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을 했는데 상대가 겁을 안 먹으면 처벌이 안 되나요?
짧은 답: 아닙니다.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의 다수의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고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구성요건이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른다고 봅니다. “상대가 겁을 먹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미수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래에서 조문 문언과 판례 법리를 나누어 정리합니다.
1. 형법 조문에는 ‘겁을 먹어야 한다’는 문구가 없다
먼저 조문부터 봅니다. 형법 제283조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시행 2026. 9. 13. 기준 현행).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개정 1995.12.29>
제1항의 행위 주체는 “사람을 협박한 자”입니다.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심을 일으켰을 것을 요건으로 적은 문구는 조문 어디에도 없습니다. 제283조는 항이 3개뿐이고 호·목이나 괄호 정의도 없습니다.
미수범 조항도 마찬가지입니다.
제286조(미수범) 전3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문언이 이 한 줄 전부입니다. 언제 기수가 되고 언제 미수인지는 조문이 한 글자도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은 조문만 읽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고, 해석 — 즉 판례의 영역이 됩니다.
2. 대법원의 답: 위험범, 그래서 기수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협박 등)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1) 해악의 고지는 ‘일반인 기준’으로 판단한다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합니다.
(2) 그러나 ‘현실적 공포심’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이어서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3) 이유 — 정서적 반응은 객관적 심리·판단이 어렵다
다수의견이 든 근거는 이렇습니다.
- 미수범 처벌조항이 있다고 하여 반드시 침해범으로 해석할 것은 아니다.
- 상대방의 정서적 반응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복합적이며 종종 무의식의 영역에까지 걸쳐 있어 객관적으로 심리·판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 상대방이 과거 자신의 정서적 반응이나 감정상태를 회고하여 표현한다 하여도, 공포심을 일으켰는지의 의미나 판단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정도를 측정할 객관적 척도도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은 협박죄를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으로 봅니다.
3. 그러면 제286조(미수범)는 언제 적용되나
여기가 이 주제에서 가장 자주 틀리는 지점입니다. “겁을 안 먹었으면 미수”가 아닙니다. 다수의견은 미수범 처벌조항이 적용되는 국면을 다음 경우들로 설명합니다.
| 구분 | 상황 | 다수의견의 평가 |
|---|---|---|
| ① | 해악의 고지가 현실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아니한 경우 | 미수범 처벌조항 적용 |
| ② | 도달은 하였으나 상대방이 이를 지각하지 못한 경우 | 미수범 처벌조항 적용 |
| ③ | 고지된 해악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 | 미수범 처벌조항 적용 |
| ④ | 의미를 인식했으나 겁을 먹지는 않은 경우 | 기수 (현실적 공포심 불문) |
즉 다수의견의 구도에서 기수·미수의 분수령은 ‘두려움을 느꼈는가’가 아니라 해악의 고지가 도달하여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했는가입니다.
참고로 미수범의 형을 어떻게 정하는지(감경 여부 등)는 제283조·제284조·제286조 문언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이 글은 위 조문과 판결의 범위 안에서만 서술합니다.
4. 이 판결에는 반대의견이 있다 — 다만 그것은 판결의 법리가 아니다
2007도606 판결에는 대법관 2인의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반대의견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현행 형법이 협박죄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둔 입법 취지는, 협박죄를 침해범으로 보고 해악의 고지가 도달하여 의미를 인식했으나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지는 않은 경우를 미수범으로 처벌하려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나 그 정도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고 하여, 이를 판단할 객관적 척도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다는 점이 증명되면 기수, 그 증명이 부족하거나 오히려 공포심을 일으키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면 미수로 인정하면 된다.
- 기수 여부에 의문이 있음에도 모든 경우를 기수범으로 처벌하는 것은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형사법의 일반원칙과도 부합하지 않고 형벌과잉의 우려를 낳는다.
중요한 것은 반대의견이 그 판결의 법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무에서 기준이 되는 것은 다수의견입니다. 두 견해를 섞어 “대법원은 겁을 먹지 않으면 미수로 본다”는 식으로 정리하면 틀린 설명이 됩니다. 다만 학설상 침해범설이 유력하게 주장되어 왔다는 사정이 이 판결의 반대의견에 나타나 있다는 정도는 사실로 확인됩니다.
5.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다 협박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 권리행사·직무집행과의 경계
같은 판결은 위법성 조각에 관한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의 일환으로 상대방에게 일정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 그 해악의 고지가 정당한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아니하는 때에는 협박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나, 외관상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 권리나 직무권한의 남용이 되어 사회상규에 반하는 때에는 협박죄가 성립한다.
