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정한 적 없으면 안 줘도 될까? 정하지 않은 지난 양육비와 민법 제837조
핵심 답변 (기준일 2026. 10. 6.)
- 양육비를 정한 적이 없어도 양육비를 낼 의무는 남아 있다. 대법원은 부모의 자녀양육의무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자녀가 태어날 때 함께 생긴다고 본다.
- 그래서 혼자 자녀를 키운 부모는 상대방에게 앞으로 낼 양육비뿐 아니라 이미 지난 기간의 양육비(과거 양육비)도 돌려 달라고 청구할 수 있다. 단, 상대방이 나눠 내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대법원 1994. 5. 13.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서 청구한 만큼 다 받는 것은 아니다. 가정법원이 여러 사정을 따져 상대방이 낼 몫의 범위를 정한다.
- 협의나 가정법원 심판으로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생기기 전에는 과거 양육비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대법원 2011. 7. 29. 2008스67 결정).
- ‘처벌’에 대해: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민법 제837조·제913조와 대법원 결정 두 건은 형사처벌이나 제재를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처벌을 받는지는 이 글에서 답하지 않는다. 다만 질문의 전제인 “정하지 않았으니 줄 책임도 없다”는 생각은 민법과 판례상 맞지 않는다.
1. ‘정한 적 없음’과 ‘의무 없음’은 다르다
“이혼할 때 양육비 얘기를 안 했으니 안 줘도 된다”는 생각은 양육비 의무가 합의해야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은 이렇게 밝혔다.
- 부모는 자녀를 공동으로 양육할 책임이 있다. 양육에 드는 비용도 원칙적으로 부모가 함께 부담한다.
- 이 의무는 부모 중 누가 친권자인지, 누가 양육권자이고 실제로 키우는지를 묻지 않는다. 친자관계의 본질에서 나오는 의무다.
-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한다.
정리하면 양육비를 ‘정하는 것’은 이미 있는 의무의 금액과 방법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정하지 않았다고 의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참고로 민법 제913조는 “친권자는 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한 문장으로 정한다. 그런데 판례가 말하는 양육비 분담 의무는 친권자인지와 관계없이 부모 모두에게 있다.
2. 민법 제837조: 양육 사항은 어떻게 정하나
민법 제837조(이혼과 자의 양육책임)는 6개 항으로 되어 있고, 제2항에 3개 호가 있다. 지금의 문언은 법률 제19098호(공포 2022. 12. 27.)가 만든 것이며 기준일 현재 시행 중이다.
| 항 | 내용 | 성격 |
|---|---|---|
| 제1항 | 당사자는 자녀 양육에 관한 사항을 협의로 정한다 | 원칙 |
| 제2항 | 협의에는 ① 양육자 결정 ② 양육비용 부담 ③ 면접교섭권 행사 여부와 방법을 “포함하여야 한다” | 의무 |
| 제3항 | 협의가 자녀의 복리에 반하면 가정법원이 보정을 명하거나 직권으로 정한다. 자녀의 의사·나이, 부모의 재산상황, 그 밖의 사정을 참작한다 | 법원 개입 |
| 제4항 |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의할 수 없으면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결정한다. 이때 제3항의 사정을 “참작하여야 한다” | 의무 |
| 제5항 |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가정법원은 부·모·자녀·검사의 청구로 또는 직권으로 양육 사항을 변경하거나 다른 적당한 처분을 “할 수 있다” | 재량 |
| 제6항 | 제3항~제5항은 양육에 관한 사항 외에는 부모의 권리의무를 바꾸지 않는다 | 한계 |
중요한 점은 두 가지다.
- 법은 이혼 협의에 양육비용 부담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정하고 있다(제2항). 양육비를 정하지 않았다면 법이 요구한 협의 내용이 빠진 것이고, 이때는 가정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정한다.
- 협의가 안 될 때 가정법원은 당사자가 청구한 경우에만 정하는 것이 아니다. 직권으로도 정할 수 있다(제4항).
