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미약이 인정되면 형이 반드시 줄어드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닙니다. 형법 제10조제2항은 심신미약 상태의 행위에 대해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이는 법원의 재량 규정이지, 심신미약이 인정되었다고 해서 형이 자동으로 줄어드는 의무 규정이 아닙니다.
형법 제10조의 구조부터 보기
형법 제10조는 세 개의 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제1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심신상실 — 책임 자체가 조각됨)
- 제2항: 심신장애로 인하여 제1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 (심신미약 — 재량적 감경)
- 제3항: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전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원인에서 자유로운 행위 — 감경·불벌 자체를 배제)
여기서 핵심은 제2항의 어미입니다. “감경한다”가 아니라 “감경할 수 있다”입니다. 조문상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법원이 감경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한다는 뜻이고, 감경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무조건 줄어든다”, “자동으로 줄어든다”는 식의 이해는 조문 문언과 맞지 않습니다.
참고로 형법 제10조 자체에는 ‘음주’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제1항·제2항의 요건은 어디까지나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변별·의사결정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것이며, 술을 마셨다는 사실 그 자체가 곧바로 심신장애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요건(심신장애로 인한 능력 저하)과 효과(감경 여부의 재량)를 구분해서 보아야 합니다.
“감경한다”는 의무 규정은 따로 있다 — 제11조
형법에서 “형을 감경한다”라고 의무적으로 정한 조문은 제11조입니다.
제11조(청각 및 언어 장애인)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의 행위에 대해서는 형을 감경한다.
이 조문은 듣거나 말하는 데 모두 장애가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별개의 규정이고, 음주나 심신미약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제10조제2항의 재량적 감경(“할 수 있다”)과 제11조의 의무적 감경(“한다”)을 같은 것처럼 섞어 이해하면 안 됩니다.
성폭력범죄에서는 특례가 있다 — 성폭력처벌법 제20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는 음주·약물과 관련해 형법 제10조·제11조의 적용을 제한하는 특례를 두고 있습니다.
제20조(「형법」상 감경규정에 관한 특례) 음주 또는 약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성폭력범죄(제2조제1항제1호의 죄는 제외한다)를 범한 때에는 「형법」 제10조제1항·제2항 및 제11조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
이 조문을 읽을 때 놓치기 쉬운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이것도 재량 규정입니다.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이지 “적용하지 아니한다”가 아닙니다. 성폭력범죄이기 때문에 음주로 인한 감경규정이 당연히·자동으로 배제된다는 뜻이 아니라, 법원이 배제 여부를 재량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모든 성폭력범죄에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조문은 괄호로 “제2조제1항제1호의 죄는 제외한다”고 대상 범죄에서 특정 죄를 명시적으로 잘라 두었습니다. 성폭력범죄라고 해서 예외 없이 이 특례가 걸리는 것은 아닙니다.
셋째, 배제 대상은 형법 제10조제1항·제2항 및 제11조뿐입니다. 형법 제10조제3항(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에 대한 규정)은 이 배제 목록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즉 제20조는 심신상실·심신미약·청각언어장애인에 관한 규정을 재량으로 적용하지 않을 수 있게 한 것이지, 원인에서 자유로운 행위에 관한 제3항의 적용 범위를 건드리는 조문이 아닙니다.
정리하면
- 심신미약(형법 제10조제2항)이 인정되어도 감경은 법원의 재량이지 의무가 아닙니다. “반드시 줄어든다”는 이해는 조문과 다릅니다.
- “형을 감경한다”는 의무 문언은 청각·언어 장애인에 관한 형법 제11조에만 있고,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과는 별개입니다.
- 성폭력범죄에서는 성폭력처벌법 제20조에 따라 음주·약물로 인한 심신장애를 이유로 한 감경규정(형법 제10조제1항·제2항·제11조) 적용을 법원이 재량으로 배제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재량이며 대상 범죄와 적용 조문의 범위가 조문상 제한되어 있습니다.
- 결국 “술 취해서 그랬다”는 사정이 곧바로 감경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성폭력범죄라고 해서 그 사정이 자동으로 배제되는 것도 아닙니다. 개별 사건에서 법원이 심신장애 요건의 인정 여부와 감경(또는 배제) 여부를 각각 재량으로 판단하는 구조입니다.
참고 법령
- 형법 제10조(심신장애인)
- 형법 제11조(청각 및 언어 장애인)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0조(「형법」상 감경규정에 관한 특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