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는 범인, 시민이 직접 잡아도 될까 — 현행범 체포와 자구행위의 법적 경계

입력 2026.10.05. 오전 10:08

결론부터: 체포는 ‘할 수 있다’, 인도는 ‘해야 한다’

경찰이 아닌 일반 시민도 눈앞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달아나는 사람, 즉 현행범인을 붙잡을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이렇게 정한다.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

여기서 핵심 단어는 “누구든지”다. 체포 권한이 경찰관 등 수사기관에 한정되지 않고 일반 시민에게도 열려 있다는 뜻이다. 다만 조문을 정확히 읽으면 “체포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시민에게 현행범을 반드시 붙잡아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붙잡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 것이다. 붙잡지 않았다고 해서 이 조문을 어긴 것이 되지는 않는다.

반면 일단 붙잡은 뒤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213조제1항은 사법경찰관리가 아닌 사람이 현행범인을 체포한 경우 “즉시 사법경찰관리에게 인도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체포는 재량이지만, 체포한 이후의 인도는 의무다. ‘즉시’라는 표현이 붙어 있는 것도 이 인도 의무 부분뿐이다. 시민이 범인을 붙잡아 놓고 임의로 데리고 있거나, 스스로 처벌 여부를 판단해 풀어주는 식의 행위는 이 조문이 요구하는 절차와 맞지 않는다.

인도를 받은 사법경찰관리 쪽 의무와 재량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형사소송법 제213조제2항은 “사법경찰관리가 현행범인의 인도를 받은 때에는 체포자의 성명, 주거, 체포의 사유를 물어야 하고, 필요한 때에는 체포자에 대하여 경찰관서에 동행함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체포자의 인적사항과 체포 사유를 확인하는 것은 의무(“물어야 하고”)이지만, 경찰관서 동행을 요구하는 것은 필요한 경우에 한한 재량(“요구할 수 있다”)이다. 두 행위를 같은 강도의 의무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참고로 제213조제3항은 원래 있었으나 1987년 11월 28일에 삭제되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항이다.

시민 체포가 가능한 상황은 ‘현행범’에 한정된다

형사소송법 제212조와 제213조, 제214조에는 ‘현행범인’이 정확히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지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다. 조문 자체는 그 개념을 전제로만 두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도 조문에 없는 정의를 임의로 덧붙이지 않고, 조문이 실제로 규정한 범위—체포·인도의 절차와 그 한계—만 다룬다.

경미한 범죄는 다르다 — 주거가 불분명할 때만 적용

모든 현행범에게 시민 체포가 무제한으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형사소송법 제214조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별도의 제한을 둔다.

“다액 50만원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죄의 현행범인에 대하여는 범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 한하여 제212조 내지 제213조의 규정을 적용한다.” (형사소송법 제214조)

이 조문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조건의 구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상이 되는 죄는 “다액 50만원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해당하는 죄”이고, 이런 경미한 죄의 현행범에게는 “범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 한하여” 체포·인도 규정(제212조~제213조)이 적용된다. 즉 이 제한은 “누구든지” 체포할 수 있다는 제212조 전체에 걸리는 것이며, 다음 두 가지 오해는 모두 조문과 맞지 않는다.

  • “경미한 범죄는 현행범이라도 체포할 수 없다”(× — 주거가 불분명하면 체포 규정이 적용된다)
  • “경미한 범죄도 주거와 상관없이 체포할 수 있다”(× — 주거가 분명하면 제212조·제213조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리하면, 벌금 다액 50만 원 이하·구류·과료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의 현행범을 시민이 체포·인도하는 절차가 적용되는 것은 그 사람의 주거가 분명하지 않을 때뿐이다. 주거가 분명한 경미사건 현행범에게는 제212조·제213조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2027년 12월 31일부터 바뀌는 조문 — 아직은 시행 전

형사소송법 제213조제1항은 앞으로 문언이 바뀔 예정이다. 법률 제21241호(2025. 12. 30. 일부개정)에 따라 2027년 12월 3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조문은 다음과 같다.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 아닌 자가 현행범인을 체포한 때에는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리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현행 조문이 “사법경찰관리 아닌 자가 … 사법경찰관리에게 인도”라고만 정하는 데 비해, 개정 조문은 인도 대상과 인도하는 주체 양쪽에 “검사”가 추가된다. 다만 이 글을 쓰는 기준일(2026-10-05) 현재 이 개정 조문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지금 적용되는 것은 여전히 현행 제213조제1항, 즉 사법경찰관리에게만 인도하도록 정한 조문이다. 시행일 이전에 이 개정 문언을 현재 시행 중인 것처럼 인용해서는 안 된다.

붙잡은 뒤 정도를 넘으면 — 형법상 자구행위와의 구별

시민이 현행범을 붙잡는 상황에서 종종 함께 언급되는 것이 형법 제23조의 자구행위다. 그러나 두 제도는 요건과 대상이 다르므로 섞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

형법 제23조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는 청구권을 보전(保全)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이 조문이 규율하는 대상은 ‘청구권’이다. 즉 정식 법적 절차로는 자신의 청구권을 보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효과(“벌하지 아니한다”)가 성립하려면 아래 세 요건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

  1. 법률에서 정한 절차로는 청구권을 보전할 수 없는 경우일 것
  2.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행위일 것
  3. 그 행위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현행범 체포(제212조)는 범행 현장에서 범인을 붙잡는 문제이고, 자구행위(형법 제23조)는 이미 성립한 청구권을 사후에 스스로 지키는 문제다. 두 제도는 성립 요건과 적용 상황이 전혀 다르므로, 예컨대 “도망가는 범인을 붙잡은 것이 자구행위에 해당한다”는 식으로 단순히 연결해서 설명하는 것은 조문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정도를 넘은 자구행위에 대해서는 형법 제23조제2항이 별도로 정한다.

“제1항의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이 역시 재량 규정이다. 정도를 넘었다고 해서 자동으로 처벌을 면하는 것이 아니라,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정도를 초과해도 처벌받지 않는다”거나 “정도를 초과하면 반드시 감면된다”는 식의 이해는 조문과 다르다.

조문 구조 요약

  • 형사소송법 제212조: 항·호 구분 없이 단문으로 구성.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
  • 형사소송법 제213조: 총 3개 항 중 제3항은 1987년 11월 28일 삭제되어 현재 존재하지 않음. 제1항은 인도 의무, 제2항은 인적사항 확인 의무와 동행 요구 재량을 함께 규정.
  • 형사소송법 제214조: 항·호 구분 없는 단문. 경미사건 현행범에 대해 제212조~제213조 적용을 “주거가 분명하지 아니한 때”로 제한.
  • 형법 제23조: 제1항(자구행위의 성립과 불처벌), 제2항(과잉 자구행위의 임의적 감면)의 2개 항으로 구성.

판례 관련 유의점

현행범인 체포나 자구행위에 관해 이 글이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구체적 판례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실제 사안에서 이 조문들이 어떻게 적용되는지는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상황에 대한 판단은 조문 문언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212조(현행범인의 체포)
  • 형사소송법 제213조(체포된 현행범인의 인도) 제1항, 제2항, 제3항(삭제)
  • 형사소송법 제214조(경미사건과 현행범인의 체포)
  • 형사소송법 제213조제1항 — 법률 제21241호(2025. 12. 30. 일부개정, 2027년 12월 31일 시행 예정)
  • 형법 제23조(자구행위) 제1항, 제2항

관련 법령: 형사소송법 제212조 · 형사소송법 제213조 · 형사소송법 제214조 · 형법 제2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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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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