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압수목록서 빠진 편지 배제…절차 공백이 가른 증거능력
수색증명서에는 ‘증거물 없음’ 기재…편지에 기초해 확보한 진술도 증거능력 인정 안 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A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법원은 공범으로 기소된 B씨의 편지와 이 편지를 토대로 확보한 진술 등을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로 봤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B씨와 함께 2024년 1월 합성대마 165통, 4125만원 상당을 수거·운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2025년 10월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추징금 4125만원을 선고했다. 판단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B씨가 구치소에서 A씨에게 보낸 편지였다.
B씨는 편지에서 자신이 의리를 지켰고 이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었다. 1심 법원은 이를 먼저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B씨가 A씨에게 서운함을 드러낸 것으로 봤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경찰은 2025년 4월 A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면서 편지를 가져갔지만, 수색증명서에는 ‘증거물 등이 없었음’이라고 적었다. 편지는 압수목록에도 기재되지 않았다.
형사소송법은 수색에서 증거물이나 몰취할 물건이 없으면 그 취지의 증명서를 교부하도록 정한다. 반대로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해 소유자나 소지자 등에게 교부해야 한다. 이 규정은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도 준용된다.
항소심 법원은 수색증명서와 압수목록의 내용이 편지 확보 경위와 맞지 않는 점을 절차 위반으로 판단했다. 경찰이 압수한 물건이 없다고 공식 확인한 것과 같은 문서를 남긴 이상, 편지를 적법한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본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를 증거로 할 수 없도록 한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편지 내용이 혐의를 뒷받침하는지인 증명력이 아니라, 그 편지가 적법하게 수집됐는지인 증거능력이었다.
편지가 배제되자 편지를 토대로 A씨와 B씨를 조사해 확보한 진술도 함께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나머지 정황만으로는 A씨의 혐의를 증명하기 부족하다고 본 항소심 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7년 위법하게 수집한 1차 증거를 기초로 얻은 2차 증거도 원칙적으로 배제하되, 1차 증거와의 인과관계가 희석되거나 단절됐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법원이 편지에 기초해 확보된 진술까지 배제한 것은 이 기준이 2차 증거에도 적용된 사례로 볼 수 있다.
검찰이 상고하지 않아 항소심의 무죄 판결은 확정됐다.
참고 법령
- 형사소송법 제128조
- 형사소송법 제129조
- 형사소송법 제219조
-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