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알려주지 않아도 법원이 은행이나 부동산을 직접 조회해 주나요?

입력 2026.09.26. 오전 10:08

사기 피해로 힘겹게 소송까지 이겨 승소 판결을 받아냈는데, 정작 상대방이 재산을 어디에 숨겨뒀는지 알 수 없어 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법원이 은행이나 등기소를 뒤져서 재산을 찾아주지 않을까”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법원은 채권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채무자의 은행 계좌나 부동산을 조회해 주지 않는다. 민사집행법이 정한 절차는 채권자의 신청으로 시작하고, 일정한 요건이 갖춰졌을 때만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다. 이 글에서는 그 절차를 조문 순서대로 정리한다.

1. 출발점은 채권자의 재산명시 신청 (제61조)

재산 소재를 파악하는 절차는 법원의 직권이 아니라 채권자의 신청으로 시작한다.

민사집행법 제61조제1항은 “금전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집행권원에 기초하여 강제집행을 개시할 수 있는 채권자는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의 법원에 채무자의 재산명시를 요구하는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한다. 다만 민사소송법 제213조에 따른 가집행선고가 붙은 판결, 또는 같은 조 준용으로 가집행선고가 붙어 집행력을 가지는 집행권원의 경우에는 이 신청을 할 수 없다는 단서가 붙어 있다. 즉 확정판결 등 집행권원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무조건 신청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가집행선고부 집행권원은 제외된다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신청할 때는 집행력 있는 정본과 강제집행 개시에 필요한 문서를 함께 붙여야 한다(제61조제2항).

2. 법원이 심사한 뒤 재산목록 제출을 명한다 (제62조)

신청이 들어왔다고 법원이 곧바로 재산목록 제출을 명하는 것도 아니다. 제62조는 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법원이 재산상태를 명시한 재산목록을 제출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제1항), 반대로 정당한 이유가 없거나 채무자의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인정한 때에는 결정으로 신청을 기각”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2항). 다시 말해 재산명시명령을 내리는 것도, 기각하는 것도 법원의 재량이 아니라 요건에 따라 갈리는 판단이다.

이 재판은 채무자를 심문하지 않고 이루어지고(제3항), 재산명시결정은 신청한 채권자와 채무자에게 송달하며, 채무자에게 송달할 때는 결정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제68조에 규정된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함께 고지해야 한다(제4항). 채무자에 대한 송달은 민사소송법 제187조 및 제194조에 의한 방법으로는 할 수 없고(제5항), 결정이 채무자에게 송달되지 않으면 법원은 채권자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해 채무자의 주소를 보정하도록 명해야 한다(제6항). 채권자가 이 보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원은 결정을 취소하고 신청을 각하해야 한다(제7항).

3. 재산명시기일 — 채무자가 내야 하는 재산목록의 범위 (제64조)

재산명시명령에 대해 채무자의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가 기각되면, 법원은 재산명시를 위한 기일을 정해 채무자에게 출석을 요구해야 하고, 이 기일은 채권자에게도 통지해야 한다(제64조제1항).

채무자는 이 기일에 강제집행 대상이 되는 재산뿐 아니라 다음 세 가지도 재산목록에 적어 제출해야 한다(제64조제2항).

  1. 재산명시명령이 송달되기 전 1년 이내에 한 부동산의 유상양도
  2. 재산명시명령이 송달되기 전 1년 이내에 배우자, 직계혈족 및 4촌 이내의 방계혈족과 그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과 형제자매에게 한 부동산 외 재산의 유상양도
  3. 재산명시명령이 송달되기 전 2년 이내에 한 재산상 무상처분(다만 의례적인 선물은 제외)

세 항목의 소급 기간이 1년·1년·2년으로 서로 다르다는 점, 그리고 재산목록에 적을 구체적 사항과 범위는 대법원규칙으로 따로 정해져 있다는 점(제64조제3항)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다만 기일에 출석한 채무자가 3개월 이내에 변제할 수 있음을 소명하면 법원은 그 기일을 3개월 범위에서 연기할 수 있고, 새 기일에 채무액의 3분의 2 이상을 변제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내면 다시 1개월 범위에서 연기할 수 있다(제64조제4항).

4. 채무자가 이 절차에 응하지 않으면 — 감치 (제68조)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다음 중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면, 법원은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한다(제68조제1항).

  1. 명시기일 불출석
  2. 재산목록 제출 거부
  3. 선서 거부

채무자가 법인이나 민사소송법 제52조의 사단·재단이면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이 감치 대상이 된다(제68조제2항). 법원은 감치재판기일에 채무자를 소환해 이 위반행위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를 심리해야 하며(제3항), 감치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제4항).

감치 집행 중이라도 채무자가 재산명시명령을 이행하겠다고 신청하면 법원은 바로 명시기일을 열어야 하고(제5항), 채무자가 그 기일에 출석해 재산목록을 내고 선서하거나 신청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했다는 증명서면을 내면 법원은 바로 감치결정을 취소하고 석방을 명해야 한다(제6항). 이 명시기일은 신청채권자에게 통지하지 않고도 열 수 있지만, 그 경우 제6항의 사실은 채권자에게 통지해야 한다(제7항).

한편 거짓 재산목록을 낸 경우는 감치가 아니라 형사처벌 대상이다. 제68조제9항은 채무자가 거짓의 재산목록을 낸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며, 채무자가 법인이나 민사소송법 제52조의 사단·재단인 경우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이 규정에 따라 처벌하고 채무자 자신은 벌금형에 처한다(제10항).

