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죄로 경찰 조사를 피해 해외에 있어도 여권이 막히나요?
결론부터: 조문은 ‘가벼운 죄’와 ‘경찰 조사 불응’을 거부 사유로 정하지 않는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여권법 제12조는 “경찰 출석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를 여권 발급·재발급 거부 사유로 규정하지 않는다. 또한 이 조문이 말하는 것은 가벼운 죄가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중한 범죄 혐의다. 조문에 쓰인 말을 정확히 옮기면 다음과 같다.
여권법 제12조제1항제1호 “장기 2년 이상의 형(刑)에 해당하는 죄로 인하여 기소(起訴)되어 있는 사람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인하여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피의자중지로 한정한다)되거나 체포영장·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국외에 있는 사람”
즉 단순히 “경찰 조사를 피해 해외에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호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호가 가리키는 상태는 ① 기소중지, ② 수사중지(피의자중지로 한정), ③ 체포영장·구속영장 발부 가운데 하나이고, 각각에 해당하는 죄의 형 기준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조문 어디에도 ‘경찰’, ‘출석’, ‘불응’이라는 표현은 없다.
숫자가 두 개로 갈린다 — 2년과 3년을 섞으면 틀린다
이 조문을 설명할 때 가장 흔히 틀리는 지점이 두 숫자를 섞어 쓰는 것이다. 제1호 안에서 형 기준은 두 가지로 나뉜다.
- 기소되어 있는 사람 → 장기 2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
- 기소중지·수사중지(피의자중지 한정)·체포영장·구속영장 발부 →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
여기서 ‘장기’라는 말도 빠지면 의미가 달라진다. 법정형의 ‘장기’는 형의 상한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단순히 “2년 이상의 죄”, “3년 이상의 죄”로 줄여 쓰면 원문의 기준과 다른 설명이 된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른바 ‘출석 불응’으로 생길 수 있는 상태는 통상 수사중지(피의자중지) 쪽에 가깝다. 이 경우라면 적용되는 형 기준은 장기 3년 이상이다. 가벼운 죄, 즉 법정형 장기가 그보다 짧은 죄로는 이 호의 요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수사중지는 ‘피의자중지’로 한정된다
조문은 “기소중지 또는 수사중지(피의자중지로 한정한다)“라고 적고 있다. 수사중지에는 여러 유형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조문이 거부 사유로 삼는 것은 그중 피의자중지로 한정된 범위다. 수사중지라는 말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유형의 수사중지가 해당한다고 넓혀 읽을 수 없다.
‘국외에 있는 사람’이라는 요건의 위치
제1호 문장은 ”…체포영장·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국외에 있는 사람”으로 끝난다. ‘국외에 있는 사람’이라는 요건이 문장 맨 끝에 붙어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이 요건이 앞의 ‘기소되어 있는 사람’ 부분에도 똑같이 걸리는지는 조문 문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이 글에서는 조문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고, 그 해석을 임의로 확정하지 않는다.
이 조문의 효과는 ‘발급·재발급 거부’다 — 이미 있는 여권을 뺏는 조항이 아니다
제12조제1항이 정하는 효과는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이미 소지하고 있는 여권을 반납시키거나, 그 효력을 무효로 만들거나 정지시키는 내용은 이 조문에 없다. “여권이 취소된다”, “여권이 정지된다”는 식의 설명은 이 조문의 문언을 벗어난 것이다.
‘거부할 수 있다’ — 의무가 아니라 재량
제1항은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 외교부장관이 발급·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정한다.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즉시 거부되는 것이 아니라 외교부장관에게 재량이 주어져 있다는 의미다. ‘자동으로 거부된다’거나 ‘무조건 거부된다’는 설명은 조문과 맞지 않는다.
제2항의 협의·심의 절차는 제4호 사안에만 적용된다
제12조제2항은 “미리 법무부장관과 협의하고 제18조에 따른 여권정책협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한다. 다만 이 절차는 제1항제4호(국외에서 대한민국의 안전보장·질서유지나 통일·외교정책에 중대한 침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거치는 절차다. 기소·기소중지·수사중지 등을 다루는 제1호 사안에는 이 절차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조문 구조 정리
현행 제12조는 항이 4개로 번호가 매겨져 있으나 ③·④항은 2023년에 삭제되어 남아 있는 것은 ①항과 ②항뿐이다. ①항의 호는 1호, 2호, 2의2호, 3호, 3의2호, 4호로 모두 6개이며, 4호 아래에는 가목·나목 2개의 목이 있다.
현행 조문의 연원
이 글이 참조하는 여권법은 법률 제21383호(2026. 2. 27. 일부개정, 2026. 8. 28. 시행)로 현재 시행 중인 법률이다. 다만 제12조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이보다 앞선 법률 제19580호(2023. 8. 8. 공포)이며, 2026년 개정(제21383호)이 함께 고친 조문은 제14조, 제16조, 제24조(벌칙), 제26조(벌칙)이고 제12조는 포함되지 않는다. 즉 제12조 자체는 2026년 개정의 대상이 아니었고, 그 부칙에도 제12조에 관한 적용례·경과조치는 없다.
참고로 제1항제2호는 “제24조부터 제26조까지의 죄”를 인용하는데, 이 가운데 제24조·제26조는 2026년 개정으로 내용이 바뀌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과 법정형으로 바뀌었는지는 이 글에서 확인된 범위를 벗어나므로 단정하지 않는다.
요약
- 여권법 제12조는 ‘가벼운 죄’나 ‘경찰 출석 불응’ 자체를 거부 사유로 규정하지 않는다.
- 기소는 장기 2년 이상, 기소중지·수사중지(피의자중지 한정)·체포영장·구속영장 발부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가 기준이다.
- 수사중지는 피의자중지로 한정된다.
- 효과는 여권의 발급·재발급 거부이며, 이미 가진 여권의 반납·무효와는 다른 문제다.
- 요건 충족 시에도 외교부장관의 재량(“거부할 수 있다”)이지 의무가 아니다.
- 이 조문에 관한 구체적 판례는 제시된 자료에 없다.
참고 법령
- 여권법 제12조(여권의 발급 등의 거부) 제1항, 제1항제1호, 제1항제2호, 제1항제4호, 제2항
- 여권법 제18조(여권정책협의회 관련 조항 인용)
- 여권법 제24조, 제26조(벌칙 — 제12조제1항제2호가 인용)
- 여권법 부칙 <제21383호, 2026.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