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으로 벌금이 나와도 전과가 안 남게 할 수 있나요?
명예훼손 사건에서 벌금형을 받게 되었을 때 “전과가 남지 않게 할 방법이 있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형법은 일정 요건 아래에서 법원이 형의 선고 자체를 유예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다만 이는 요건을 갖추면 자동으로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라 법원의 재량 판단이며, 그 효과도 조문이 정한 범위 안에서만 이해해야 한다. 아래에서 형법 제51조, 제59조, 제60조의 문언을 그대로 짚어본다.
1. 벌금형도 선고유예 대상이 될 수 있다 — 그러나 요건이 있다
형법 제59조제1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59조(선고유예의 요건) ①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의 형을 선고할 경우에 제51조의 사항을 고려하여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에는 그 형의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다만,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
이 조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요건은 두 가지다.
- 형의 종류·수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하는 경우여야 한다. 명예훼손죄로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도 이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 정상 요건: 형법 제51조가 정한 사항(범인의 연령·성행·지능과 환경, 피해자에 대한 관계,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을 고려하여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여야 한다.
즉 벌금형 대상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선고유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하다는 요건까지 함께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 요건을 모두 갖추더라도 조문은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고 정할 뿐, “유예하여야 한다”고 정하지 않는다. 형법 제51조의 양형 조건 참작은 법원의 의무(“참작하여야 한다”)이지만, 그 결과로 선고유예를 할지 말지는 법원의 재량 판단에 맡겨져 있다. 따라서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선고유예를 받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2. 단서: 제외되는 사람은 ‘전과자 전부’가 아니라 특정 범위다
제59조제1항 단서는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예외로 한다”고 정한다. 이 단서가 가리키는 대상은 전과가 있는 사람 전체가 아니라,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사람으로 한정되어 있다. 어떤 형이 ‘자격정지 이상’에 해당하는지는 이 조문 자체에서 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개별 사안에서 이 단서가 적용되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
3. 형을 병과하는 경우도 선고유예가 가능하다
제59조제2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② 형을 병과할 경우에도 형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이 역시 “유예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며, 형을 병과하는 사건에서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서만 선고유예를 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취지다.
참고로 현재 형법 제59조의 문언은 [전문개정 2020.12.8](법률 제17571호, 공포 2020. 12. 8.)로 만들어진 것이며, 2026. 9. 29. 일부개정된 법률 제22007호와는 별개다. 2026. 10. 2. 시행 이후에도 제59조 자체는 이 전문개정 문언 그대로 현행 조문이다.
4. 선고유예의 효과 — ‘즉시 사라짐’이 아니라 ‘2년 경과 시’ 발생
선고유예 요건과 그 효과는 서로 다른 조문에 규정되어 있다. 형법 제60조는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60조(선고유예의 효과)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
여기서 중요한 점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 효과는 선고유예를 받은 그 순간에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에 발생한다. 선고유예 결정과 면소 간주 사이에는 시간적 간격이 있다.
둘째, 조문의 문언은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가 전부다. ‘전과가 남지 않는다’, ‘기록이 지워진다’는 표현은 이 조문에 나오지 않는다. 면소 간주라는 법적 효과와, 이를 흔히 통용되는 말로 ‘전과가 남지 않는다’고 표현하는 것은 서로 다른 층위의 설명이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조문이 정한 문언 자체를 전달하는 데 그치며, 그 문언이 실무에서 어떻게 해석·적용되는지에 대한 추가 판단은 다루지 않는다.
5. 정리
- 명예훼손죄로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도 형법 제59조제1항이 정한 선고유예 대상 범위에 들 수 있다.
- 다만 “뉘우치는 정상이 뚜렷할 때”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이를 갖추더라도 선고유예 여부는 법원의 재량이다. 요건 충족이 곧 선고유예를 보장하지 않는다.
-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은 전과가 있는 사람은 단서에 따라 예외로 취급된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전과까지 일률적으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 형을 병과하는 경우에도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선고유예가 가능하다(제59조제2항).
- 선고유예의 효과는 선고유예를 받은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한 때에 “면소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며, 이는 선고유예와 동시에 발생하는 효과가 아니다.
이 글에서 인용한 형법 제51조·제60조는 연혁 표기가 없어 어느 개정으로 현재 문언이 만들어졌는지 확인되지 않으며, 2026. 9. 29. 일부개정(법률 제22007호)이 이 조문들의 문언 자체를 바꾼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해당 개정 부칙은 시행일(2026년 10월 2일)만을 정하고 있어, 기준일 현재 제51조·제59조·제60조는 모두 현행 조문으로 적용된다.
참고 법령
- 형법 제51조(양형의 조건)
- 형법 제59조(선고유예의 요건) 제1항·제2항
- 형법 제60조(선고유예의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