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증거물 없음'이라 적고 가져간 편지 — 압수목록 한 줄이 유죄와 무죄를 갈랐다

작성 완료 2026-08-21 18:20 · 발행 2026-08-21 · 최종 확인 2026-08-21 · AI 초안 작성, 편집자 사실확인

수사기관이 물건을 가져가 놓고 압수목록을 남기지 않았다면, 그 물건은 법정에서 증거가 되지 못할 수 있다. 그 안에 적힌 내용이 아무리 유죄를 가리켜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는다. 2026년에 확정된 한 마약류 사건이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30초 요약

무슨 일이 있었나

A씨는 2024년 1월 지인 B씨와 함께 합성대마 165통(4,125만 원 상당)을 수거·운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적용된 죄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1심 법원은 2025년 10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4,125만 원을 선고했다. 유죄의 핵심 근거는 먼저 유죄 판결을 받은 B씨가 구치소에서 A씨에게 보낸 편지였다. 편지에는 “나는 의리를 지켰다고 생각하고 기왕 지킨 의리 끝까지 지킬 생각”, “항소심 때는 적어도 마약 변호사 선임해줘라” 같은 문구가 있었다. 1심은 이를 먼저 처벌받은 공범이 A씨에게 서운함을 토로한 것으로 읽었다. 두 사람이 함께 저지른 일이 있었음을 전제로 한 표현이라고 본 셈이다.

문제는 그 편지가 법정에 오기까지의 경로였다. 경찰은 2025년 4월 A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편지를 가져갔다. 그런데 A씨 측에 교부한 수색증명서에는 “증거물 등이 없었음”이라고 적었고, 편지는 압수목록에도 오르지 않았다.

2026년 5월 항소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이 이 사건 서신들을 압수한 것은 절차적 규정을 어겨 위법”이라는 것이다. 편지의 증거능력이 부정되자 그 편지에 기초한 수사관 진술 등 2차 증거의 증거능력까지 함께 배제됐고, 남은 정황만으로는 공소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으면서 무죄가 확정됐다.

편지 자체가 사라진 것도, 그 문구가 달라진 것도 아니다. 달라진 것은 그 편지를 법정에서 꺼내 볼 자격이었다.

Q1. 경찰이 압수목록에 없는 물건을 증거로 낼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어렵다. 형사소송법은 압수와 수색의 결과를 두 갈래 서류로 나눠 두었다.

상황교부해야 할 서류근거 조문
가져간 물건이 있다압수목록제129조
수색했으나 가져갈 것이 없었다증거물·몰취할 물건이 없다는 증명서제128조

이 두 조문은 원래 법원의 압수·수색을 규율하는 자리에 있지만, 제219조가 제118조부터 제132조까지를 검사·사법경찰관의 압수·수색·검증에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어 수사기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구조를 보면 두 서류는 서로를 배제한다. 가져갔으면 목록이 나와야 하고, 목록이 없다면 가져간 게 없어야 한다. 그런데 물건은 수사기관 손에 있는데 서류에는 “없었음”이라고 적혀 있다면, 기록상으로는 압수라는 처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압수한 사실을 수사기관 스스로 부정해 놓은 물건을 뒤늦게 유죄의 증거로 내미는 셈이다.

대법원은 압수목록이 형식적인 서류가 아니라고 못 박아 왔다. 압수물 목록은 피압수자가 환부·가환부를 신청하거나 압수처분에 준항고를 하는 등 권리행사절차를 밟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이므로, 권리행사에 지장이 없도록 압수 직후 현장에서 바로 작성해 교부하는 것이 원칙이고, 작성연월일을 기재하고 사실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8도763 판결). 목록이 없으면 압수당한 사람은 무엇을 빼앗겼는지조차 특정하지 못해 다툴 방법이 사라진다. 조문이 지키려는 것이 바로 그 다툴 기회다.

압수목록을 작성·교부하지 않은 사정이 다른 절차 위반과 겹쳐 증거능력이 부정된 사례도 있다.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저장된 정보를 확보하면서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전자정보 목록도 작성·교부하지 않았으며 영장에 기재된 반환 기한도 지키지 않은 사안에서, 대법원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없고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할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5도12400 판결).

다만 목록 누락이 곧바로, 자동으로 증거 배제로 이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뒤에서 보듯 대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위반의 중대성을 따진다.

Q2.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면 뒤집을 수 있나요?

증거능력은 사실심에서 다투는 문제다.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된 서류라도 항소심에서 수집 경로를 새로 따져 증거능력을 부정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유죄를 떠받치던 기둥이 빠진다. 위 사례에서 1심 유죄와 항소심 무죄가 갈린 지점이 정확히 여기다.

