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박했는데 상대가 안 무서워했다면 무죄인가요 — 형법 제283조·제286조로 보는 협박죄 기수 시점

입력 2026.09.22. 오전 10:45

“협박은 했는데 상대방이 눈 하나 깜짝 안 했다면, 처벌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대법원은 상대방이 실제로 겁을 먹었는지와 무관하게, 겁을 먹기에 충분한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고 상대방이 그 의미를 알아들었다면 협박죄는 이미 완성(기수)된다고 본다. 이 글은 형법 제283조·제284조·제286조 조문과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을 근거로 이 문제를 정리한다.

협박죄 조문에 “겁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있을까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이렇게만 되어 있다.

①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문언을 아무리 뜯어봐도 “상대방이 공포심을 느껴야 한다”거나 “겁을 먹어야 한다”는 문구는 없다. “사람을 협박한 자”라고만 되어 있을 뿐이다. 즉 처벌 요건을 상대방의 심리 상태에 두겠다는 표현 자체가 조문에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조 제2항은 존속협박을 규정한다.

②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에 대하여 제1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리고 제3항은 반의사불벌 규정이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반의사불벌 조항이 “제1항 및 제2항의 죄”에만 걸린다는 것이다. 뒤에서 볼 특수협박(제284조)에는 이 반의사불벌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단체·다중의 위력, 위험한 물건 — 특수협박은 형이 더 무겁다

형법 제284조(특수협박)는 별도의 항 구분 없이 한 문장으로 되어 있다.

제284조(특수협박)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전조제1항, 제2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단체나 다중의 힘을 내세우거나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지니고 협박했다면, 기본 협박죄보다 훨씬 무거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된다.

미수범을 처벌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형법 제286조는 미수범 처벌 조항이다.

제286조(미수범) 전3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이 조문은 딱 이 한 문장뿐이다. “언제 기수가 되고 언제 미수에 그치는지”에 대해서는 조문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경계선을 그은 것이 바로 대법원 2007도606 판결이다.

대법원 판례: “상대가 겁먹었는지는 기수 여부와 무관하다”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 것이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이다. 사안은 경찰관인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내세우면서 타인의 민사분쟁에 개입해 “빨리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하여 문제를 삼겠다”고 말한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전혀 두렵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협박죄가 성립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할 것이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다.

즉 판단 기준은 두 단계로 나뉜다.

  1. 해악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사람을 겁먹게 할 만한 정도인가 — 이는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 상황, 서로의 관계, 제3자를 통한 협박이라면 그 제3자와 행위자의 관계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2. 상대방이 그 해악의 의미를 인식했는가 — 인식만 하면 되고, 그로 인해 실제로 무서워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이 두 요건이 채워지면 그 순간 협박죄는 기수에 이른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결론이다. 판결은 이런 해석의 근거로 협박죄를 “사람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보호법익으로 하는 위험범”으로 규정한다. 위험범이란 실제로 결과(현실적 공포심)가 발생했는지와 무관하게, 그 위험을 일으킬 만한 행위 자체로 처벌 요건이 채워지는 범죄 유형을 말한다.

그럼 미수범 처벌 조항(제286조)은 언제 쓰이나

다수의견은 협박죄가 위험범이라고 보면서도, 제286조의 미수범 처벌 조항이 무용지물이라고 보지 않는다. 판결은 미수 처벌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를 세 가지로 한정해 제시한다.

  • 해악의 고지가 현실적으로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아니한 경우
  • 도달은 했으나 상대방이 이를 지각하지 못한 경우
  • 도달하고 지각도 했으나 고지된 해악의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

즉 “협박 문자를 보냈는데 상대가 차단해서 못 읽었다”, “고지는 받았지만 무슨 의도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같은 상황이 미수에 해당할 뿐, “메시지를 읽고 무슨 뜻인지는 알았지만 별로 안 무서웠다”는 상황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수의견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의미는 인식했는데 겁은 안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미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의견도 있었다 — 그러나 판결의 법리는 다수의견

이 판결에는 대법관 2인의 반대의견이 있었다는 점도 짚어둘 필요가 있다. 반대의견은 협박죄를 침해범으로 보아,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해 그 의미를 인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을 때 비로소 기수에 이른다고 보았다. 이 사건 피해자가 법정에서 “두렵지 않았다”고 증언한 이상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반대의견의 결론이었다.

다만 이는 소수의 반대의견일 뿐, 판결로서 확정된 법리는 다수의견이다. 실무적으로 참고할 기준은 “해악을 고지받아 그 의미를 인식했다면, 실제로 겁을 먹었는지와 무관하게 기수”라는 다수의견 쪽이다.

정리

  •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사람을 협박한 자”만을 요건으로 하며, 상대방이 실제로 겁을 먹을 것을 요건으로 적고 있지 않다.
  • 제283조 제2항(존속협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 제284조(특수협박)는 단체·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경우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 제283조 제3항의 반의사불벌은 제1항·제2항의 죄에만 적용되고, 제284조 특수협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제286조는 협박죄의 미수범을 처벌한다고만 규정할 뿐, 기수·미수를 가르는 기준 자체는 조문에 없다.
  • 대법원 2007도606 판결 다수의견은, 객관적으로 겁먹기에 충분한 해악을 고지해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는지와 무관하게 협박죄는 기수에 이른다고 본다. 미수는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았거나, 도달했으나 지각하지 못했거나, 그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 한정된다.
  • 다만 이 판결에는 침해범으로 보아 현실적 공포심이 있어야 기수라는 반대의견도 함께 존재하며, 판결의 법리는 다수의견임을 구분해 이해해야 한다.

참고 법령·판례

  • 형법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제1항·제2항·제3항
  • 형법 제284조(특수협박)
  • 형법 제286조(미수범)
  •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

관련 법령: 형법 제283조 · 형법 제284조 · 형법 제286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07도606 —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판결

[1] [다수의견] (가)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성향, 고지 당시의 주변 상황, 행위자와 상대방 사이의 친숙의 정도 및 지위 등의 상호관계, 제3자에 의한 해악을 고지한 경우에는 그에 포함되거나 암시된 제3자와 행위자 사이의 관계 등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에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어야 하지만, 상대방이 그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

판결문 원문 (2007-09-2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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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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