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 금지를 요청했는데 검사가 청구하지 않으면 이유를 알려주나요?
결론부터: 알려주긴 하지만, “왜”까지는 법이 보장하지 않는다
스토킹 피해자가 가해자의 문자·SNS 연락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는데 검사가 움직이지 않을 때, “알려주기는 하는데 구체적인 이유까지 설명받을 권리가 있느냐”는 질문이 자주 나온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스토킹처벌법) 제8조를 그대로 보면 답은 이렇다. 검사는 청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피해자 측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하지만, 그 사유까지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통념상 기대와 법적 의무가 섞여 버린다.
“문자·SNS 연락 금지”의 정확한 법적 이름
먼저 용어를 정리해야 한다. 일상에서 “연락 금지”, “문자 금지”라고 부르는 조치는 스토킹처벌법 조문상으로는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한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제1호의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다(제9조제1항제3호). 조문에는 ‘연락 금지’·‘문자’·‘SNS’라는 표현이 없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라고 되어 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이 하나 있다. 같은 항 제2호(주거등 100미터 이내 접근 금지)에는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나 그 주거등”이라고 되어 있어 ‘주거등’이 포함되지만, 제3호의 전기통신 접근 금지 대상에는 ‘주거등’이라는 표현이 없다. 즉 물리적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접근 금지는 조문상 대상 범위가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피해자는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없다 — 요청과 의견 진술만 가능
스토킹처벌법의 구조에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부분은, 피해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법원에 직접 잠정조치를 청구하는 절차는 법에 없다는 점이다.
제8조제2항은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은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제1항에 따른 조치의 청구 또는 그 신청을 요청하거나, 이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정한다. 즉 피해자가 할 수 있는 것은 (1) 검사·사법경찰관에게 청구·신청을 “요청”하는 것과 (2) 그에 관한 “의견을 진술”하는 것, 이 두 가지다. 법원에 대한 직접 청구권은 조문에 없다.
청구 자체를 결정하는 사람은 검사다. 제8조제1항은 “검사는 스토킹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직권 또는 사법경찰관의 신청에 따라 법원에 제9조제1항 각 호의 조치를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요건은 “재발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고, 그 효과는 “청구할 수 있다”는 재량이다. 요건이 충족된다고 해서 청구가 자동으로 뒤따르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다.
요청했는데 검사가 청구하지 않으면 — 통지 의무의 정확한 내용
피해자 측이 검사에게 청구를 요청했는데도 검사가 청구하지 않는 경우, 제8조제4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검사는 제2항에 따른 청구 요청을 받고도 제1항에 따른 청구를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여기서 통지되는 것은 “청구를 하지 아니한다는 사실”이다. 조문에는 그 사유(왜 재발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등)까지 통지하라는 규정이 없다. “지체 없이”라는 시한만 법정화되어 있고, 사유 설명 의무는 조문상 보이지 않는다.
한편 사법경찰관이 신청 요청을 받고도 신청하지 않는 경우는 조금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제8조제3항은 “사법경찰관은 제2항에 따른 신청 요청을 받고도 제1항에 따른 신청을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검사에게 그 사유를 보고하여야 하고,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그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고 정한다. 즉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는 사유를 보고하지만, 피해자 측에는 사실만 통지한다. 검사가 피해자 측에 사유까지 설명할 의무는 제3항·제4항 어디에도 없다.
정리하면,
- 사법경찰관 → 검사: 사유 보고 (의무)
- 사법경찰관 → 피해자 측: 사실 통지, 지체 없이 (의무)
- 검사 → 피해자 측: 사실 통지, 지체 없이 (의무)
- 검사 → 피해자 측 사유 설명: 조문에 규정 없음
이 구조를 보면, 피해자 측이 “왜 청구하지 않았는지” 사유 자체를 들을 수 있는 법정 절차는 이 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통지 자체는 반드시 지체 없이 이루어져야 하므로, 아무 설명 없이 방치되는 상황은 법 위반이다.
법원 단계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재량 구조가 이어진다
청구가 이루어진 뒤 법원이 잠정조치를 결정하는 단계도 재량이다. 제9조제1항은 “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ㆍ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 할 수 있다”고 정한다. 각 호의 조치(서면 경고, 접근 금지, 전기통신 접근 금지, 전자장치 부착, 유치장·구치소 유치)는 병과할 수 있다(제9조제2항).
다만 법원이 잠정조치를 결정한 뒤에는 통지가 의무로 바뀐다. 제9조제5항은 “법원은 잠정조치를 결정한 경우에는 검사와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 그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한다. 청구·결정 자체는 재량이지만, 결정이 내려진 이후의 통지는 의무라는 구조를 기억해 두면 된다.
전기통신 접근 금지의 기간 — 상한이지 고정 기간이 아니다
연락 금지 조치가 실제로 내려졌다고 가정할 때, 그 기간도 종종 오해되는 부분이다. 제9조제7항은 다음과 같이 정한다.
“제1항제2호ㆍ제3호 및 제3호의2에 따른 잠정조치기간은 3개월, 같은 항 제4호에 따른 잠정조치기간은 1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법원은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그 기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결정으로 제1항제2호ㆍ제3호 및 제3호의2에 따른 잠정조치에 대하여 두 차례에 한정하여 각 3개월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전기통신 접근 금지(제3호)를 포함한 제2호·제3호·제3호의2는 기본 3개월을 “초과할 수 없다”는 상한이며, 자동으로 3개월이 적용되는 고정 기간이 아니다. 법원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연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두 차례에 한정해 각 3개월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 유치장·구치소 유치(제4호)는 1개월 상한만 있고 연장 규정이 없으며, 서면 경고(제1호)는 기간 규정 자체가 없다.
전자장치 부착·유치 결정 전에는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제9조제3항은 “법원은 제1항제3호의2 또는 제4호의 조치에 관한 결정을 하기 전 잠정조치의 사유를 판단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검사, 스토킹행위자, 피해자, 기타 참고인으로부터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한다.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처럼 신체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조치에 한해, 법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피해자를 포함한 관계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다만 구체적인 청취 방법과 절차는 대법원규칙으로 정해지며, 그 세부 내용은 이 글이 다루는 범위 밖이다.
정리
- 흔히 말하는 “연락 금지”는 법률상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다(제9조제1항제3호).
- 피해자는 법원에 직접 청구할 수 없고, 검사·사법경찰관에게 청구·신청을 요청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수 있을 뿐이다(제8조제2항).
- 검사의 청구와 법원의 결정 모두 “할 수 있다”는 재량이며, 요건이 충족되어도 당연히 청구·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 요청에도 청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검사는 피해자 측에 “청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지체 없이 알려야 하지만, 그 사유까지 설명할 의무는 조문에 없다. 사법경찰관은 검사에게는 사유를 보고하지만 피해자 측에는 사실만 통지한다.
- 조치가 내려진 뒤 법원의 통지는 의무이며, 기간은 조치별로 다르고 상한 구조이며 연장도 조치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참고 법령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잠정조치의 청구)
-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스토킹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