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죄는 상대가 실제로 겁을 먹어야 성립하나

입력 2026.09.22. 오전 10:45

질문의 이면: 조문과 판례의 불일치

“협박을 했는데 상대가 겁을 안 먹으면 처벌이 안 되나요?”

이 질문은 일상적으로 자주 나온다. 마치 협박죄 성립의 상대방의 실제 공포심이 필수 요건인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형법 조문을 펼쳐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형법이 정한 협박죄의 요건

형법 제283조제1항은 이렇게 쓰여 있다.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조문의 문언은 단순하다. “사람을 협박한 자”를 처벌한다고만 했지, 상대방이 “공포심을 일으켰을 것” 따위의 조건은 붙지 않는다. 그렇다면 “협박”이 무엇인가 하는 정의는 어디에 있을까? 조문에는 없다. 법관이 해석해야 할 영역이다.

대법원이 내린 해석: 다수의견의 입장

이 문제에 대해 대법원은 명확한 판단을 했다. 2007년 9월 28일 선고 2007도606 판결이 핵심이다. 이 판결은 협박죄의 성립 요건을 놓고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나뉘었는데, 다수의견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는 요구하지 않는다.

핵심은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이라는 객관적 기준이다.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실제로 겁을 먹었는지는 협박죄의 기수 여부를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수”와 “미수”를 나누는 순간

그렇다면 미수는 언제인가? 형법 제286조는 “전3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고만 했지, 기수와 미수를 언제 나눌지는 말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이 제시한 미수의 범위는 세 가지다.

  1.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은 경우 — 예를 들어 협박 메시지를 보냈지만 상대방이 받지 못했거나 읽지 않은 경우
  2. 도달했으나 상대방이 지각하지 못한 경우 — 메시지는 받았지만 뭔가 이해하지 못했다거나, 의도하지 않게 놓친 경우
  3. 고지된 해악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 — 메시지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

이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미수로 남는다. 그 외는 상대방의 실제 공포 여부와 무관하게 기수가 된다는 판리다.

실제 판결 사건: “겁을 안 먹은” 사건

2007도606 판결은 구체적인 사건을 다뤘다. 정보보안과 소속 경찰관이 자신의 지위를 내세우면서 “빨리 변제하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하여 문제를 삼겠다”고 말한 사건이었다. 판결의 중요한 대목은 이것이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진술한 바 없고 원심법정에서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고 증언하였으나, 객관적으로 보아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의 고지에 해당하므로 현실적으로 피해자가 공포심을 일으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렀다.

즉, 피해자가 직접 “두렵지 않았다”고 증언했음에도 협박죄의 기수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왜 이런 해석인가

다수의견은 협박죄를 “위험범”으로 본다. 위험범은 보호법익인 이익이 실제로 침해되지 않아도 그 위험이 생긴 것만으로 범죄가 성립하는 범주다. 협박죄의 보호법익은 상대방의 “의사결정의 자유”인데, 상대방에게 도달한 협박이 객관적으로 그 자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면, 실제로 피해자의 마음이 흔들렸는지를 묻지 않는다는 논리다.

판례의 반대 입장도 있다

같은 판결에는 대법관 2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반대의견은 협박죄를 “침해범”으로 봐야 하며, 현실적인 공포심이 있어야 기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견일 뿐, 현재 대법원의 확립된 판례는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결론: 겁을 안 먹어도 처벌될 수 있다

협박 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이고,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했다면, 상대방이 실제로 겁을 먹었는지는 관계없다. 다만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았거나, 상대방이 그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면 미수로 남는다. 미수도 처벌되지만, 형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상대가 겁을 안 먹으면 처벌이 안 된다”는 인식은 현행 판례법과 맞지 않는다.


참고 법령

  • 형법 제283조제1항(협박)
  • 형법 제283조제3항(반의사불벌)
  • 형법 제286조(미수범)

관련 법령: 형법 제283조 · 형법 제284조 · 형법 제286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07도606 —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

[1] [다수의견] (가)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

판결문 원문 (2007-09-2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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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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