구체적 판단 기준은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인지 여부입니다. 그러한 관련성이 인정되면 위법성이 조각되지만, 인정되지 않으면 조각되지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무원이 자신의 지위를 내세우면서 타인의 민사분쟁에 개입하여 “빨리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하여 문제를 삼겠다”고 말한 것이 문제되었습니다. 대법원은
- 채무 변제나 피해 변상 여부에 따라 직무집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의 해악 고지는
- 정당한 직무집행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없고
- 목적 달성을 위한 상당한 수단으로 인정할 수도 없다
고 하여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문은 그 근거의 하나로 경찰공무원복무규정 제10조(민사분쟁에의 부당개입금지)가 “경찰공무원은 직위 또는 직권을 이용하여 부당하게 타인의 민사분쟁에 개입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한 점을 들었습니다.
정리하면, 기수 시점의 문턱이 낮다고 해서 모든 강한 발언이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순서는 **① 일반인 기준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인가 → ②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했는가(기수·미수) → ③ 정당한 권리행사·직무집행으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가(위법성)**로 이어집니다. 고의에 관해서는, 판결문이 인용한 기존 판례(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도2102 판결,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6도2311 판결)의 취지에 따라 그러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한다는 것을 인식·인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고 설명합니다.
6. 함께 확인해 둘 조문들
(1) 존속협박 — 제283조 제2항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2) 특수협박 — 제284조
제284조(특수협박)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전조제1항,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항 구분 없는 한 문장이며,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3) 반의사불벌의 범위 — 제283조 제3항
“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입니다. 즉 반의사불벌은 제283조 제1항(협박)과 제2항(존속협박)에만 걸립니다. 제284조(특수협박)를 여기에 얹어 설명하면 틀립니다.
(4) 조문 연혁 — 흔한 오해 하나
제283조와 제284조의 현재 문언을 만든 개정은 **법률 제5057호(공포 1995. 12. 29.)**입니다. 법령 상단에 표시된 공포번호(법률 제21450호, 2026. 3. 12. 일부개정)와는 다릅니다. 제286조에는 연혁 표기가 없으므로 상단 공포번호가 만든 문언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법률 제21450호(2026. 3. 12. 일부개정)는 부칙에서 시행일만 정하고 있습니다(“이 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제123조의2의 개정규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적용례나 경과조치 규정은 없습니다. 이 개정이 함께 고친 조문은 제98조, 제98조의2, 제99조, 제100조, 제101조, 제102조, 제104조, 제123조의2이며, 협박죄 조문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7. 자주 묻는 형태로 다시 정리
Q. 상대가 “하나도 안 무서웠다”고 진술하면 무죄인가요? A. 2007도606 판결 다수의견의 법리에 따르면, 그 사정만으로 기수 성립이 부정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 사건에서도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와 무관하게 기수에 이르렀다고 판단되었습니다. 다만 해악의 고지가 애초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정도’가 아니었다면, 그것은 별개의 문제로 구성요건 단계에서 다투어집니다.
Q. 그러면 제286조 미수범 조항은 사문화된 것인가요? A. 아닙니다. 다수의견 스스로 ① 도달하지 않은 경우 ② 도달했으나 지각하지 못한 경우 ③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Q. 협박죄의 보호법익은 무엇인가요? A. 다수의견은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으로 봅니다.
Q. 정당한 권리 주장도 협박이 되나요? A. 정당한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으로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으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외관만 권리행사일 뿐 실질이 권리·직무권한의 남용이어서 사회상규에 반하면 성립합니다. 기준은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인지입니다.
Q.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요? A. 제283조 제1항·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제284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8. 한 문단 요약
조문(형법 제283조)에는 ‘상대가 겁을 먹어야 한다’는 요건이 없고, 미수범 조항(제286조)도 기수 시점을 정해 두지 않았습니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이며, 그 다수의견은 협박죄를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으로 보아 해악의 고지가 도달하고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하면 현실적 공포심 유무와 관계없이 기수라고 합니다. 미수범 조항은 도달하지 않았거나, 지각하지 못했거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 적용됩니다. 같은 판결에 침해범설을 취하는 대법관 2인의 반대의견이 있으나 이는 판결의 법리가 아닙니다.
참고 법령·판례
법령
- 형법 제20조 (정당행위) — 2007도606 판결 참조조문 [3][4]
- 형법 제283조 (협박, 존속협박) 제1항·제2항·제3항
- 형법 제284조 (특수협박)
- 형법 제286조 (미수범)
- 형법 부칙 <법률 제21450호, 2026. 3. 12., 일부개정>
- 경찰공무원복무규정 제10조 (민사분쟁에의 부당개입금지) — 2007도606 판결문 인용
- 구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2005. 7. 29. 법률 제76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6조 제2항, 제10조 제1항 — 2007도606 판결 참조조문 [5]
판례
-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
- 대법원 1991. 5. 10. 선고 90도2102 판결 (위 판결에서 인용)
- 대법원 2006. 6. 15. 선고 2006도2311 판결 (위 판결에서 인용)
조문 인용은 형법 [시행 2026. 9. 13.] [법률 제21450호, 2026. 3. 12., 일부개정] 기준입니다. 이 글은 위 조문과 판결의 내용을 정리한 일반적 설명입니다.
관련 판례
[1] [다수의견] (가)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