5. 재산목록으로도 안 되면 —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제70조)

채무자가 아래 사유 중 하나에 해당하면 채권자는 그 채무자를 채무불이행자명부에 올려달라고 신청할 수 있다(제70조제1항).

  1. 금전지급을 명한 집행권원이 확정되거나 작성된 후 6개월 이내에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때(단, 제61조제1항 단서의 집행권원은 제외)
  2. 제68조제1항 각 호의 사유(불출석·제출거부·선서거부) 또는 제68조제9항의 사유(거짓 재산목록)가 있는 때

신청할 때는 그 사유를 소명해야 하며(제2항), 관할은 제1호 사유면 채무자의 보통재판적이 있는 곳 법원, 제2호 사유면 재산명시절차를 실시한 법원이다(제3항).

6. 그렇다면 재산조회는 언제, 어떻게 이루어지나 — 여기가 핵심이다 (제74조)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재산명시절차의 관할 법원은 다음 세 가지 경우 중 하나에 해당할 때, 그 재산명시를 신청한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개인의 재산·신용에 관한 전산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금융기관·단체 등에 채무자 명의 재산을 조회할 수 있다(제74조제1항).

  1. 재산명시절차에서 채권자가 제62조제6항의 주소보정명령을 받았지만 민사소송법 제194조제1항의 사유로 이를 이행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2. 재산명시절차에서 채무자가 제출한 재산목록의 재산만으로는 집행채권의 만족을 얻기에 부족한 경우
  3. 재산명시절차에서 제68조제1항 각 호의 사유 또는 같은 조제9항의 사유가 있는 경우

즉 재산조회는 재산명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신청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재산명시 절차가 먼저 진행되고 그 안에서 위 세 사유 중 하나가 확인된 다음, 채권자가 다시 신청해야 열리는 단계다. 게다가 법원이 스스로 알아서 조회 범위를 정하는 것도 아니다. 채권자가 신청할 때는 조회할 기관·단체를 채권자 스스로 특정해야 하고, 조회에 드는 비용도 미리 내야 한다(제74조제2항). 법원은 채무자의 인적 사항을 적은 문서로 해당 기관·단체의 장에게 그 기관·단체가 보유한 채무자의 재산·신용 자료를 한꺼번에 모아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제3항). 그리고 공공기관·금융기관·단체 등은 정당한 사유 없이는 이 조회를 거부하지 못한다(제4항).

정리하면, “채무자가 알려주지 않아도 법원이 은행이나 부동산을 직접 조회해 주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 조회는 가능하지만 자동이 아니다. 채권자가 재산명시를 먼저 신청하고, 법원이 그 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해 재산목록 제출을 명하고, 채무자가 불출석·제출거부·선서거부 등을 하거나 제출한 재산목록만으로는 부족하거나 주소보정이 불가능했던 사정이 확인되어야, 채권자가 조회 기관을 특정해 신청하고 비용까지 부담해야 비로소 법원이 조회에 나선다.

7. 조회 결과는 어떻게 관리되고, 회신을 거부하면 어떻게 되나 (제75조)

법원은 제74조제1항·제3항에 따라 조회한 결과를 채무자의 재산목록에 준하여 관리해야 한다(제75조제1항). 조회를 받은 기관·단체의 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결정으로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한다(제2항). 이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제3항).

여기서 앞서 살펴본 제68조의 감치·형사처벌과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채무자 본인이 명시기일에 불출석하거나 제출·선서를 거부하면 감치(제68조제1항)이고 거짓 재산목록을 내면 형사처벌(제68조제9항)이지만, 조회를 받은 기관·단체의 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거짓 자료를 내거나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제75조제2항)로 제재 대상과 제재 종류가 서로 다르다.

요약

  • 재산 소재 파악 절차는 채권자의 신청으로 시작한다(제61조). 판결이 있어도 가집행선고부 집행권원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 법원은 신청에 정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재산목록 제출을 명하고, 채무자 재산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인정되면 오히려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제62조).
  • 재산명시기일에 채무자는 최근 1~2년 내 유상양도·무상처분 내역까지 포함한 재산목록을 내야 한다(제64조).
  • 채무자가 불출석하거나 제출·선서를 거부하면 20일 이내 감치, 거짓 재산목록을 내면 형사처벌 대상이다(제68조).
  • 6개월 이상 채무 불이행 등의 사유가 있으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를 신청할 수 있다(제70조).
  • 은행·부동산 등 전산망 조회(재산조회)는 재산명시 절차가 선행되고 법정 사유가 확인된 뒤, 채권자가 조회 기관을 특정하고 비용을 미리 내며 신청해야만 법원이 나설 수 있는 절차다(제74조). 법원이 사건마다 스스로 알아서 은행이나 등기소를 뒤지는 제도가 아니다.
  • 조회에 응한 기관이 거짓 자료를 내거나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 대상이다(제75조).

참고 법령

  • 민사집행법 제61조(재산명시신청)
  • 민사집행법 제62조(재산명시신청에 대한 재판)
  • 민사집행법 제64조(재산명시기일의 실시)
  • 민사집행법 제68조(채무자의 감치 및 벌칙)
  • 민사집행법 제70조(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신청)
  • 민사집행법 제74조(재산조회)
  • 민사집행법 제75조(재산조회의 결과 등)
  • 민사소송법 제52조, 제185조, 제187조, 제189조, 제194조, 제213조 (민사집행법 조문에서 인용된 범위)

관련 법령: 민사집행법 제61조 · 민사집행법 제62조 · 민사집행법 제64조 · 민사집행법 제68조 · 민사집행법 제70조 · 민사집행법 제74조 · 민사집행법 제75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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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한 1차 출처

최종 확인일: 202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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