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에 휴대폰을 내줬을 때: 임의제출의 범위와 증거능력

입력 2026.09.29. 오전 10:08

임의제출은 ‘적극적 의사’를 전제한다

휴대폰을 경찰에 넘기는 행위는 형사소송법 제218조가 말하는 “임의제출”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조문은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기타인의 유류한 물건이나 소유자, 소지자 또는 보관자가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임의”라는 단어다. 경찰이 요청하고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넘겨준 것도 법률상 임의제출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정보를 제출하는지”에 관한 명확한 의사 표시가 없다면, 휴대폰 속 모든 정보가 수사기관에 맡겨진 것으로 봐서는 안 된다.

제출 범위를 확인하지 않으면 ‘불명확한 상태’

대법원 2021년 판결(2016도348)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집에서 가지고 나온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는데, 경찰이 그 안에 수록된 정보 중 정확히 어느 범위까지 제출하려는 것인지 제출자에게 확인하지 않았다. 이 경우 “제출 범위에 관한 제출자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알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수사기관이 제출자의 의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았다면, 휴대폰에 저장된 전자정보 전부가 임의제출된 것으로 취급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압수 대상은 ‘범죄혐의사실과의 구체적 연관관계’로 제한된다

의사가 불명확한 임의제출의 경우, 압수 대상은 “동기가 된 범죄혐의사실과 관련되고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가 있는 전자정보”에 한정된다.

이때 ‘관련성’은 핵심 요소다. 같은 유형의 범행 정보라도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범행 방식이 비슷하다” 또는 “같은 유형의 범죄다”라는 이유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소외 1이 2014년 12월 촬영 범행의 증거로 휴대폰 2대를 제출했는데, 경찰이 탐색 과정에서 2013년 12월 다른 피해자인 공소외 2, 공소외 3을 촬영한 동영상을 발견했다. 두 범행 모두 불법촬영이지만, 범죄 시점이 약 1년 차이가 나고 피해자도 다르고 사용한 휴대폰도 달랐다. 결국 2013년 범행 영상은 구체적·개별적 연관관계가 없다고 평가되어 압수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피해자가 가해자 소유 물건을 제출했다면 ‘더욱 제한적’

상황이 더 까다로워지는 경우가 있다. 피해자나 제3자가 피의자 자신이 소유·관리하는 기기를 제출하는 경우다.

이때는 압수 범위가 “더욱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고 대법원이 명시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피의자 개인이 소유·관리하는 기기에는 그의 사생활의 비밀,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일괄적으로 “안에 있는 모든 정보를 제출한다”고 말했더라도, 제3자에게는 그 전자정보 전반의 처분권이 없다. 따라서 피의자의 동의 없이 제한 없는 압수가 허용될 수 없다.

수사기관의 절차적 의무: 참여권과 압수목록

혼재된 정보가 담긴 기기를 사무실로 옮겨 탐색·복제할 때, 수사기관은 세 가지를 반드시 해야 한다.

첫째, 피압수자(피의자)와 그 변호인에게 탐색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둘째, 압수된 정보의 파일 목록을 상세히 작성해서 건네줘야 한다. 셋째, 범죄와 무관한 개인정보가 임의로 복제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빠졌다면, 수사기관이 범죄 관련 정보만 뽑아냈더라도 압수·수색 절차 자체가 위법으로 평가될 수 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러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의제출 범위를 넘은 정보: 증거능력 없음

자신의 범위를 초과해 탐색·복제한 정보는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한다. 이것이 중요한 대목이다.

“나중에 영장을 받으면 괜찮다”는 생각은 오류다. 사후에 법원으로부터 영장이 발부되었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증거로 쓰는 데 동의했더라도 “위법성은 치유되지 않는다”고 대법원이 명확히 했다. 임의제출 범위를 넘어서 영장 없이 얻은 정보는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합법적으로 탐색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다른 범죄 정보를 발견했다면? 이 경우 수사기관은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그 정보에 대한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 비로소 압수할 수 있다.

정리: 휴대폰 임의제출의 현실

결론적으로 “경찰이 달라고 해서 휴대폰을 줬어도”라는 상황은 다음과 같이 이해해야 한다.

제출자의 의사가 확실하지 않다면, 수사기관이 마음대로 탐색할 수 없다. 압수 대상은 신고된 범죄와 구체적으로 연결된 정보에 한정된다. 제출자가 피해자라면 더욱 그렇다. 절차적 요건을 지키지 않으면 나중에 증거로 쓸 수 없다. 이 원칙들이 휴대폰 임의제출의 법적 현실이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218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압수)
  • 형사소송법 제219조(압수물의 검증 등)
  • 형사소송법 제121조(압수·수색의 참여)
  • 형사소송법 제129조(압수물의 목록 작성 및 교부)

관련 법령: 형사소송법 제216조 · 형사소송법 제217조 · 형사소송법 제218조

관련 판례

대법원 2016도348 — 대법원 2021. 11. 18. 선고 2016도348 판결

[1] 오늘날 개인 또는 기업의 업무는 컴퓨터나 서버, 저장매체가 탑재된 정보처리장치 없이 유지되기 어려운데, 전자정보가 저장된 각종 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 한다)는 대부분 대용량이어서 수사의 대상이 된 범죄혐의와 관련이 없는 개인의 일상생활이나 기업경영에 관한 정보가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전자정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재산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크므로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고, 비례의 원칙에 따라 수사의 목적상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

판결문 원문 (2021-11-18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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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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