3. 조문에는 ‘과거 양육비’라는 말이 없다: 판례가 인정했다
민법 제837조 어디에도 ‘과거 양육비’라는 표현은 없다. 정하지 않은 지난 양육비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결론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에서 나왔다.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1994. 5. 13.)의 다수의견
부모 중 한쪽만 자녀를 키운 경우 키운 쪽은 상대방에게 두 가지를 청구할 수 있다.
- 현재와 장래의 양육비 중 적정한 금액의 분담
- 과거의 양육비: 상대방이 분담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면 그 비용의 상환
이 결정으로 “과거 양육비는 청구할 수 없다”고 했던 종전 대법원 판례들이 변경됐다. “아버지의 인도 요구에 응하지 않고 스스로 자녀를 키운 생모는 부양료를 청구할 수 없다”는 취지의 종전 판례들도 함께 변경됐다.
청구가 제외되는 ‘특별한 사정’
다만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92스21, 2008스67).
- 혼자 키운 것이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된 경우
- 그 양육이 자녀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
-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는 경우 등
실제 사건의 결론
92스21 사건에서 원심은 이혼한 때부터의 양육비 일부를 상대방이 분담하게 했다. 대법원은 이를 정당하다고 보고 재항고를 모두 기각했다. 그 사건에서 원심은 양육비를 월 25만 원으로 보고 그중 약 3분의 1인 월 8만 원을 상대방이 분담하게 했다. 이 숫자는 그 사건의 사정에 따른 것이고 일반적인 기준이 아니다.
또 이혼소송에서 위자료를 정할 때 청구인이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사정을 참작했더라도, 양육비 청구를 이중 청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4. 청구할 수 있어도 다 받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과거 양육비의 상환 범위를 따로 제한했다. 양육자가 청구하기 전의 과거 양육비를 모두 상대방에게 지우면 상대방은 예상하지 못한 양육비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 이는 지나치고 가혹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양육비는 이행청구 이후의 양육비와 같은 기준으로 정할 필요가 없다. 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해 적절한 분담 범위를 정한다(92스21, 2008스67).
- 한쪽이 자녀를 키우게 된 경위
- 양육에 든 비용의 액수
-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알고 있었는지, 언제 알았는지
- 그 비용이 통상의 생활비인지,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든 **큰 특별비용(치료비 등)**인지
- 당사자들의 재산 상황과 경제적 능력
- 부담의 형평성 등
5. 오래 지났으면 시효로 사라지지 않나? (2008스67)
“심판청구일부터 10년을 거슬러 올라간 시점 전의 양육비는 시효로 끝났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대법원 2008스67 결정(2011. 7. 29.)은 이 주장을 받아들인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원심의 판단 (파기됨)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생기는 즉시 행사할 수 있으므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따라서 심판청구일부터 10년을 거슬러 올라간 시점 전의 양육비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했다.
대법원의 판단
- 양육비를 청구할 권리는 처음에는 친족관계를 바탕으로 인정되는 추상적인 법적 지위다.
- 당사자 간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이 있어야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바뀌고, 그때 비로소 독립한 재산적 권리의 성질을 갖는다.
- 그러니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이 생기기 전의 과거 양육비 권리는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이라 할 수 없다.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
- 그 사건 기록에서는 구체적인 양육비청구권이 성립했다고 볼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도 시효소멸을 인정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했다.
주의할 점: 이 결정은 ‘협의나 심판 전’의 과거 양육비에 관한 것이다. 협의나 심판으로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긴 뒤의 시효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 글의 근거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6. 반대의견은 무엇이었나 (법원의 결론이 아님)
92스21에는 대법관 4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은 협의 요청이나 심판청구 전에 쓴 양육비는 법원 심판으로 상대방에게 부담을 명할 수 없고, 그 상환 청구는 성질상 민사소송 사항이라고 봤다. 이는 법원의 결론이 아니다.