판단 기준을 세운 것은 대법원 2007. 11. 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이 판결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하면서, 예외를 좁게 열어 두었다. 수사기관의 절차 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오히려 그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적법절차 원칙과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려는 취지에 반하는 예외적인 경우라면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중대성은 감으로 재지 않는다. 대법원은 절차 조항의 취지와 위반의 내용·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 가능성, 그 조항이 보호하려는 권리·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구체적이고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한다(2008도763). 피고인이 “적법하게 수집되지 않았다”를 완벽히 입증해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절차 위반이 드러나면 그럼에도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쪽이 근거를 대야 하는 구조다.

Q3. 마약 사건에서 공범의 편지가 증거로 쓰이면 유죄가 되나요?

편지가 법정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두 개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고, 그다음에야 유죄냐 아니냐를 따지게 된다.

첫 번째 관문은 수집 절차다. 제308조의2가 걸린다. 압수 절차가 위법하면 내용을 보기 전에 걸러진다.

두 번째 관문은 전문법칙이다. 편지는 법정 밖에서 작성된 진술 기재 서류다. 제310조의2는 제311조 내지 제316조에 규정한 것 이외에는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에 대신하여 진술을 기재한 서류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정한다.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작성한 진술서·진술기재서류는 제313조가 정한 요건(자필이거나 서명·날인이 있을 것, 성립의 진정이 증명될 것 등)을 갖춰야 증거가 될 수 있다. 편지라고 해서 그 자체로 자동 입장되지 않는다.

두 관문을 통과해도 남는 것은 증명력 문제다. 편지 한 통이 공소사실을 어디까지 증명하는지는 별개다. 공범이 감정을 토로한 문장에서 구체적인 범행 사실이 얼마나 특정되는지, 다른 증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앞의 사례에서 편지는 첫 관문에서 멈췄다. 1심은 편지에 적힌 내용을 읽었고, 항소심은 그 편지가 법정까지 온 경로를 봤다. 같은 종이를 놓고 두 법원이 다른 층위를 본 것이다.

증거능력과 증명력은 다른 층이다

법률 뉴스에서 가장 자주 뒤섞이는 두 단어다.

증거능력증명력
묻는 것법정에 들일 자격이 있는가얼마나 믿을 만한가
판단 시점내용을 보기 전내용을 본 뒤
없으면아예 판단 대상에서 빠진다판단은 하되 무게가 가벼워진다
관련 조문제308조의2, 제310조의2, 제313조 등제308조(자유심증주의)

“증거가 뻔히 있는데 왜 무죄냐”는 반응은 대개 이 구분이 접혀 있을 때 나온다. 절차를 어긴 증거를 배제하는 것은 그 증거가 거짓이라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강제로 남의 물건을 가져갈 때 지키기로 한 조건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그 결과물을 쓰지 않겠다는 선택이다. 그 조건은 A씨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압수수색을 당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것이다.

2차 증거까지 무너지는 이유

위법하게 수집한 1차 증거만 빼고 거기서 뻗어 나온 것들을 그대로 쓴다면 배제 원칙은 껍데기가 된다. 그래서 대법원은 파생증거까지 시야에 넣는다.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은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 수집과 2차적 증거 수집 사이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되었는지를 중심으로 2차적 증거 수집과 관련된 모든 사정을 전체적·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외적인 경우에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있다고 정리했다. 뒤집으면 인과관계가 그대로 이어져 있으면 2차 증거도 함께 떨어진다.

앞의 사례에서 편지를 근거로 한 수사관 진술이 배제된 것이 이 대목이다. 그 진술은 편지를 보았기 때문에 존재하는 진술이었고, 편지와 진술 사이에 인과의 고리를 끊어 줄 새로운 사정이 없었다.

이 구조는 다른 국면에서도 반복된다.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도17532 판결은 별건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다 무관증거인 전자정보를 발견한 경우의 위법 여부를 다뤘다. 영장이 허용한 범위 밖의 것에 손을 대려면 그에 맞는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는 원칙이 전자정보 영역에서도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리

참고 법령·판례

형사소송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 위 사례의 적용 법률(구체적 조문·법정형은 보도에 특정되지 않아 생략)

판례


이 글은 공개된 법령과 판례,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제도의 구조를 설명한 것이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증거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법률브리프 편집팀

관련 법령: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 · 형사소송법 제128조·제129조 · 형사소송법 제219조 · 형사소송법 제215조 제2항·제218조 · 대법원 판례 2007도3061 전원합의체 (2007. 11. 15. 선고) · 대법원 판례 2008도763 (2009. 3. 1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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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확인일: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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