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첨 배정받은 종립고의 종교수업, 거부할 수 있나

입력 2026.10.28. 오전 10:08

고등학교 평준화제도가 시행되는 지역에서는 학생들이 신앙과 무관하게 추첨으로 학교에 배정받습니다. 만약 그곳이 종교를 건학이념으로 하는 사립고라면, 거기서의 종교수업을 거부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제시한 것이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판결입니다.

충돌하는 두 기본권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종교의 자유를 보장합니다. 여기에는 종교를 갖지 않을 자유,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종교행위를 강요받지 않을 자유가 포함됩니다.

한편 종교단체가 설립한 사립학교(종립학교)는 자신의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종교교육을 할 자유를 갖습니다. 이는 교육기본법에서 국립·공립학교에만 종교교육을 금지한 이유이기도 합니다(제6조제2항).

그런데 평준화제도 때문에 신앙과 무관하게 종립고에 배정받은 학생은, 학교의 종교교육 자유와 자신의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판결은 이 충돌을 푸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학교의 종교교육이 위법인지 아닌지는 다음 요소들을 모두 함께 고려해서 판단한다고 했습니다:

1. 종교교육의 내용: 종교 일반을 다루는 교양 수준인가, 아니면 특정 종교의 교리를 직접 전파하는가?

2. 지속성: 특정 시기의 일시적 행사인가, 아니면 정규 교육과정으로 계속되는가?

3. 사전 고지: 학생에게 종교교육의 내용을 미리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는가?

4. 참여의 자유: 참여하지 않으려는 학생이 불이익을 우려하지 않고 대체과목을 선택하거나 참여를 거부할 수 있었는가?

판결은 이 모든 것을 종합해 **“사회상식과 법감정에 비추어 용인될 수 있는 한계를 초과했느냐”**로 위법성을 판단하라고 했습니다.

본건에서 위법으로 인정된 행위

대법원이 판결한 사건에서 학교는:

  • 매일 아침 경건회(찬송, 기도)를 실시하고, 주 1회 정규 시간에 예배를 진행
  •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연중 종교행사를 계속 실시
  • 정규 교과로 종교과목을 부과하면서도 대체과목을 편성하지 않음
  • 예배 미참석 학생에게 청소를 시키거나 지각 처리 등 불이익 부여
  • 학생이 수차례 거부감을 표시했으나 이를 무시하고 계속 실시

대법원은 이러한 행위들이 신앙을 갖지 않은 학생의 종교에 관한 인격적 법익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고, 학교의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의 의미

판결을 보면:

학생은 기본적으로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자신의 신앙에 반하는 종교교육을 강요받지 않을 헌법적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학생도 공교육 체계 내에서 “한계 안의 종교교육은 용인해야” 한다고 판결은 명시했습니다. 종립학교가 종교교육을 한다는 것 자체가 곧 위법인 것은 아닙니다.

학교의 태도가 결정적입니다. 학교가 대체과목을 제공하거나, 학생이 거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거나, 종교교육 내용을 미리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면, 그 범위 안의 종교교육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반대로 본건처럼 거부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학생의 이의에 응하지 않으며, 대체 선택지를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위법이며 손해배상의 대상이 됩니다.

결론

“추첨 배정받은 종립고에서 종교수업을 거부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학교의 구체적인 행동에 따라 다르다”**입니다.

학교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최소한의 수준이나마 고려한 조치를 취했다면, 그 안에서의 종교교육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하지만 종파교육을 강제하고, 거부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며, 학생의 거부 의사를 무시한다면, 그것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법행위입니다.


참고 법령

  • 대한민국헌법 제20조제1항
  • 교육기본법 제6조제2항
  •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판결

관련 법령: 교육기본법 제6조 · 대한민국헌법 제20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08다38288 —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판결

[1] 헌법상의 기본권은 제1차적으로 개인의 자유로운 영역을 공권력의 침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헌법의 기본적인 결단인 객관적인 가치질서를 구체화한 것으로서, 사법(私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그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사인간의 사적인 법률관계도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 다만 기본권 규정은 그 성질상 사법관계에 직접 적용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을 제외하고는 사법상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민법 제2조, 제103조, 제750조, 제751조 등의 내용을 형성하고 그 해석 기준이 되어

판결문 원문 (2010-04-2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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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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