호인 법률 제22007호(2026. 9. 29.)가 이 조문을 고친 것은 아니다. 다만 2026. 10. 2.부터 시행 중인 현행 형법 안에서 제283조는 그대로 유효한 조문이다.
- 욕설과 협박을 가르는 구체적 판단 기준은 조문 문언에 없고, 이를 다룬 판례도 이 글의 근거 자료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참고 법령
- 형법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제1항, 제2항, 제3항
- 형법 부칙 <제22007호, 2026. 9.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