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상 이혼으로 재산분할하면 증여세를 안 내도 될까
이혼하면서 받은 재산분할에 증여세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어차피 부부끼리 나눈 건데 세금을 또 내야 하나”라는 의문도 있고, 반대로 “세금을 아끼려고 서류로만 이혼하면 재산분할로 처리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있다. 이 글은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을 중심으로, 이혼 재산분할과 증여세의 관계를 정리한다.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민법 제839조의2는 협의상 이혼한 사람이 다른 일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제1항: 협의상 이혼한 자의 일방은 다른 일방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다. 제2항: 제1항의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 제3항: 제1항의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소멸한다.
대법원은 이 조문을 바탕으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에 취득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제도로서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으므로 그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
핵심은 재산분할이 “무상이전”이 아니라 혼인 중 쌍방이 협력해 이룬 재산을 각자의 몫대로 청산하는 절차라는 점이다. 증여세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에 따라 무상으로 이전받은 재산이나 이익에 부과되는데(제1항 제1호), 정당한 재산분할은 애초에 이 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다만 이 판결은 “원칙적으로”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했을 뿐, 모든 경우에 증여세가 전혀 붙지 않는다고 하지는 않았다. 아래에서 그 예외와, 가장이혼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어도 ‘가장이혼’이 되는 건 아니다
질문의 전제처럼 “세금을 아끼려고 서류로만 이혼”한다는 발상은, 이혼 자체가 가짜(가장이혼)이므로 처음부터 무효라는 주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판단을 꽤 엄격하게 제한한다.
“법률상의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이혼이 성립한 경우 그 이혼에 다른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당사자 간에 이혼의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 없고,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한다.”
즉 이혼에 세금 회피든 상속분쟁 회피든 다른 목적이 섞여 있더라도, 법률상 부부관계를 끝내려는 합의 자체가 있었다면 이혼 의사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가장이혼으로 무효가 되려면 그 정도를 넘어서는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따로 필요하다.
이 사건에서 과세관청(피고)은 원고가 배우자였던 사람(망인)의 사망이 임박한 시점에 이혼하고, 이혼 후에도 망인과 동거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는 사정을 들어 가장이혼이라고 보고 증여세를 부과했다. 원심도 이를 받아들여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장차 망인이 사망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소외 2 등과의 상속재산분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원고와 망인이 미리 의견을 조율하여 망인의 사망이 임박한 시점에 이혼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나, 이혼 후에도 원고가 망인과 동거하면서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이혼을 가장이혼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사망이 임박한 시점의 이혼이라는 의심스러운 타이밍이나, 이혼 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사정 — 이 두 가지를 “만으로는” 가장이혼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은 가장이혼 여부를 좁게 인정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래도 증여세가 붙을 수 있는 경우: 과대하고 조세회피 목적인 분할
대법원은 가장이혼이 아닌 이상 재산분할이 원칙적으로 과세대상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예외를 분명히 두었다.
“다만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규정 취지에 반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여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예외가 적용되려면 다음 두 요건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
-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이 말하는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분할액이 상당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과대할 것
- 그 분할이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것
이 두 요건이 함께 인정되어야 “그 실질이 증여라고 평가”될 수 있다. 그리고 이때도 분할액 전체가 아니라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하여” 증여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분할의 상당한 부분, 즉 정당한 청산·분배로 볼 수 있는 부분은 여전히 과세대상에서 제외되고, 그 선을 넘는 초과분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구조다.
반대로 가장이혼으로 인정되어 이혼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경우에 증여세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 판결이 직접 다루지 않았다. 재산분할의 전제인 이혼 자체가 무효라면 논리적으로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부분을 이 판결에서 끌어다 단정할 근거는 없다.
대법원은 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다시 심리하라며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결론을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법원은 증여세 부과처분 자체를 취소한 것이 아니다. 원심은 이혼을 가장이혼으로 전제하고, 재산분할이 과대하거나 조세회피 수단인지는 심리하지 않은 채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바로 이 지점, 즉 가장이혼 법리를 잘못 적용해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원심의 판단에는 가장이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래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했다. 즉 “이 이혼은 가장이혼이 아니니 재산분할에 과대성·조세회피 목적이 있는지를 다시 심리하라”는 것이 주문의 취지다. 환송 후 서울고등법원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을 냈는지는 이 판결문만으로는 확인되지 않는다.
실무에서 주의할 점
위 판결과 조문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이혼에 다른 목적(세금 절감, 상속분쟁 회피 등)이 섞여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이혼이 가장이혼으로 무효가 되지 않는다. 가장이혼이 인정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따로 필요하다.
- 가장이혼이 아닌 정당한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혼인 중 공동으로 이룬 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다만 분할액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이 참작하는 사정에 비추어 상당성을 벗어날 정도로 과대하고, 동시에 그것이 조세회피 수단에 불과하다고 평가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상당한 부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 “서류로만 이혼하면 재산분할로 세금을 피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단정할 수 없다. 이혼의 진정성(가장이혼 여부)과 분할액의 상당성·조세회피 목적 여부는 각각 별도로 심리되는 쟁점이며, 둘 중 어느 하나라도 문제가 되면 과세 위험이 남는다.
한 가지 더 짚어둘 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제3항이 정한 “분할”은 상속이 개시된 후 공동상속인들이 상속재산을 협의로 나누는 것을 가리키는 규정이고,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과는 다른 제도라는 것이다. 제4항의 증여재산 반환 특례(금전은 제외) 역시 수증자가 증여받은 재산을 돌려주는 경우에 적용되는 조항으로, 이혼 재산분할 사안에 그대로 끌어다 쓸 수 있는 규정이 아니다.
아울러 이 판결의 참조조문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의2 제1항”으로 표기되어 있어, 현재 시행 중인 제4조와는 조문 번호가 다르다. 법령은 개정을 거치며 조문 번호와 내용이 바뀔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안에 적용되는 현재 조문과 판례가 인용한 조문이 항상 같은 번호는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참고 법령
- 민법 제839조의2(재산분할청구권) 제1항, 제2항, 제3항
-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증여세 과세대상) 제1항, 제3항, 제4항
-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 (증여세부과처분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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