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대신 갚은 보증기관, 세입자의 우선변제권을 모두 물려받을까?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소송까지 진행했을 때, 은행이나 주택금융공사 같은 보증기관이 “세입자를 대신하여 보증금을 낸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럼 이 기관이 세입자의 우선변제권(임차주택을 경매했을 때 다른 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받을 권리)까지 가져가는 건 아닐까?
우선변제권 승계의 기본 원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 제2항은, 대항요건과 확정일자를 갖춘 세입자에게 경매나 공매 때 “임차주택의 환가대금에서 후순위권리자나 그 밖의 채권자보다 우선하여 보증금을 변제받을 권리”를 준다. 이것이 우선변제권이다.
제7항은 이 우선변제권이 특정 기관으로 옮겨갈 수 있다는 규칙을 정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의 기관들이다:
- 은행법에 따른 은행
- 중소기업은행
- 한국산업은행
- 농협은행, 수협은행
- 우체국
- 한국주택금융공사
- 보증보험회사
- 주택도시보증공사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
핵심: “양수한 금액의 범위에서”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건이다. 제7항은 “이들 기관이 세입자의 보증금반환채권을 계약으로 양수한 경우에는 양수한 금액의 범위에서 우선변제권을 승계한다”고 명시한다.
즉, 기관이 보증금을 “대신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전체 우선변제권이 옮겨가는 게 아니다. 기관이 실제로 양수한 금액의 범위 내에서만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컨대 보증금이 1억 원인데 기관이 5천만 원만 양수했다면, 그 5천만 원의 범위 내에서만 우선변제권을 갖는 것이다.
승계해도 행사할 수 없는 경우들
또한 기관이 우선변제권을 승계했더라도, 다음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실제로 행사할 수 없다(제8항):
- 세입자가 대항요건을 상실한 경우
- 임차권등기가 말소된 경우
- 민법 제621조에 따른 임대차등기가 말소된 경우
기관이 우선변제권을 행사하려고 세입자 대신 임대차를 해지할 수는 없다는 점도 법에 명시되어 있다(제9항).
정리
보증금을 대신 갚은 기관이 세입자의 우선변제권을 물려받는 것은 가능하지만, 결코 자동적이거나 전부가 아니다. 기관이 실제 양수한 금액 범위 내에서만이며, 세입자의 대항요건이나 등기 상태 같은 조건이 유지되어야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참고 법령
-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2(보증금의 회수)
- 민법 제621조(임대차의 등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