다수의견을 보충한 의견은 다르게 봤다. 과거 양육비의 비율이나 금액을 장래 양육비와 함께 정하는 것도 민법 제837조의 ‘자의 양육에 관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했다. 그러니 가정법원이 심판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래 양육비와 과거 양육비를 따로따로 다루면 둘이 조화롭게 정해지지 못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7. 2026년 민법 개정과는 관계없다
현행 민법 첫머리에는 법률 제21454호(2026. 3. 17. 일부개정)가 적혀 있다. 하지만 이 개정은 제837조를 고치지 않았다. 함께 고친 조문은 상속 관련 조문인 제1001조·제1008조·제1010조·제1115조다. 부칙도 시행일(공포한 날)과 상속권 상실·유류분에 관한 적용례·특례만 정한다. “2026년 개정으로 양육비 규정이 바뀌었다”는 설명은 틀리다.
자주 묻는 질문
Q. 이혼할 때 양육비 이야기를 전혀 안 했다. 그래도 나중에 청구될 수 있나? 있다. 판례는 자녀양육의무가 출생과 동시에 생긴다고 보고, 키운 쪽이 과거 양육비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인정한다. 다만 상대방이 분담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청구가 제외된다.
Q. 친권자도 양육권자도 아니면 양육비와 상관없나? 아니다. 92스21은 양육비 부담이 누가 친권자·양육권자인지와 관계없이 친자관계의 본질에서 나오는 의무라고 했다.
Q. 10년도 더 지난 양육비도 청구할 수 있나? 협의나 심판으로 구체적인 청구권이 생기기 전이라면, 2008스67에 따라 소멸시효가 진행할 여지가 없다. 다만 실제로 얼마를 부담할지는 법원이 경위, 상대방의 인식 여부와 시기, 경제적 능력, 형평 등을 따져 정한다.
Q. 과거 양육비는 얼마로 정해지나? 정해진 공식은 근거 자료에 없다. 청구 전 과거분은 청구 이후분과 같은 기준으로 정할 필요가 없고, 법원이 여러 사정을 고려해 분담 범위를 정한다.
Q. 한 번 정한 양육비를 나중에 바꿀 수 있나? 가정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부·모·자녀·검사의 청구로 또는 직권으로 양육 사항을 변경할 수 있다(민법 제837조 제5항). 변경할지는 법원의 재량이다.
Q. 양육비를 안 주면 형사처벌을 받나? 이 글이 근거로 삼은 민법 조문과 판례는 처벌을 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서는 처벌 여부를 판단하지 않는다. 확인되는 것은 양육비를 정하지 않았더라도 과거분까지 분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민사상 결론이다.
참고 법령·판례
법령 (기준: 민법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법제처 원문)
- 민법 제837조(이혼과 자의 양육책임) 제1항~제6항, 제2항 제1호~제3호
- 민법 제913조(보호, 교양의 권리의무)
- 민법 부칙 <제21454호, 2026. 3. 17.> 제1조~제4조 (제837조와 무관함을 확인하는 용도)
판례
- 대법원 1994. 5. 13.자 92스21 전원합의체 결정 (양육자지정등)
- 대법원 2011. 7. 29. 2008스67 결정 (양육비심판청구)
관련 판례
[다수의견] 가. 어떠한 사정으로 인하여 부모 중 어느 한 쪽만이 자녀를 양육하게 된 경우에, 그와 같은 일방에 의한 양육이 그 양육자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목적이나 동기에서 비롯한 것이라거나 자녀의 이익을 위하여 도움이 되지 아니하거나 그 양육비를 상대방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오히려 형평에 어긋나게 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육하는 일방은 상대방에 대하여 현재 및 장래에 있어서의 양육비 중 적정 금액의 분담을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
[1] 양육자가 상대방에 대하여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는 당초에는 기본적으로 친족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인정되는 하나의 추상적인 법적 지위이었던 것이 당사자 사이의 협의 또는 당해 양육비의 내용 등을 재량적·형성적으로 정하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청구권으로 전환됨으로써 비로소 보다 뚜렷하게 독립한 재산적 권리로서의 성질을 가지게 된다. 이와 같이 당사자의 협의 또는 가정법원의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서 성립하기 전에는 과거의 양육비에 관한 권리는 양육자가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재산권에 해당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