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산 사람이 가짜 명의인 줄 몰랐다는 건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질문의 배경 — 빚 때문에 가족 명의로 넘긴 집
빚을 피하려고 집을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돌려놓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는 매매나 증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유권을 넘길 뜻이 없고 상대방도 그 사실을 알면서 서류에만 응한 것이라면 이는 민법이 정한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뒤에 벌어진다. 명의를 받은 사람이 그 집을 다시 제3자에게 팔고, 그 제3자는 “원래 이 집의 소유 관계에 다른 사정이 있는 줄 몰랐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때 집을 산 사람이 몰랐다는 사실—즉 선의였다는 사실—은 누가 증명해야 하는가가 쟁점이 된다.
민법 제108조 원문
민법 제108조(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①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이 조문은 ‘가족’, ‘빚’, ‘집’, ‘명의’라는 말을 전혀 쓰지 않는다. 즉 가족 간 명의이전에만 적용되는 특별 조문이 아니라, 당사자들이 서로 짜고(통정) 진짜와 다른 의사표시를 한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일반 규정이다. 빚을 피하려는 명의이전은 이 조문이 적용될 수 있는 하나의 사례 유형일 뿐이다.
제1항과 제2항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제1항은 당사자 사이의 효력을 정한다. 서로 통정해서 허위로 한 의사표시는 그 자체로 무효다. 빚을 피하려고 명의만 넘긴 거래가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한다면, 명의를 넘긴 사람과 받은 사람 사이에서는 그 거래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던 것으로 다루어진다.
제2항은 그 무효를 제3자에게도 그대로 들이댈 수 있는지를 정한다. 조문은 “전항의 의사표시의 무효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만 쓴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다.
- 제2항은 “무효가 아니게 된다”거나 “제삼자에게는 유효가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문언상 정해진 효과는 오직 “대항하지 못한다”는 것뿐이다. 즉 당사자 사이의 거래는 여전히 무효이고, 다만 그 무효를 선의의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없다는 구조다.
- 조문이 요구하는 요건은 ‘선의’와 ‘제삼자’, 이 두 가지뿐이다. ‘무과실’이라거나 ‘등기를 믿었을 것’ 같은 요건은 제108조의 문언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몰랐다”는 사실은 누가 증명하나
질문의 핵심—집을 산 사람이 가짜 명의인 줄 몰랐다는 사실을 누가 증명해야 하는가—에 대해, 민법 제108조 자체는 아무런 답을 정해 두지 않았다. 조문은 제2항에서 “선의의 제삼자”라는 요건만 두고 있을 뿐, 그 선의를 누가 주장하고 누가 증명할 책임을 지는지에 관한 규정은 없다. 또한 이 요건을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사건례도 여기서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면 증명책임이 산 사람에게 있다” 또는 “원래 소유자였던 쪽에 있다”는 식으로 단정할 근거는 제108조의 문언만으로는 찾을 수 없다. 조문이 정한 것은 효과(무효, 그리고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 불가)와 요건(통정·허위, 선의·제삼자)뿐이고, 그 요건의 존재를 누가 밝혀야 하는지는 조문 밖의 문제다.
정리
- 빚을 피하려 명의만 가족 등에게 넘기는 거래는, 서로 짜고 한 허위의 의사표시라면 민법 제108조제1항에 따라 당사자 사이에서 무효다.
- 그 무효는 제108조제2항에 따라 선의의 제3자에게는 대항하지 못한다. 거래가 제3자에게 유효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무효라는 사실을 그 제3자에게 주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 제2항이 요구하는 요건은 ‘선의’와 ‘제삼자’ 두 가지이며, 조문에 없는 ‘무과실’ 같은 요건을 덧붙일 수 없다.
- 집을 산 사람이 가짜 명의인 줄 몰랐다는 사실을 누가 증명해야 하는지는 제108조 문언에 정해져 있지 않다. 이 점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이 글의 근거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으므로 단정해서 말할 수 없다.
- 제108조에는 형사처벌이나 벌칙 규정이 없다. 이 조문의 효과는 사법상 무효와 대항력 제한에 한정된다.
참고 법령
- 민법 제108조제1항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 — 무효)
- 민법 제108조제2항 (무효의 대항력 제한 — 선의의 제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