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통신사에 인적사항을 요청하면 통신사는 반드시 줘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수사기관이 이용자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사항(법령상 “통신이용자정보”)을 요청해도,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적으로 반드시 응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은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 의무 문언인 “따라야 한다”가 아니라 재량 문언인 “따를 수 있다”로 끝난다. 즉 이 조문만 보면 통신사에게는 요청에 응할지 말지를 판단할 여지가 법문상 열려 있다.
이 지점이 자주 오해되는 이유는, “통신자료”와 “통신사실확인자료”가 이름은 비슷해도 근거 법률과 요건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두 제도를 구분해서 봐야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다.
1. ‘통신자료’(통신이용자정보)란 무엇인가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은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군 수사기관의 장, 국세청장 및 지방국세청장을 포함),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조세범 처벌법」 제10조제1항·제3항·제4항의 범죄 중 전화, 인터넷 등을 이용한 범칙사건의 조사를 포함),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다음 자료의 열람 또는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정한다. 이 자료를 법에서는 “통신이용자정보”라 부른다.
같은 항 각 호가 정한 범위는 다음 6가지다.
- 이용자의 성명
- 이용자의 주민등록번호
- 이용자의 주소
- 이용자의 전화번호
- 이용자의 아이디(컴퓨터시스템이나 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
- 이용자의 가입일 또는 해지일
여기까지만 있는 것이 통신자료다. 통화 내역이나 위치 정보, 접속 로그 같은 것은 포함되지 않는다.
2. 요청은 서면이 원칙, 긴급하면 예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4항 본문은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요청할 때 요청사유, 해당 이용자와의 연관성, 필요한 통신이용자정보의 범위를 기재한 서면(정보제공요청서)으로 하도록 정한다. 다만 단서는 서면으로 요청할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을 때는 서면에 의하지 않는 방법으로 요청할 수 있게 하고, 그 사유가 없어지면 지체 없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정보제공요청서를 제출하도록 정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83조 어디에도 법원의 허가를 요구하는 문언이 없다는 점이다. 제3항에 등장하는 “법원”은 요청을 할 수 있는 주체(재판을 위해 자료를 요청하는 쪽) 중 하나일 뿐, 수사기관의 요청을 사전에 심사·허가하는 기관이 아니다. 통신자료 제공은 이 조문 구조상 수사기관의 요청과 통신사업자의 재량적 응답만으로 이루어지는 절차다.
3. ‘통신사실확인자료’는 다르다 — 법원 허가가 핵심
반면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가 규율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은 구조가 다르다. 제13조제1항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수사 또는 형의 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사실 확인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고 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화일시·상대방 번호·발신기지국 위치추적자료 등 통신의 사실관계에 관한 자료로, 인적사항만 담긴 통신자료와는 범위 자체가 다르다.
이 요청이 실제로 이루어지려면 제13조제3항이 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본문은 요청사유, 해당 가입자와의 연관성 및 필요한 자료의 범위를 기록한 서면으로 관할 지방법원(군사법원 포함)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정한다. 단서는 관할 지방법원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을 수 없는 긴급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을 요청한 후 지체 없이 그 허가를 받아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송부하도록 정한다. 즉 원칙은 사전 법원 허가이고, 긴급한 경우에만 사후 허가로 대체할 수 있되 그 허가 절차 자체는 생략되지 않는다.
4. 실시간 추적자료·기지국수사는 요건이 더 까다롭다
통신사실확인자료 중에서도 실시간 추적자료(제2조제11호바목·사목 중)와 특정한 기지국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제13조제2항에서 별도로 취급한다. 이 두 유형은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기 어렵거나 범인의 발견·확보 또는 증거의 수집·보전이 어려운 경우에만 요청할 수 있다. 다만 단서로, 제5조제1항 각 호의 범죄 또는 전기통신을 수단으로 하는 범죄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라(즉 제2항의 강화된 요건 없이) 요청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또한 긴급한 사유로 먼저 자료를 제공받았지만 법원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지 못한 경우, 제13조제4항은 지체 없이 제공받은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폐기하도록 의무를 지운다.
5. 요청받은 후 남는 절차 — 대장 비치와 보고
두 제도 모두 사후 관리 장치를 두고 있다. 전기통신사업자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한 경우 관련 대장과 정보제공요청서 등 자료를 갖추어 두어야 하고(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5항), 그 현황을 연 2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하며(같은 조 제6항), 요청한 자가 소속된 중앙행정기관의 장(요청자가 법원인 경우 법원행정처장)에게도 대장 기재 내용을 알려야 한다(같은 조 제7항).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 역시 검사·사법경찰관 쪽에서 대장을 비치해야 하고(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제5항), 전기통신사업자도 자료제공현황을 연 2회 보고하고 관련 대장·요청서를 자료를 제공한 날부터 7년간 비치해야 한다(같은 조 제7항).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제공받은 당사자에게는 별도로 사후 통지 의무가 있는데, 그 구체적인 통지 기한과 절차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에서 정한다.
6. 정리
- 인적사항(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전화번호·아이디·가입일 또는 해지일)만 담긴 통신자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제3항에 따라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통신사업자가 “따를 수 있다”—즉 응할지는 사업자의 재량이며, 법원 허가를 요구하는 문언은 이 조문에 없다.
- 통화내역·위치추적 등 통신의 사실관계에 관한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에 따라 원칙적으로 관할 지방법원 또는 지원의 허가를 받아야 요청·제공될 수 있고, 긴급한 경우에도 사후 허가 절차가 생략되지 않는다.
- 실시간 추적자료와 특정 기지국 자료는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제2항에 따라 더 엄격한 보충성 요건이 별도로 붙는다.
따라서 “경찰이 통신사에 내 인적사항을 요청하면 통신사는 반드시 줘야 하나요?”라는 질문에는, 법령상으로는 통신사업자의 의무가 아니라 재량이라고 답하는 것이 정확하다. 다만 실제로 어떤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와 통신사업자의 내부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참고 법령
-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통신비밀의 보호) 제1항~제9항
-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절차) 제1항~제9항
- 통신비밀보호법 제13조의3(범죄수사를 위한 통신사실 확인자료제공의 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