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혐의를 받는 한국인도 외국 요청이 있으면 넘겨질 수 있나요?
마약류 관련 혐의로 외국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거나 처벌을 피해 한국에 들어온 한국인이 있을 때, 그 외국이 한국 정부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때 한국 국적이라는 사실만으로 인도가 자동으로 막히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인 인도법은 인도 여부를 가르는 기준을 조문별로 다르게 정해 두고 있고, 이 구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인도 대상이 되는 범죄의 기준 — 제6조
범죄인 인도법 제6조는 인도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를 다음과 같이 정합니다.
제6조(인도범죄) 대한민국과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 인도범죄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장기(長期)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금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과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라는 표현입니다. 즉 한국 법과 청구국 법 양쪽에서 모두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 또는 장기 1년 이상의 징역·금고에 해당해야 합니다. 어느 한쪽에서만 중한 범죄로 취급된다고 해서 인도범죄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이 조문의 효과는 “인도할 수 있다”로, 재량 규정입니다. 요건을 충족한다고 해서 반드시 인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뒤에서 보는 제7조·제9조의 거절 사유가 함께 검토됩니다.
마약류 관련 혐의라고 해서 이 기준에 별도의 특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범죄인 인도법 제6조·제7조·제9조 어디에도 마약 범죄를 따로 정한 규정은 없으므로, 마약 혐의라는 이유만으로 인도 절차가 더 쉬워지거나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고, 다른 범죄와 동일하게 이 조문들의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반드시 거절해야 하는 경우 — 제7조(절대적 인도거절 사유)
제7조는 다음 네 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면 인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합니다.
제7조(절대적 인도거절 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범죄인을 인도하여서는 아니 된다.
- 대한민국 또는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 인도범죄에 관한 공소시효 또는 형의 시효가 완성된 경우
- 인도범죄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係屬)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 범죄인이 인도범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 다만, 인도범죄에 관하여 청구국에서 유죄의 재판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
- 범죄인이 인종, 종교, 국적, 성별, 정치적 신념 또는 특정 사회단체에 속한 것 등을 이유로 처벌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분을 받을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몇 가지 짚어볼 점이 있습니다.
첫째, 시효 완성 요건(제1호)은 “대한민국 또는 청구국의 법률에 따라”로 되어 있습니다. 제6조의 “와”와 달리 여기는 “또는”입니다. 즉 한국 법이나 청구국 법 중 어느 한쪽에서라도 공소시효나 형의 시효가 완성됐다면 절대적으로 인도가 금지됩니다.
둘째, 제2호는 대한민국 법원에서 바로 그 ‘인도범죄’에 관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경우를 말합니다. 인도범죄가 아닌 다른 범죄에 관한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는 뒤에서 볼 제9조제3호의 임의적 거절 사유로 별도로 다루어지므로 혼동하지 않아야 합니다.
셋째, 제3호는 본문과 단서로 구성됩니다. 본문은 범죄인이 그 범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없으면 인도를 금지하지만, 단서에서 “인도범죄에 관하여 청구국에서 유죄의 재판이 있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정해, 청구국에서 이미 유죄 판결이 있었다면 이 거절 사유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넷째, 제4호는 인종·종교·국적·성별·정치적 신념이나 특정 사회단체 소속 등을 이유로 처벌되거나 불리한 처분을 받을 염려가 인정되는 경우로, 이 경우에도 인도는 금지됩니다. 제7조 각 호는 모두 “아니 된다”는 금지 규정이므로 해당 사유가 인정되면 재량의 여지 없이 인도할 수 없습니다.
거절할 수도 있는 경우 — 제9조(임의적 인도거절 사유)
제7조와 달리 제9조는 거절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입니다.
제9조(임의적 인도거절 사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범죄인을 인도하지 아니할 수 있다.
-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 인도범죄의 전부 또는 일부가 대한민국 영역에서 범한 것인 경우
- 범죄인의 인도범죄 외의 범죄에 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이 계속 중인 경우 또는 범죄인이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아니하거나 면제되지 아니한 경우
- 범죄인이 인도범죄에 관하여 제3국(청구국이 아닌 외국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서 재판을 받고 처벌되었거나 처벌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경우
- 인도범죄의 성격과 범죄인이 처한 환경 등에 비추어 범죄인을 인도하는 것이 비인도적(非人道的)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여기서 가장 많이 오해되는 부분이 제1호, 즉 “범죄인이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입니다. 이 조문은 제7조가 아니라 제9조에 있으므로, 한국 국적이라는 사실만으로 인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9조의 효과는 “인도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재량이므로, 범죄인이 한국 국민이라는 사정은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일 뿐이고, 거절이 의무인 것은 아닙니다. 다시 말해 “자국민이면 무조건 인도하지 않는다”는 설명은 이 법의 조문과 맞지 않습니다.
제3호와 제4호도 제7조제2호와 구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법원에서 ‘인도범죄 외의 다른 범죄’에 관한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범죄인이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지 않은 경우는 임의적 거절 사유입니다(제3호). 또한 범죄인이 인도범죄에 관하여 ‘제3국’—즉 청구국이 아닌 외국—에서 재판을 받아 처벌되었거나 처벌받지 않기로 확정된 경우도 임의적 거절 사유입니다(제4호). 이 “제3국”의 정의는 제9조제4호에서 “청구국이 아닌 외국을 말한다. 이하 같다”고 정해져 있어, 뒤에 나오는 조문에서도 같은 뜻으로 적용됩니다.
제5호는 인도범죄의 성격과 범죄인이 처한 환경 등에 비추어 인도가 비인도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를 거절할 수 있는 사유로 둡니다. 이 역시 재량 규정이므로, 비인도적이라는 사정이 인정된다고 해서 인도가 자동으로 거절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 점에서 제7조제4호(차별적 처벌 염려 시 인도 금지)와 제9조제5호(비인도적인 경우 거절 가능)는 효과가 다릅니다. 하나는 의무적 금지이고, 다른 하나는 재량적 거절일 뿐입니다.
정리하면
마약 혐의를 받는 한국인이라 해도 외국의 인도 청구가 있으면 범죄인 인도법의 심사 대상이 됩니다. 한국 국적이라는 사정은 제9조제1호에 따라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이는 재량 사유이지 절대적 금지 사유가 아닙니다. 반면 시효 완성, 동일 범죄에 대한 국내 재판의 계속·확정, 범죄 혐의를 의심할 상당한 이유의 부재(청구국에서 유죄 판결이 있는 경우는 제외), 차별적 처벌의 염려와 같은 사유는 제7조에 따라 인도 자체가 금지됩니다. 마약 범죄에 대해 이 법에 별도의 특칙은 없으므로, 다른 범죄와 동일한 기준—제6조의 인도범죄 요건, 제7조의 절대적 거절 사유, 제9조의 임의적 거절 사유—으로 판단됩니다. 결국 “넘겨질 수 있는가”에 대한 답은 국적 하나로 정해지지 않고, 구체적 사정이 제7조와 제9조 중 어느 사유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입니다.
참고 법령
- 범죄인 인도법 제6조(인도범죄)
- 범죄인 인도법 제7조(절대적 인도거절 사유)
- 범죄인 인도법 제9조(임의적 인도거절 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