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알려준 비밀번호로 몰래 로그인해도 불법인가요?
결론부터: “알려준 적 있다”는 것만으로 안전하지 않다
애인이 예전에 알려준 비밀번호로 휴대폰이나 SNS 계정에 로그인하는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8조제1항이 금지하는 “정보통신망 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조문은 이렇게 되어 있다.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 된다.
핵심은 조문이 금지하는 행위가 두 갈래로 나뉘어 있다는 점이다.
-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침입하는 경우
-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침입하는 경우
“애인이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니 처음엔 권한이 있었다”는 사정은 두 번째 갈래(“넘어”)를 검토하게 만들 뿐, 애초에 이 조문의 적용 자체를 벗어나게 해 주지 않는다. 즉 “알려줬다”는 사실 하나로 전체가 자동으로 적법해지는 구조가 아니다.
“권한 없이”와 “권한을 넘어”는 왜 나뉘어 있나
조문 문언상 “또는”으로 연결된 두 개의 독립된 위반 유형이므로, 상황에 따라 어느 한쪽이 문제 될 수 있다.
- 접근권한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 비밀번호를 알려준 사람이 관계 종료, 재설정, 접근 제한 요청 등으로 더 이상 로그인을 허락하지 않는 상태가 되었는데도 예전에 들었던 비밀번호로 로그인한다면, 그 시점에는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침입하는 쪽에 가까워진다.
- 접근이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 특정 목적이나 특정 기간에 한해 비밀번호를 알려준 것이었는데 그 범위를 벗어나 반복적으로, 혹은 상대가 모르게 계속 로그인한다면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침입하는 쪽이 문제 될 수 있다.
다만 정보통신망법 제48조와 제71조 안에는 “정당한 접근권한”이 무엇인지, 누가 그 권한을 부여하는지, 휴대폰이나 SNS 계정이 조문상 “정보통신망”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정의 규정이 없다. 이 부분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는 영역이며, 이 주제에 관해 확인된 판례도 없다. 그러므로 “애인 사이라서 무조건 괜찮다” 또는 “비밀번호를 안 이상 무조건 침입이다”라고 단정할 수 없다.
제1항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가 없다
정보통신망법 제48조는 항마다 요건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어 혼동하기 쉽다.
- 제1항(침입 금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만 요건이고,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는 없다.
- 제2항(악성프로그램 전달·유포 금지)과 제4항(보호·인증 절차 우회 프로그램 설치·전달·유포 금지)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 제3항(장애 발생 금지)은 “정보통신망의 안정적 운영을 방해할 목적”을 요건으로 한다.
즉 연인 간 로그인 문제에서 주로 검토되는 것은 제1항이고, 이 항의 요건은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라는 문언 그 자체다. 다른 항의 “정당한 사유” 문구를 끌어와 제1항에 섞어 판단하면 안 된다.
로그인 자체와, 로그인해서 본 내용을 퍼뜨리는 것은 별개다
정보통신망법에는 침입 금지(제48조)와 별도로 비밀 등 보호 조문이 있다.
제49조(비밀 등의 보호)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하여 처리ㆍ보관 또는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하여서는 아니 된다.
로그인해서 상대의 메시지나 사진 등을 본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정보를 훼손하거나, 침해ㆍ도용ㆍ누설하는 행위로 이어지면 제49조 위반이 별도로 문제 될 수 있다. 두 조문은 벌칙도 각각 따로 걸려 있다.
처벌 규정 — 제71조
제71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1. 제48조제1항을 위반하여 정보통신망에 침입한 자 14. 제49조를 위반하여 타인의 정보를 훼손하거나 타인의 비밀을 침해ㆍ도용 또는 누설한 자 ② 제1항제11호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정보통신망 침입(제48조제1항 위반, 제71조제1항제11호)과 비밀 침해ㆍ도용ㆍ누설(제49조 위반, 제71조제1항제14호) 모두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같다.
- 다만 미수범 처벌 규정(제71조제2항)은 침입죄(제11호)에만 있다. 제49조 위반(제14호)의 미수를 처벌하는 문언은 없다.
- 정보통신망법 제71조제1항에는 제48조제2항(악성프로그램 전달ㆍ유포) 위반을 인용한 호가 없다. 즉 이 조문들 안에서 제2항 위반에 대한 벌칙은 확인되지 않는다.
실무적으로 유의할 점
- “예전에 비밀번호를 알려줬다”는 사실은 침입 여부 판단에서 고려될 수 있는 사정이지, 처벌 여부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요소가 아니다. 특히 관계가 끝났거나 상대가 더 이상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이후에는 “허용된 접근권한”의 존속 여부 자체가 다시 문제 될 수 있다.
- 로그인 행위와, 로그인 후 알게 된 내용을 캡처ㆍ전달ㆍ유포하는 행위는 조문상 서로 다른 금지 규정(제48조/제49조)에 걸리는 별개의 문제로 다뤄진다는 점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
- 이 주제에 관해 확인된 대법원 판례는 없으며, “정당한 접근권한”·“침입”·“정보통신망”의 구체적 정의나 적용 범위는 조문 자체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영역임을 감안해야 한다.
참고 법령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 제48조(정보통신망 침해행위 등의 금지) 제1항~제4항
- 제49조(비밀 등의 보호)
- 제71조(벌칙) 제1항제11호, 제1항제14호, 제2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