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옮기기만 해도 도와준 게 아니라 직접 범행이 되나요?
“내가 직접 판 것도 아니고, 그냥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겨준 것뿐인데 정범이라니?” 마약류 사건에서 자주 나오는 생각이다. 형법의 방조(종범) 개념을 떠올려 ‘운반은 도와준 것에 불과하니 형이 감경될 것’이라 기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은 ‘운반’ 자체를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로 못박아 놓았다. 즉 운반은 남의 범죄를 도운 방조 행위가 아니라, 법이 직접 금지한 행위 그 자체다.
결론부터: 운반은 조문이 직접 금지한 행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은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항목별로 나열한다.
- 제1호: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수입, 수출, 제조, 조제, 투약, 수수, 매매, 매매의 유인·권유·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
- 제2호: 대마를 재배·소지·소유·수수·운반·보관 또는 사용하는 행위
두 호는 대상 물질이 다르고(제1호는 마약·향정신성의약품, 제2호는 대마) 나열된 행위 목록도 서로 다르므로 하나로 뭉뚱그려 이해하면 안 된다. 다만 공통점은 명확하다. ‘운반’은 두 호 모두에서 소지·수수 등과 나란히 놓인, 그 자체로 금지되는 행위다. 마약이든 대마든 물건을 옮기는 그 순간의 행위가 이미 법이 정한 금지 행위 목록에 들어 있다는 뜻이다.
그럼 형법상 ‘종범(방조)‘은 언제 문제 되나
형법 제32조는 다음 두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①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 ②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
이 조문이 다루는 것은 ‘타인의 범죄’를 곁에서 도운 경우다. 그런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이 금지하는 운반은 애초에 ‘타인의 범죄를 도운 행위’가 아니라, 운반한 사람 스스로가 저지른 행위로서 법이 직접 규율하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옮기기만 했으니 방조범이고 형이 감경된다”는 식의 도식은 이 두 조문의 구조와 맞지 않는다. 운반이 방조로 평가되는지, 정범으로 평가되는지를 판단한 판례는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범위에서 확인되지 않았으며, 형이 어떻게 되는지는 자료 범위 밖의 문제다.
운반이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도 있다
제4조제1항이 운반을 금지하지만, 제2항은 “제1항에도 불구하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도 마약류를 취급할 수 있다”고 정해 예외를 두고 있다. 그중 운반과 직접 관련된 것이 제3호다.
이 법에 따라 마약류취급자를 위하여 마약류를 운반·보관·소지 또는 관리하는 경우
즉 마약류취급자(마약류를 다룰 자격이 법으로 정해진 사람이나 업체)를 위해 그의 지시나 위임에 따라 운반하는 경우는 이 법에 따른 예외로 취급이 허용된다. “운반은 어떤 경우에도 불법”이라는 단정은 조문과 맞지 않는다. 다만 이 예외에 해당하려면 제4조제4항이 정한 별도 절차를 지켜야 한다.
제3호로 대마를 운반하려면 ‘신고’가 필요하다
제4조제4항은 제2항제3호에 따라 대마를 운반·보관 또는 소지하려는 사람에게 신고 의무를 지운다.
제2항제3호에 따라 대마를 운반·보관 또는 소지하려는 자는 특별자치시장·시장(「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행정시장을 포함한다)·군수 또는 구청장(자치구의 구청장을 말한다)에게 신고하여야 한다. 이 경우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은 그 신고 받은 내용을 검토하여 이 법에 적합하면 신고를 수리하여야 한다.
신고 의무가 걸리는 것은 제2항제3호(마약류취급자를 위한 운반·보관·소지·관리)에 해당하는 경우이며, 다른 예외 호에는 이 신고 의무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 신고 절차와 운반·보관·소지 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은 제5항에 따라 총리령으로 정하도록 위임되어 있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이 글이 근거로 삼은 자료 범위 밖이다.
2026년 11월 12일부터 조문이 달라진다는 점도 알아두자
이 글이 정리한 제4조 문언은 2026년 10월 4일 기준으로 현행인 조문이다. 그런데 2026년 11월 12일부터는 법률 제21102호에 따른 개정 문언이 시행될 예정이다. 이 예정 문언에서는 제2항이 7개 호로 구성되며, 현행 제2항에 있는 ‘신분비공개수사·신분위장수사를 위한 마약류 취급’ 관련 호가 빠진다. 예정 문언의 제7호는 “그 밖에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다. 즉 이 글을 읽는 시점이 2026년 11월 12일 이후라면 현재 시행 중인 조문이 여기서 정리한 것과 다를 수 있으니, 해당 시점의 조문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2027년 5월 27일(법률 제21691호)과 2027년 9월 16일(법률 제21932호) 시행 예정본은 제4조에 관한 한 현행 문언과 같다.
또한 현행 제2항제7호(신분비공개수사·신분위장수사를 위한 마약류 취급)는 법률 제21691호(공포 2026년 5월 26일)가 만든 문언인데, 이 법률의 부칙은 원칙적으로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하도록 정하면서 예외적으로 3개월 뒤 먼저 시행되는 것은 제5조의2제3항·제4항·제7항뿐이라고 못박고 있다. 제2항제7호가 이 예외에 포함되는지는 이 부칙 문언만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호가 정확히 언제부터 시행 중인지는 별도로 확인이 필요하다.
정리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제1항제1호·제2호는 ‘운반’을 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사람에게 금지된 행위로 직접 규정한다. 형법 제32조의 방조(종범) 구조와는 별개의 문제다.
- “운반은 무조건 방조”, “운반이면 형이 자동으로 감경된다” 같은 통념은 두 조문의 구조와 맞지 않는다.
- 제4조제2항제3호에 따라 마약류취급자를 위해 운반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되며, 이 경우 제4항에 따른 신고와 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 운반의 구체적 법정형, 총리령·대통령령에 위임된 승인 요건·신고 절차의 세부 내용은 이 글의 근거 자료 범위 밖이므로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 2026년 11월 12일부터 제4조의 문언이 일부 달라질 예정이므로, 그 이후에는 현행 조문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참고 법령
-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4조(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마약류 취급 금지) 제1항제1호, 제1항제2호, 제2항, 제2항제3호, 제4항, 제5항
- 형법 제32조(종범) 제1항,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