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경찰 마음대로 가능할까? '다른 방법이 있어도'는 왜 틀린 전제인가
질문: 다른 방법이 있어도 경찰이 위장해서 수사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하면, 신분위장수사는 다른 방법이 있으면 할 수 없다. 이것이 법이 정한 핵심 요건이다.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2 제2항은 신분위장수사를 “다른 방법으로는 그 범죄의 실행을 저지하거나 범인의 체포 또는 증거의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하여”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위장수사를 선택하는 것은 이 조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다만 질문에 제대로 답하려면 한 가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이 법은 위장수사를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 두 종류로 나누고, 각각 요건과 허가 절차를 다르게 둔다. 둘을 섞어서 이해하면 “경찰이 영장 없이 위장수사를 한다”는 식의 오해가 생긴다.
신분비공개수사 — 상급 경찰관서장 승인, 재량 요건
청소년성보호법 제25조의2 제1항은 사법경찰관리가 일정한 범죄(아래에서 정의)에 대해 신분을 비공개하고 범죄현장(정보통신망 포함) 또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자들에게 접근해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이것이 신분비공개수사다.
신분비공개수사를 시작하려면 제25조의3 제1항에 따라 사전에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의 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수사기간은 3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같은 항 후단). 검사 신청이나 법원 허가가 필요한 절차가 아니다 — 승인의 주체는 경찰 조직 내부(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의 장)다. 승인의 절차·방법에 관한 세부 사항은 대통령령에 위임돼 있다(제25조의3 제2항).
신분비공개수사 자체의 개시 요건에는 “다른 방법이 어려운 경우”라는 문구가 없다. 제25조의2 제1항은 대상 범죄를 정하고 “할 수 있다”는 재량으로 끝난다. 이 점에서 신분위장수사와 요건이 다르다.
긴급한 경우 — 승인 없이 시작, 그러나 사후 통제는 엄격하다
제25조의4는 신분비공개수사에만 적용되는 긴급 특례를 둔다. 제25조의3 제1항·제2항의 절차(사전 승인)를 거칠 수 없는 긴급을 요하는 때에는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의 장의 승인 없이 신분비공개수사를 할 수 있다(제25조의4 제1항).
그러나 이것이 경찰의 자유로운 재량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사법경찰관리는 신분비공개수사를 개시한 후 지체 없이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의 장에게 보고해야 하고, 48시간 이내에 승인을 받지 못한 때에는 즉시 신분비공개수사를 중지해야 한다(제25조의4 제2항). 48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법경찰관리에게 중지할 의무를 지우는 구조다. 이 긴급 특례에 따른 수사기간도 제25조의3 제1항 후단을 준용해 3개월이다(제25조의4 제3항).
이 조문은 신분비공개수사의 긴급 개시만 다룬다. 신분위장수사를 긴급하게 시작하는 근거로는 쓸 수 없다.
신분위장수사 — 법원 허가서가 있어야 가능하고, 요건이 훨씬 엄격하다
신분위장수사는 제25조의2 제2항이 정하는 다음 세 가지 행위를 말한다.
-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문서, 도화 및 전자기록 등의 작성, 변경 또는 행사
- 위장 신분을 사용한 계약ㆍ거래
-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 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의 소지, 판매 또는 광고
이 행위들은 신분비공개수사보다 범죄현장에 더 깊이 개입하는 성격을 띠는 만큼, 법은 요건과 절차를 모두 더 무겁게 설계했다.
요건. 제25조의2 제2항은 디지털 성범죄를 계획·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다른 방법으로는 범죄 실행 저지나 범인 체포, 증거 수집이 어려운 경우에 한정하여, 수사 목적 달성을 위해 부득이한 때에만 허용한다고 정한다. 이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하고, 그렇다 해도 결국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이다. 다른 방법이 있는데도 위장수사를 하는 것은 이 요건 자체를 충족하지 못하므로, 애초에 할 수 없다.
