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검사를 거부하면 경찰이 병원까지 강제로 데려갈 수 있나요
결론부터
조건을 갖추면 가능하다. 다만 “거부하면 바로 강제로 채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피의자 동의 없이 소변을 확보하는 절차를 법으로 정한 두 가지 갈래로 설명하고, 병원 같은 적합한 장소로 피의자를 데려가기 위해 유형력을 쓰는 것도 그중 한 갈래(압수·수색) 안에서만, 그것도 엄격한 조건 아래에서만 허용한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6219 판결).
피의자 동의 없이 소변을 채취하는 두 가지 법적 경로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피의자의 동의 없이 소변을 채취하려면, 법이 정한 두 갈래 중 하나를 거쳐야 한다.
① 감정에 필요한 처분 — 감정허가장
형사소송법 제221조의4 제1항과 제173조 제1항에 따라, 감정의 위촉을 받은 자가 판사의 허가를 얻어 신체 검사 등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 수사 단계에서 이 허가는 사법경찰관이 검사에게 신청하고, 검사가 판사에게 청구해야 하며, 판사는 청구가 상당하다고 인정할 때 허가장을 발부해야 한다(제221조의4 제2항·제3항). 허가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죄명, 검사할 신체 등을 적어야 하고, 처분을 받는 자에게 이를 제시해야 한다(제173조 제2항·제3항이 제221조의4 제4항을 통해 준용됨). 만약 피의자를 병원 등에 일정 시간 머물게 할 필요까지 있다면, 이 감정처분허가장만으로는 부족하고 형사소송법 제221조의3에 따른 감정유치장을 별도로 받아야 한다.
② 압수·수색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06조 제1항, 제109조에 따른 압수·수색의 방법으로도 소변을 채취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형사소송법 제215조에 따라 판사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적법하게 발부받아 집행해야 한다. 2018도6219 사안에서 문제 된 것도 바로 이 압수·수색 갈래였다.
두 갈래 모두 “판사의 허가 또는 영장”이 전제라는 점은 같다. 경찰이 임의로, 영장 없이 소변을 강제로 채취할 수 있는 길은 원칙적으로 없다.
“거부하면 바로 강제채취”가 아니다 — 판례가 요구하는 요건
대법원은 강제 채뇨(피의자가 임의로 소변을 제출하지 않을 때 강제력을 써서 도뇨관을 요도를 통해 방광에 삽입해 소변을 배출시켜 취득하는 행위)에 대해, 피의자의 신체에 직접 작용할 뿐만 아니라 신체적 고통이나 수치심·굴욕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그래서 다음 네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 피의자에게 범죄 혐의가 있고 그 범죄가 중대한지
- 소변성분 분석으로 범죄 혐의를 밝힐 수 있는지
- 범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피의자의 신체에서 소변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지
- 채뇨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는 증명이 곤란한지
이를 고려해 범죄 수사를 위해 강제 채뇨가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최후의 수단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서만 허용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그리고 실제 채취는 의사·간호사, 그 밖의 숙련된 의료인 등이 소변 채취에 적합한 의료장비와 시설을 갖춘 곳에서, 피의자의 신체와 건강을 해칠 위험이 적고 굴욕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병원까지 데려가는 유형력, 어디까지 허용되나
질문의 핵심인 “병원까지 강제로 데려가는 것”은 위 두 갈래 중 압수·수색 쪽에서 나오는 쟁점이다. 대법원은 압수·수색의 방법으로 소변을 채취하는 경우, 압수대상물인 피의자의 소변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기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의자가 병원 응급실 등 소변 채취에 적합한 장소로 이동하는 데 동의하지 않거나 저항하는 등 임의동행을 기대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때에는, 수사기관이 그 장소로 피의자를 데려가기 위해 필요 최소한의 유형력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보았다.
이는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0조 제1항이 정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에 해당한다. 참고로 제120조 제1항의 문언 자체는 “건정을 열거나 개봉 기타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다”로 되어 있을 뿐, 강제 채뇨나 이동을 위한 유형력을 구체적으로 적어놓은 조문은 아니다. 대법원이 이 ‘기타 필요한 처분’이라는 재량 규정을 해석해 위와 같은 결론을 도출한 것이다. 대법원은 그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피의자의 신체·건강을 해칠 위험이 적고 굴욕감을 최소화하도록 마련된 절차에 따른 강제 채뇨 자체가 불가능해져 압수영장의 목적을 달성할 방법이 없게 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실제 사례: 대법원 2018도6219 판결
이 판결이 다룬 사안은 다음과 같다.
