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퍼뜨렸다면,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인가
어떤 내용이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퍼뜨린 경우, 그 내용이 실제로 거짓이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 질문은 “몰랐다”는 주장이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관한 중요한 문제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의 구조
형법 제307조는 명예훼손죄를 두 가지로 나눈다.
제307조제1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이는 참인 사실을 드러내면서도 명예를 해치는 경우다.
제307조제2항은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처벌한다(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거짓 내용으로 타인을 해치는 행위로, 더 무거운 형벌이 정해져 있다.
중요한 점은, 조문에 ‘허위임을 알면서’라는 표현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위인 줄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어디서 판단할까.
사실 인식과 형법의 규칙
형법은 행위자의 인식 상태를 다루는 조문을 따로 두고 있다.
**형법 제13조(고의)**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형법 제15조제1항(사실의 착오)**은 “특별히 무거운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무거운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이는 가벼운 범죄라고 생각했으나 결과적으로 무거운 범죄가 된 경우에, 더 무거운 형벌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뜻이다.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경우
여기서 질문의 상황으로 돌아가자.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퍼뜨린 경우, 이것이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가.
이는 명확히 알지 못한 상태(제13조)도 아니고, 전혀 다른 사실로 인식한 상태(제15조제1항)도 아니다. 행위자가 “그것이 거짓일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것이 거짓인지 참인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행동한 것이다.
법제처 원문에서 제13조와 제15조제1항은 모두 “인식하지 못한” 경우를 다룬다. 거짓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했다면, 이는 “인식하지 못한”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이 두 조문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몰랐다”는 주장의 한계
결론적으로,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은 “몰랐다”는 주장과 동일하지 않다.
- “몰랐다”(사실을 인식하지 못함)는 제13조나 제15조제1항의 보호 대상이다.
-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거짓일 가능성을 인식함)는 다른 상황이다.
법은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자를 다루지, “거짓일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 속에서 행동한” 자를 명시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 제307조제2항은 허위 사실의 적시를 다룰 뿐, 행위자의 인식 상태를 직접 요건으로 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짓 내용을 퍼뜨렸을 때 “거짓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또는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이 항상 법적 책임을 피하게 해주지는 않는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사건의 구체적 정황에 달려 있을 것이다.
참고 법령
- 형법 제13조(고의)
- 형법 제15조(사실의 착오)
- 형법 제307조(명예훼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