허가 절차. 신분위장수사는 신분비공개수사와 달리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제25조의3 제3항에 따라 사법경찰관리가 검사에게 허가를 신청하고, 검사가 법원에 그 허가를 청구한다. 신청은 서면으로 하되 필요한 신분위장수사의 종류ㆍ목적ㆍ대상ㆍ범위ㆍ기간ㆍ장소ㆍ방법과 제25조의2 제2항의 요건을 충족하는 사유를 기재해야 하고, 그 사유에 대한 소명자료를 첨부해야 한다(제25조의3 제4항). 법원은 신청이 이유 있다고 인정하면 신분위장수사를 허가하고, 이를 증명하는 허가서를 신청인에게 발부한다(제25조의3 제5항). 허가서에는 종류ㆍ목적ㆍ대상ㆍ범위ㆍ기간ㆍ장소ㆍ방법 등을 특정하여 기재해야 한다(제25조의3 제6항).
여기서 법원이 발부하는 문서는 심사를 거쳐 발부되는 허가서다. 수사기관이 임의로 발급하는 서류가 아니라, 법원의 심사를 거쳐 발부되는 문서라는 점에서 신분비공개수사의 ‘승인’보다 통제 수준이 높다.
기간. 신분위장수사 기간은 3개월을 초과할 수 없고, 그 수사기간 중 수사 목적이 달성되었을 경우에는 즉시 종료해야 한다(제25조의3 제7항). 제25조의2 제2항의 요건이 계속 존속하여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으면, 사법경찰관리는 소명자료를 첨부해 3개월의 범위에서 연장을 검사에게 신청하고, 검사가 법원에 그 연장을 청구한다. 이 경우 신분위장수사의 총 기간은 1년을 초과할 수 없다(제25조의3 제8항). 이 연장 규정과 1년 상한은 신분위장수사에만 적용되며, 신분비공개수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두 수사가 대상으로 하는 범죄 — “디지털 성범죄”의 법적 정의
신분비공개수사와 신분위장수사는 모두 이 법이 정의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만 할 수 있다. 제25조의2 제1항이 정의하는 디지털 성범죄는 다음 세 가지뿐이다.
- 제11조의 죄 1의2. 제15조의2의 죄(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한 행위에 한정)
-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제2항 및 제3항의 죄
일상적으로 쓰이는 ‘디지털 성범죄’라는 표현이 더 넓은 범위를 가리킬 수 있지만, 이 법의 위장수사 특례가 적용되는 범죄는 위 세 가지로 한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요약 비교
| 구분 | 신분비공개수사 | 신분위장수사 |
|---|---|---|
| 조문 | 제25조의2 제1항, 제25조의3 제1항·제2항 | 제25조의2 제2항, 제25조의3 제3항~제8항 |
| 허가 주체 |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의 장 (사전 승인) | 검사 신청 → 법원 허가 (허가서 발부) |
| 개시 요건 | 대상 범죄 해당 (재량) |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 + 다른 방법 곤란 + 부득이한 때 (재량) |
| 기간 | 3개월 초과 불가 | 3개월 초과 불가, 연장 시 총 1년 초과 불가 |
| 긴급 특례 | 있음 (제25조의4) — 승인 없이 개시 후 지체 없이 보고, 48시간 내 미승인 시 즉시 중지 | 없음 |
결론
“다른 방법이 있어도 경찰이 위장해서 수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신분위장수사에 관해서는 분명히 아니다라고 답할 수 있다. 제25조의2 제2항이 “다른 방법으로는 … 어려운 경우에 한정”이라는 문구로 보충성 요건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이 있는 상태에서는 이 요건 자체가 충족되지 않으므로, 법원도 허가를 청구할 근거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
신분비공개수사는 요건 구조가 다르다. 제25조의2 제1항은 대상 범죄만 정하고 보충성을 명시적 요건으로 두지 않은 채 “할 수 있다”로 끝난다. 따라서 “다른 방법이 있어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은 신분위장수사에 적용되는 법리이며, 두 수사를 혼동하지 않고 조문별로 구분해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 조문들에 관한 구체적 판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참고 법령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의2(아동ㆍ청소년대상 디지털 성범죄의 수사 특례)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의3(아동ㆍ청소년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 특례의 절차)
-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5조의4(아동ㆍ청소년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긴급 신분비공개수사)
-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제2항ㆍ제3항 (디지털 성범죄 정의 중 참조 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