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기사로 명예가 훼손되면 언론사에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나요?
언론 보도로 명예가 깎였다고 느끼는 경우, 헌법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을 직접 열어두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21조가 그 근거다.
헌법 제21조의 구조: 세 가지 다른 어미를 구분해야 한다
헌법 제21조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다루면서 항마다 서로 다른 강도의 표현을 쓴다. 이를 뭉뚱그려 읽으면 조문의 의미가 왜곡된다.
- 제21조제1항: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 자유를 선언하는 서술적 규정이다.
- 제21조제2항: “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이 항의 문언은 대상에 따라 다르게 적혀 있다. 언론·출판에 대해서는 “허가나 검열”이 금지되지만, 집회·결사에 대해서는 “허가”만 금지 대상으로 적혀 있다. 즉 집회·결사에 대한 ‘검열’이 이 항에서 금지된다고 쓰는 것은 조문 문언과 맞지 않는다.
- 제21조제3항: 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 보장에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다. 이 사항의 구체적 내용은 헌법 조문 자체에는 나와 있지 않다.
- 제21조제4항: 이 항이 언론 보도로 인한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문제의 핵심이다.
제4항 전단: 침해 금지의 대상
제21조제4항 전단은 “언론ㆍ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침해가 금지되는 대상은 네 가지다 — 타인의 명예, 타인의 권리, 공중도덕, 사회윤리. 이 문언의 어미는 “아니된다”로, 금지 규정이다.
제4항 후단: 배상 청구의 요건
제21조제4항 후단은 “언론ㆍ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후단을 읽을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점이 있다.
첫째, 배상 청구 요건은 전단보다 좁다. 전단이 금지하는 침해 대상은 명예·권리·공중도덕·사회윤리 네 가지이지만, 후단이 배상 청구의 요건으로 삼는 침해 대상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뿐이다.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했다는 사정만으로 이 조문에 따른 배상 청구 요건이 충족된다고 읽어서는 안 된다.
둘째, 어미는 “청구할 수 있다”이다. 이는 재량적·권리 부여적 표현이다. “침해하면 배상이 이루어진다”거나 “침해하면 반드시 배상해야 한다”는 식으로 바꿔 쓰는 것은 조문의 문언과 다르다. 헌법 제21조제4항은 피해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규정이며, 침해가 있으면 자동으로 배상이 확정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셋째, 청구권자는 “피해자”로 명시되어 있다. 조문은 청구 주체를 피해자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를 다른 주체로 넓혀 읽을 근거는 조문 자체에 없다.
정리하면, 언론 기사로 명예가 훼손된 경우 헌법 제21조제4항은 “피해자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틀을 제공한다. 다만 이것이 모든 보도에 대해 무조건·자동으로 배상이 인정된다는 뜻은 아니며,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헌법상 명시되어 있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
자유와 제한의 관계 — 제37조와의 연결, 그리고 단정해서는 안 되는 부분
헌법 제37조제2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는 요건을 정한다.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제21조제4항이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한 일종의 한계(명예·권리 침해 금지, 배상 청구 가능)를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37조제2항과 맥락상 연결지어 생각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두 조문 사이의 관계, 즉 제21조제2항의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금지와 제37조제2항의 제한 요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맞물리는지는 두 조문 어디에도 명시적으로 적혀 있지 않다. 이 관계를 단정적으로 서술하는 것은 조문 문언을 벗어난 해석이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참고로 제37조제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헌법에 일일이 나열되지 않은 권리라도 가볍게 여겨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히고 있다.
조문의 연혁에 대하여
현행 헌법 제21조와 제37조는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헌법 제10호, 1987. 10. 29. 전부개정). 다만 법제처 원문 전사 결과 이 두 조문의 현재 문언을 구체적으로 어느 개정이 만들었는지를 보여주는 연혁 표기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1987년 전부개정이 이 문언을 그대로 만들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되며, 제정 당시부터의 문언일 가능성과 그 이후 표기가 생략되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어야 한다.
부칙(헌법 제10호, 1987. 10. 29.)은 시행일(1988년 2월 25일)과 시행 전 준비 허용 외에도, 대통령·국회의원 선거 및 임기, 헌법시행 당시 공무원의 지위, 종전 법령·조약의 효력(“이 헌법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 지속), 신설 기관 설치 전까지의 기존 기관 존속에 관한 경과 규정을 함께 담고 있다. 다만 이 부칙 중 제21조만을 겨냥한 별도의 적용례나 경과조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판례와 관련하여
이 글이 다룬 자료의 범위 안에서는 헌법 제21조나 제37조에 관한 구체적 판례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정 판결이나 사건번호를 언급하며 결론을 단정하는 것은 이 글의 근거 범위를 벗어나므로, 실제 분쟁에서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만 밝혀둔다.
요약
-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제21조제2항). 집회·결사에는 허가만 금지 대상으로 적혀 있다.
-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권리·공중도덕·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아니 된다(제21조제4항 전단).
-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가 그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제21조제4항 후단). 청구 요건은 명예·권리 침해로 한정되고, 청구권자는 피해자이며, 어미는 “청구할 수 있다”이다.
- 자유와 권리의 제한에는 법률로써,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하되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일반 원칙이 제37조제2항에 있다. 다만 이 원칙과 제21조제2항의 관계는 조문상 명시되어 있지 않다.
참고 법령
- 대한민국헌법 제21조제1항, 제2항, 제3항, 제4항
- 대한민국헌법 제37조제1항, 제2항
- 대한민국헌법 부칙(제10호, 1987. 10. 29.) 제1조~제6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