- 피의자가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제보를 바탕으로, 피의자의 소변 30cc, 모발 약 80수, 마약류 불법사용 도구 등을 압수할 물건으로 한 압수·수색·검증영장이 발부되었다.
- 경찰관은 영장을 제시하고 주거지를 수색해 사용 흔적이 있는 주사기 4개를 압수했다.
- 경찰관이 영장에 따라 소변과 모발 제출을 요구했으나 피의자는 욕설을 하며 완강히 거부했다. 경찰관은 약 3시간 동안 설득했으나 피의자가 계속 거부하면서 자해를 하자 이를 제압하고 수갑과 포승을 채운 뒤 강제로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 병원 응급실에서도 피의자가 소변의 임의 제출을 거부하자, 경찰관은 의사의 지시를 받은 응급구조사로 하여금 피의자의 신체에서 소변 30cc를 채취하도록 해 이를 압수했다.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반응이 나왔다.
대법원은 피의사실이 중대하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명백한 범죄 혐의가 있었다는 점, 장시간 설득에도 피의자가 적법하게 발부된 압수영장의 집행에 저항해 경찰관이 다른 방법으로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곤란했다는 점, 그 과정에서 강제력 행사가 필요 최소한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경찰관의 조치가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0조 제1항이 정한 ‘압수영장의 집행에 필요한 처분’으로서 허용된다고 보았다. 모발은 영장상 압수할 물건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 판결에서 실제로 문제 된 것은 소변 채취이며, 모발을 강제로 채취하는 요건과 방법까지 이 판결이 판단한 것은 아니다.
수갑·포승 사용은 별도의 문제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 제10조의2 제1항 제2호·제3호, 제2항 등에 따르면 경찰관은 직무수행 중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와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 제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에서 수갑, 포승 등 경찰장구를 사용할 수 있다. 위 사안에서 경찰관이 압수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피의자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가는 과정에서, 공무집행에 항거하는 피의자를 제지하고 자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수갑과 포승을 사용한 것은 이 경찰관 직무집행법 규정에 따라 허용되는 경찰장구 사용으로서 적법하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즉 “병원까지 데려가는 유형력”의 적법성 판단(형사소송법 쪽)과 “수갑·포승을 채운 것”의 적법성 판단(경찰관 직무집행법 쪽)은 서로 다른 법적 근거에서 각각 검토된다.
정리
- 피의자 동의 없는 소변 채취는 ① 감정허가장에 의한 감정처분 또는 ② 압수·수색영장에 의한 압수·수색, 두 갈래 중 하나로만 가능하다.
- 압수·수색 갈래에서는, 적합한 장소로 이동하는 데 피의자가 동의하지 않거나 저항해 임의동행을 기대할 수 없을 때, 필요 최소한의 유형력으로 병원 등으로 데려가는 것이 ‘영장 집행에 필요한 처분’으로 허용될 수 있다.
- 강제 채뇨 자체는 범죄의 중대성, 혐의의 객관성, 소변 확보의 필요성, 다른 증명 수단의 곤란성을 함께 따져 부득이하다고 인정될 때에만 최후의 수단으로 허용되며, 의료인이 적합한 시설에서 신체·건강 위험과 굴욕감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
- 수갑·포승 등 경찰장구 사용의 적법성은 형사소송법이 아니라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따라 별도로 판단된다.
- 이 판례가 직접 판단한 것은 소변 채취이며, 모발 채취에 같은 법리가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근거는 이 판결에서 찾을 수 없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106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109조
- 형사소송법 제120조 제1항
- 형사소송법 제173조 제1항·제2항·제3항·제5항
- 형사소송법 제215조
- 형사소송법 제219조
- 형사소송법 제221조의3
- 형사소송법 제221조의4 제1항·제2항·제3항·제4항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 제1항·제2항
-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10조의2 제1항 제2호·제3호, 제2항
-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도6219 판결
-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1도15258 판결(참조판례)
관련 판례
[1] 강제 채뇨는 피의자가 임의로 소변을 제출하지 않는 경우 피의자에 대하여 강제력을 사용해서 도뇨관(catheter)을 요도를 통하여 방광에 삽입한 뒤 체내에 있는 소변을 배출시켜 소변을 취득·보관하는 행위이다. 수사기관이 범죄 증거를 수집할 목적으로 하는 강제 채뇨는 피의자의 신체에 직접적인 작용을 수반할 뿐만 아니라 피의자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장애를 초래하거나 수치심이나 굴욕감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피의자에게 범죄 혐의가 있고 그 범죄가 중대한지, 소변성분 분석을 통해서 범죄 혐의를 밝힐 수 있는지, 범죄 증거를 수집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